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식품부가 지자체에 2월 말까지 벼 재배면적 감축계획 전산 입력을 주문했으나, 대부분 입력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2월 말까지 입력 주문 목표면적 턱없이 미달한 듯 대부분 구체적 수치 확인 꺼려
미참여 땐 불이익 우려에도 농가 반발 속 설득 쉽지 않아 신청작업 5월까지 진행 전망
농림축산식품부가 벼 재배면적 감축과 관련, 지자체에 세부 감축계획을 2월말까지 전산 입력할 것을 주문했지만, 대부분 입력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물론 광역지자체 담당자들은 구체적 수치에 대해선 확인해주길 꺼렸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벼 재배면적 감축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 속에서 속도를 내기가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고, 실제 신청 작업은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입력면적을 밝힌 광역지자체의 배분면적 대비 수치는 저조했다. 1만5763ha를 배정받은 충남도는 배분면적 대비 3.03%인 477ha(3월 4일 기준)만 입력됐고 1만5832ha를 감축해야 하는 전남도는 57.3%(9077ha)로 집계됐다. 경북도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감축 목표면적(1만710ha)의 10%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입력된 수치가 농가들이 실질적으로 감축 또는 타 작물 전환 등을 이행하겠다고 신청한 면적이 아니다. 읍·면에서 이장 등에게 의견을 듣고 수치를 입력한 것”이라며 “전략작물직불금 신청을 받는 5월말까지 신청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가들이 재배면적 감축에 수긍하지 않는다. 시기적으로도 전략작물직불금 신청(5월)까지 여유가 있다. 정부는 접수한 것을 최대한 입력하라고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아직 신청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시간적으로 촉박한 것은 물론 그동안 감축한 면적보다 올해 배정받은 면적이 많아 농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읍·면에서 수치를 입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산출내역이 나오지 않는다. 2월말 기준으로 확인하긴 어렵다”면서 “매년 벼 재배면적을 감축해왔지만 지난해에도 배정면적을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그 목표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 정책 방향에 지자체가 발을 맞춰야 하고 최선을 다 하겠지만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읍·면에서 입력한 면적 공개를 꺼리는 것은 정부가 벼 재배면적 감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자체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벼 재배면적 조정에 대한 농가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율 감축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동시에 페널티도 부여하고 있어 정부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들은 난감하다. 지자체 입장에선 정부 시책을 외면하기도,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쉽지 않은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 농식품부는 재배면적 조정제 이행 여부와 실적에 따라 우수 지자체에겐 공공비축미 우선 배정, 부진 지자체는 차등 감축을 제시했다. 참여농가에겐 정부·지자체·농협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서 우대한다. 이는 참여하지 않는 농가에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는 자율조정제라지만 공공비축미 선 배정 등의 조건을 보면 사실상 의무조정제와 다름없다”며 “공공비축미 배정 등의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치 공개가 부담스럽다.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를 농가들이 어디까지 수용할지, 시·군에선 농가들을 어느 수준에서 설득해 참여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 벼 재배면적 조정제의 키는 농식품부가 갖고 있는데 농민들은 우리(지자체)한테 욕을 한다. 우리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중간에서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2월말까지 안내한 것은 농가들이 영농을 시작하기 전에 진행해달라는 차원으로, 일선에서 서둘러 진행해달라는 취지였다. 전략작물직불금 신청기한 등을 감안해 계속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며 “현재 시스템에선 감축 관련 계획을 입력할 수 있고 전략작물직불 등과 연동하기 위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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