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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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문화일보]“땅 빼앗길 판, 이게 무슨 날벼락”… 농지조사에 전국 곳곳 한숨2026-09-18 14:14
작성자 Level 10

■ 타들어가는 農心
“평생 농사만 짓다 투기꾼 될 판”
“평당 3만원에도 문의조차 없어”
땅주인 경작권 회수 농사 포기
현장 조사 지자체도 부담 호소

수원=박성훈·대구=박천학·부산=이승륜 기자, 전국종합

“남의 땅이지만 내 땅처럼 농사를 지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채소를 재배하던 60대 임차농 A 씨는 최근 농사를 접었다. 비닐하우스와 노지 등 약 4000㎡에서 친환경 작물을 재배하며 어렵게 인증까지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토지주가 경작권을 회수했고, 결국 A 씨는 친환경 인증을 취소하고 농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내세워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농촌 곳곳에서 임대차 관행과 고령농의 농지 이용 등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농촌의 현실적인 농사 관행까지 일률적으로 단속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안성에서 농사를 짓는 60대 B 씨도 “평생 농사만 지은 내가 이제 와서 투기꾼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농사일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일부 농지를 지인에게 맡겼는데, 농지 임대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커졌다는 것이다.

80대 이상 고령 농민이 적지 않은 지역에선 농사일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이웃 논에 거름을 뿌려 주거나 농작업을 대신해 주는 품앗이가 흔하다. 한 농민은 “이런 것까지 법 위반 여부를 따져 묻는다면 누가 농촌에서 남을 도우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상속받은 농지를 처분하지 못해 애를 먹는 사례도 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50대 C 씨는 10여 년 전 부모에게 물려받은 경북 예천의 농지 약 3000㎡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변 농민에게 사실상 무상으로 농사를 맡긴 이 농지를 3.3㎡당 3만 원 수준에 처분하려고 매수자를 찾았지만 문의조차 거의 없었다고 한다. C 씨는 “그냥 줘도 농사지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이런 땅까지 투기 대상으로 보고 전수조사를 한다니 농촌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최근에는 우량농지조차 예전보다 낮은 가격에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대출을 회수하지 못해 담보 농지를 경매에 부쳐도 전수조사 이후 유찰이 반복되거나 낙찰가가 감정가를 크게 밑도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투기 목적의 농지 이용자는 당연히 찾아내야 한다”면서도 “평생 농사를 지은 사람과 고령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해 불가피하게 농지를 맡긴 사람을 조사 과정에서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