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환매차익 2132억·임대료 수입 760억
신청농가 13% 파산했거나
가격 올라 농지 되찾지 못해
경영회생지원 취지 무색 ‘도마’
경영위기에 처한 농가를 돕기 위한 농지매입사업이 정부기관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어기구)가 지난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스마트팜 사업관리 부실, 잔류농약이 검출된 중국산 건고추 유통 등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농해수위 의원들은 한국농어촌공사의 부적절한 사업추진과 방만한 경영관리 등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의원은 경영위기에 처한 농가를 돕기 위한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이 본 취지와 달리 공사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마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농가의 농지매입원금 대비 환매차익이 2132억원, 임대료 수입이 760억원에 달한다”며 “2023년만 봐도 환매차익과 임대료 수입은 총 470억원으로 공사 영업이익 112억원의 4배가 넘는다. 농민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또, 윤 의원은 “해당 사업을 신청한 농가 중 13%는 이미 파산했거나 농지가격 상승 등으로 다시 농지를 되찾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스마트팜 사업의 부실한 경영관리가 하자를 키웠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만희 국민의힘(영천·청도) 의원은 “스마트팜 혁신벨리사업과 지역특화사업에 69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는데, 매우 많은 하자보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하자 발생건수가 400여건이 넘고, 특히 김제는 천장 누수, 기둥 침하 등 267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농어촌공사의 말과 달리 관심을 두고 세밀하게 살피고 있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잔류농약이 검출된 중국산 건고추가 시중에 유통된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책임을 따졌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2023년 12월 중국에서 수입한 건고추 2920톤 중 200톤에서 잔류농약(클로르메쾃)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는데, 농약이 검출된 경위가 식약처나 aT를 통해서가 아닌 대만 당국을 통해서 검출됐다”며 “aT가 중국산 고추의 포대갈이를 하는 세탁소 역할을 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aT가 수입 건고추를 회수하는 방법도 문제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영암·무안·신안) 의원은 “aT는 세부적인 유통경로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중 절반인 100톤밖에 회수하지 못했다”면서 “전량을 회수해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aT센터의 임대사업에 대한 적절성 여부도 언급됐다. 박덕흠 국민의힘(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과거에는 농업과 관련 없는 업체도 임대할 수 있었지만, 작년 7월부턴 농업 관련 업체만 입주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그런데 여전히 인테리어·반도체·제약회사 등 농업과 관련 없는 업체들이 상주해 있다“면서 “농림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유통공사 청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