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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첫 단추 잘못 끼운 ‘스마트팜 혁신밸리’···애꿎은 청년들만 “속 탄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10-02 10:31
조회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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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018년 4월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 절차를 밟았고, 사업계획 수립과 공모 과정에서 현장 농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지역 갈등이 발생했다. 사진은 올해 3월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 현지실사단의 밀양 방문에 앞서 지역 농민단체들이 공모사업 반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 모습.

내년 5월부터 교육생에
경영실습용 온실 제공돼야 하지만
김제·상주 두 곳 다 착공조차 못해

스마트팜 확산방안 발표 1주일 만에
공모절차 들어가면서 논의 부실
‘개소당 1000억’ 넘는 프로젝트에
지자체 참여 열기는 뜨거웠지만
현장 농민 의견 반영 안돼 ‘논란’

1기 이어 2기 보육생도 불안 고조
“여건부터 만들어 놓고 시작하지…”
성급한 정부 정책 추진 지적도
취업가능한 농업법인 매칭 등
보육생 피해 없게 대책 마련해야


“스마트팜으로 청년창업의 꿈을 이루세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13일부터 7월12일까지 스마트팜 장기보육 과정 교육생 104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8월 말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9월부터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유치한 전북 김제(52)와 경북 상주(52)로 나뉘어 입문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생 선발 당시 농식품부는 영농 지식과 기반이 없는 청년도 ‘스마트팜’에 취·창업할 수 있도록 입문교육(1~2개월)과 교육형 현장실습(6개월) 과정 이후 혁신밸리 내 경영실습 농장에서 1년간 자기 책임 하에 영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5월부터 교육생들에게 경영실습용 온실이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김제와 상주, 두 곳 모두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 착공도 못한 스마트팜 혁신밸리=김제지역에서는 예정 부지의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싸고 김제시와 지역주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김제시의 경우 백구면 부용저수지 일대 19.4ha에 실습농장과 임대형 스마트팜 등 핵심시설을 갖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북환경단체와 김제 백구면 일대 주민들로 구성된 스마트팜 혁신밸리 반대대책위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부용저수지 보전과 저수지 고갈 문제 등을 제기, 대체 부지를 찾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도와 시는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실시계획 수립단계에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실시, 멸종위기종 대체서식지 조성과 원형 보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4월 1억4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7월1일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 예정부지를 스마트농업 지역으로 지정, 김제시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반대대책위는 지난달 16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공개를 촉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처장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습지에 국가가 주도하는 개발사업을 하면서 이미 예산까지 다 집행한 환경영향평가 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협의 절차를 피해가는 게 말이 되냐”면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제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반대대책위나 백구 주민협의체 분들과 소통하면서 지하수 사용 문제나 습지면적 확대, 주민 친수공간 확보 등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실시설계에 최대한 반영해 왔다”면서 “늦어도 11월 말이나 12월 초면 착공에 들어가고 2021년이면 핵심시설의 준공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사벌면 엄암리 일원에 50.5ha 규모로 부지를 조성, 5월경 착공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착공 시기가 12월 말이나 내년 초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상주시 스마트농업추진단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 임야가 많이 포함돼 있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토지 수용도 80%밖에 마무리가 안 된 상태. 20%의 토지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데, 협상이 결렬돼 소유권 이전 등 강제수용 절차로 이어질 경우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주시 관내 선도농가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스마트팜 생산단지 조성계획도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 농업인과 청년을 연계하는 멘토링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했는데 농가와 의견조율이 안돼 지금으로선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공유재산관리법상 개인에게 5년 이상 임대가 어렵고, 시설물에 대한 지상권 설정도 안돼 장기 임대나 재산권 보장을 요구하는 농가와 의견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농가 입장에서 보면 수억원의 자부담을 떠안아야 하는데, 경작권이나 재산권 보장이 안 되니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스마트농업추진단 관계자는 “확실하게 포기한 상태는 아니고, 시간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사실 ‘스마트팜 확산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창조경제를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 때부터다. 원래는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확산사업’으로 시작해, 2014~2017년까지 시설원예와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국형 스마트팜’을 보급하는데 주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스마트팜은 혁신성장 8대 핵심과제로 선정됐다. 농식품부는 2018년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한다. 기존에 농가 단위로 추진됐던 스마트팜 보급 전략을 보완, 정책 대상을 청년농업인과 전후방 산업으로 확대하고, 집적화된 혁신거점으로 전국 4곳에 최소 20ha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여기에 최대 20개월의 장기교육인 '청년창업 보육사업'과 1인당 최대 30억원 한도의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 지원계획도 따라붙었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공모절차에 들어간다. 논의 절차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사업에 뒤늦게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개소당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지자체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고, 치열한 경합 끝에 8월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가 1차로 선정됐다. 이 모든 것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농식품부 장관이 3월 사퇴하고, 5개월가량 이어진 공백기에 이뤄진 일이다.

대형 국책사업이 이렇게 정부 주도로 추진되다보니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둘러싼 갈등은 대상지역이 선정된 이후 오히려 더 커졌다. 사업계획 수립과 공모 과정에서 현장 농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뒤늦게 사업내용을 인지한 해당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애꿎은 학생들 피해 없게 해야=2기 교육생들의 평균 연령은 31.6세. 남성 88명(84.6%), 여성 16명(15.4%)으로 구성돼 있다. 비농업 전공자가 77.9%, 농업계 출신은 22.1%에 불과하다. 임대농장 조성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1기생들의 상황을 전해들은 2기 보육생들은 혁신밸리 조성이 차일피일 늦어지자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육생은 “오리엔테이션에 1기생이 왔는데, 준비 없이 사업이 시작돼 본인들의 경우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경영실습농장 바라지 말고 현지 농장에서 돈 벌면서 배우라고 얘기하더라”며 이미 그때부터 교육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농식품부는 1기 보육생들의 상황도 알고, 혁신밸리 진척 상황도 뻔히 알텐데 똑같은 방식으로 홍보해 2기생을 더 많이 뽑은 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교육생은 면접과정에서 “아무 소득 없이 20개월을 버틸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면서 “원래는 홍보물에 제시되어 있던 농업법인 취업지원사업이나 영농정착금 지원사업 등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영실습 온실이 있어야 농지원부를 만들어 영농정착금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데 공사가 계속 늦어지고 있으니 난감하다”면서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많은데,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20개월 동안 돈 한 푼 안 벌고 버티려면 애초 그만큼 자금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농촌 출신의 한 교육생은 “귀농이든 귀촌이든 언론에서 워낙 정책적으로 홍보를 많이 하다 보니, 도시에서 온 친구들은 억대 농부에 대한 환상도 있고 농업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실상은 원하는 농지를 구하기도 어렵고, 신용이나 담보가 없으면 대출도 어렵기 때문에 집에 돈이 없으면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정부가 기반 없는 청년들을 육성하겠다고 했으면 일단 여건부터 만들어놓고 시작을 하지 왜 이렇게 성급하게 추진을 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생활비 때문에 숙소 근처 편의점 같은 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래도 농업 쪽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어서 농업법인 취업을 알고보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면서 “실습농장 제공이 당장 어려우면 취업이 가능한 농업법인을 적극적으로 매칭해 준다든지, 뭔가 다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주시와 김제시는 최대한 보육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주시 스마트농업추진단 관계자는 “기반조성기간도 최대한 단축하고, 온실자재 등도 미리미리 준비해 놨다가 기반조성이 되는대로 온실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면서 “대부분 작기가 9월부터 시작하니까, 최대한 그 전에 경영실습형 온실 사업은 마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기반조성을 하면서 당장 교육생이 들어가야 하는 경영실습형 온실 먼저 착공, 최대한 차질 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혹시라도 공사가 더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따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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