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관세 인상, 중동 전쟁 등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반복되며 공급망 불안을 키우는 가운데 정부가 농업용 비료의 안정적 수급 관리에 나선다. 위기단계별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공공비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비료 공급망 위기 대응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는 중동 전쟁으로 현실화한 비료 수급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이자 이재명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필수농업자원 지원 강화’의 일환이다.
2월말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히고 중동산 비료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비료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4월 기준 요소 가격은 전쟁 전인 2월과 견줘 81%, 인산은 20% 상승했다.
농식품부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비료는 연초 필요량의 대부분을 확보한 상태로 하반기까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이번 연구에선 먼저 공급망 위기단계를 설정한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비료 생산·수요·공급 상황을 반영한 위기 경보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석유·가스·곡물 등 주요 원자재를 대상으로 공급망 위기경보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구분해 맞춤형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비료도 이같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든다는 취지다.
공공비축 방안도 강구한다. 원자재와 완제품을 나눠 비축 필요성을 검토하고 각각 비축 품목·물량·기간·방식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원활한 비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발굴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과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런 구상은 4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언급된 바 있다. 당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정부와 공공기관, 민관이 나눠 (비료를) 비축하는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공공비축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와 공동구매 정책이 연구과제로 포함됐다. 기존 정책과 연계 가능성까지 고려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법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연말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제정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필수농자재의 가격 상승에 따른 대응 정책 수단으로 비료·사료 원료 비축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