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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감자 농사마저 접어야 하나”…갑자기 닥친 악재에 농가 패닉2025-03-27 10:08
작성자 Level 10

미국산 감자 수입 임박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최영진 기자] 

현재도 많은 물량이 들어오고 있는 미국산 감자의 수출 길이 넓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 왼쪽 지게차로 옮겨지는 물량이 저장감자, 가운데가 미국산 감자, 오른쪽이 시설햇감자로, 현재 감자는 햇물량 수확과 저장물량 출하 및 하지감자 파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현재도 많은 물량이 들어오고 있는 미국산 감자의 수출 길이 넓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 왼쪽 지게차로 옮겨지는 물량이 저장감자, 가운데가 미국산 감자, 오른쪽이 시설햇감자로, 현재 감자는 햇물량 수확과 저장물량 출하 및 하지감자 파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생산비도 올라 힘겨운데…”
수확-파종 한창이던 현장 뒤숭숭
품목 전환 땐 연쇄 타격 걱정

트럼프 정부 수출길 넓힌 후
관세인하 압박 우려 고조
정부 '미온적 대응'도 도마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갑작스레 미국산 감자를 대거 들여오겠다는 건 우리에게 감자 농사짓지 말라는 경고장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햇물량 수확과 저장물량 출하, 하지감자 파종이 함께 진행되며 감자 생산에 집중해야 할 영농 현장에 미국산 감자 수입 확대 전망이 잇달아 전해지자 농가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량 증가→가격 하락→재배규모·생산량 감소’란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한국에 감자 수출 길을 넓힌 트럼프 정부가 추후 관세 인하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회에선 주요 곡물인 감자의 수입허용 절차 완화를 정부가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답답한 감자 농가들=미국산 감자 수입 확대 소식을 들은 감자 농가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창 수확기와 파종기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에 산지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전북 김제 광활들녘감자작목반의 박용 총무는 “11년째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데 미국산 감자가 대거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하니 이제 감자 농사마저 접어야 하는건가 싶다. 더욱이 지금 우리 지역은 시설 하우스 감자 수확기와 하지 감자 파종기가 맞물려 한창 바쁜 때인데, 이 같은 소식에 농가들이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 당진의 감자 재배농가 손두표 씨도 “3월 10일경 감자 파종을 했고 이제 2주가량 지났다. 계약재배를 하다 단가가 맞지 않아 도매시장으로 전량 출하하고 있는데, 워낙 인건비나 영농자재비 가격이 상승해 어려움이 크다”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별안간 미국산 감자 수입 소식까지 전해져 어안이 벙벙하다. 이는 우리에게 감자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경고장과 같다”고 걱정했다. 

작목 전환에 나설 경우 타 작물산업에 연쇄적인 타격이 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김희주 한국후계농업경영인강원도연합회 감사는 “4만평 정도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데, 신선 감자가 들어오면 국내 감자 시장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왕산 대기리는 지형 및 기후 특성상 감자에서 작목을 전환할 경우 무와 배추 밖에 없는데 무·배추산업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4일 저녁 가락시장 경매장에서의 미국산 감자(왼쪽)와 국내산 감자.
24일 저녁 가락시장 경매장에서의 미국산 감자(왼쪽)와 국내산 감자.

▲미국산 감자 공세 우려=현재 미국은 국내 감자 최대 수입국이면서, 미국에선 4대 감자 수출국이 한국이다. 2023년 기준 국내 감자 수입량은 18만1300톤으로, 이 중 미국산 수입량은 11만8300톤, 65.3%에 이른다. 한·미 FTA로 칩용 감자의 경우 5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진 38%의 계절관세가 부과되고 있고, 그 외 기간엔 무관세로 들어온다. 일반용 감자의 경우 2025년 기준 4406톤의 TRQ(저율관세할당물량)에 한해 무관세가 적용되고 그 외 물량은 304%의 관세를 적용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수출 길을 넓힌 트럼프 정부가 관세 인하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트럼프 정권 특성상 미국산 감자 수출길을 넓힌 뒤 관세 인하까지 요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될 수 있다”며 “쌀 MMA(최소시장접근)물량에다,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한국 시장에 대거 수출하고 있는 미국이 감자 등 다른 곡물까지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인석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감자 수입량이 증가하면 전체 공급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 농가들은 재배면적을 줄여 자급률 하락까지 이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미국산 감자에 대한 비관세 장벽인 검역 문제가 해결되고 더 나아가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감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연구팀이 지난 2월 20일 한국식품유통학회 ‘2024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미국산 감자 수입 조건 변화가 국내 감자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미국 감자 관세가 올해 즉각 철폐될 경우 2025~2039년 기간동안 전국 감자 농업 생산액은 누적 1조248억원, 연평균 832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제대로 알리지도 않아=국회에선 정부 대응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한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갑) 의원은 “감자 소비량은 해외 수입량 20만톤과 국산 55만톤을 더해 연간 75만톤에 달한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품목의 수입조건이 바뀌면 국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 쉬쉬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고, 정치권이나 농민들은 대응도 할 수 없게끔 하는 게 말이 되나. 정부가 마치 미국 농산물 에이전트처럼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의원은 “지금 국내 농산물 97%가 개방됐다. 국가적으로 볼 때 식량 주권을 지키고 있는 품목이 쌀과 감자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시점에 일반 감자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푸는 건 미래 식량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이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경욱·최영진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