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 연천군 왕징면에 있는 나룻배마을. 이날 마을은 농촌체험 프로그램 ‘두루미 콩깍지 딸기 여행’에 참가한 도시민들로 하루 종일 시끌벅적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너머에서 두루미를 관찰하고 딸기를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농협중앙회와 연천군이 참가자 1인당 체험비를 각각 1만원씩 지원해 부담을 낮춘 덕도 컸다. 체험에 참가한 도시민 박효은씨(40·경기 성남)는 “평소 농협(NH농협여행)이 운영하는 농촌체험 상품을 자주 이용하는데 올해 프로그램이 더 알찬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올해는 이런 농촌체험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농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다. ‘2024년 도농협동 도시민 체험단 운영계획’ 등을 수립하고 농촌관광을 본격 지원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뚝 끊긴 농촌체험 관광객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료 이후에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농촌진흥청이 25일 발표한 ‘농촌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농촌을 관광한 국민은 35.2%로 2020년 30.2%보다 5%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로 내수 경기가 침체돼 농촌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NH농협여행 농촌 프로그램 이용객은 6만5000명으로 2020년 5만명에 비해선 다소 상승했지만 2019년 이용객인 13만명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 그 예시다. 농협은 이를 극복하고, ‘행복농촌 구현’에 앞장서는 차원에서 농촌관광 활성화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농협은 현재 도시민 농촌체험 프로그램으로 ▲도시가족 주말농부 ▲농촌으로 가는 행복열차 ▲어린이 농촌체험단 ▲주부 농산물 체험구매단 ▲학생 체험학습 등 5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마을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 체험객 만족도가 떨어졌다. 농협은 체험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개선 방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NH농협은행과 협업해 농촌여행 플랫폼을 구축하고 만족도 조사를 통해 체험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도시지역에 농촌체험 마을과 특산물 등을 소개하는 ‘농협형 안테나숍’도 개설한다. 또 최근 관광 트렌드가 단체 체험 관광에서 소규모 웰니스 관광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해 마을별 특화 상품 개발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기업체와 연계해 관계인구를 창출하는 등 범농협 도농교류 활성화 체계도 구축한다.

이날 체험 프로그램에는 외국인도 여럿 참가했다. 캐나다에서 온 마리오 툴코씨(72)는 “이스라엘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비슷한 체험을 해봤지만 이번 체험이 어느 때보다 마음에 쏙 들었다”며 “특히 직접 딴 딸기맛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일본인 미나미 사카타씨(33)는 “이런 농촌체험이 처음이라 다소 걱정도 됐지만 두루미 관찰, 딸기 수확 체험 모두 너무 재미있었고 또 오고 싶다”고 호평했다.

박영관 나룻배마을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8000명 수준이던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4000명에 그쳤다”며 “농협 등의 지원으로 이번 프로그램이 매진됐는데, 앞으로 농촌체험이 더욱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광일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장은 “농촌관광 활성화와 도농교류 확대로 다시 찾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 이달 30∼31일, 4월6∼7일에도 해당 마을에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하는 등 농촌체험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