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지난 24년간 농업 홀대는 여전하다”
31일 농업·농촌 전문 민간 연구기관인 GS&J에 따르면 새 WTO 협상이 시작돼 당사국 간 합의를 거쳐 우리가 선진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시점은 빨라야 6∼7년 뒤다. 정부 말대로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는 셈이다. 이정환 GS&J 이사장은 “개도국 지위 유지는 농업피해 방지 등 실질적 편익은 크지 않고 불확실한 반면 대미 관계 부담 등 비용은 많고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농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성명을 통해 “대선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었기에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계속되는 정부의 농업 홀대에 더는 농정 방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공동행동 역시 “(정부는 WTO나 FTA) 협상 시점에는 농민을 사탕발림으로 현혹하고 타결되면 나 몰라라 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수도 없이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같은 기간 곡물 자급률은 29.1%에서 21.7%로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농업 예산을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증액했다”고 했지만 따져보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문재인정부 들어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은 15조2990억원으로 올해보다 4.3% 늘었지만 전체 예산안 대비 비중은 2.9%로 최근 6년 내 최저치다.
한농연의 김제열 수석부회장은 “잔 매에 장사 없다”는 말로 그간의 농업계 울분을 토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부터 한·유럽연합(EU), 한·미, 한·중 FTA까지 거센 개방화 물결에서 농업 부문은 계속 희생만 당해왔다”며 “정부는 소득안정과 식량 주권, 지방소멸, 지속가능한 성장과 같은 구체적 정책 목표와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개도국 지위 포기 발표에 앞서 정부에 △농업 예산 비중 4% 이상 확보 △공익형 직불제 예산 3조원 이상 확보 △농식품바우처 사업 전면 도입 △기초농산물에 대한 수입보장보험 확대 시행 △연간 2000명의 청년 창업농 육성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의 김광천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2005년 도입된 쌀 소득보전 고정·변동직불금은 WTO가 제한하는 대표적인 감축대상보조(AMS) 대상이다. 농민들 역시 중소농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고 논밭작물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의 공익형 직불제를 지지한다.
◆농업보조금 WTO 허용 16%만 썼다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세계무역기구(WTO)가 개발도상국에 허용한 농업보조금의 15.5%만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5년 WTO 출범 당시 한국은 농업·공업 간 불균형 경제성장 정책을 내세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그동안 도시·농촌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는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그럼에도 국제통상·대외관계를 이유로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하는 등 농업·농촌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WTO 통보 농업보조금 이행 현황’(1995∼2015년)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1년간 농민·농업에 지불한 보조금은 모두 30조3844억원이었다.
특히 쌀 수매제가 폐지(2004년)된 뒤에는 정부보조금 규모가 더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됐다. AMS는 국내외 가격 변동에 따른 각국 농민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소득 보존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정부는 2004년까지 운용해온 쌀 수매제가 AMS 한도에 육박하자 이듬해부터 직불제·공공비축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WTO 허용치와 실제 보조금 집행액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1995∼2004년 AMS·DM 한도 대비 실제 연평균 집행률이 27.1%인 반면 2005∼2015년 집행률은 7.0%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