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홍성의 한 양돈장 내 사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전자가 7일 또다시 검출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파악됐다. 앞서 홍성지역은 2월12일 다른 양돈장에서 ASF가 확진 판정됐고, 2월24일엔 또 다른 돼지농가가 보유 중인 배합사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돼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농가들은 홍성지역이 전국 최대 돼지 사육지역이라는 점에서 농장 사료 내 잇단 ASF 유전자 검출을 엄중하게 보는 상황이다. 사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됐고 이것이 ASF 발생으로 이어졌다면 농가의 방역·소독으로는 병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사료업계가 오염 사료제품을 신속히 회수하고 기금 출연, 외상 대금 동결, 살처분 보상금 증액 등 피해농가 재기를 위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한돈협회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정부의 일제검사 과정 중 5일 전남 함평 양돈장에선 돼지 사체처리기에 묻은 사료 분진 시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됐다. 7일엔 충남 홍성 농가 내 사료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다행히 농장 모두 정밀검사 결과 ASF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그러나 농가들은 불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홍성지역 돼지농가 사료에서 연달아 ASF 유전자가 검출된 것은 심상치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홍성은 2024년 기준 돼지 사육마릿수가 66만6456마리로 전국 시·군에서 가장 많다. 특히 7일 ASF 유전자가 검출된 농장 방역대(반경 10㎞·방역지역) 안에는 181농가에서 36만5521마리를 사육 중이다.
농가로선 오염 사료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유통되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앞서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농식품부 장관)가 2월27일 사료 원료인 혈장단백질과 이를 원료로 만든 배합사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사료 제조업체 2곳의 사료제품 355t이 회수됐거나 사용 중단됐다고 밝힌 게 전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ASF 전국 확산세를 멈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전국 양돈장 5300곳에 대해 일제검사를 1·2·3차에 걸쳐 15일까지 진행 중”이라면서 “검사를 완료한 뒤 그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SF 유전자가 검출된 사료에 대해서도 관계부서 확인을 거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SF 중수본에 따르면 올해 1∼8번째 ASF 발생농가에서 채취한 시료 각 80∼200여건에서 ASF 유전자 검출건수는 한농장당 0∼11건으로 다양했다.
3일 서울 서초구 대한한돈협회 사무실에서 이기홍 대한한돈협회장이 축산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이기홍 한돈협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ASF 발생농가와 특정 업체의 오염된 혈장단백질을 원료로 만든 사료 사용 농가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한 뒤 “2월10일 사료 원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됐을 당시 정부와 업계가 즉각적으로 사료 회수 조치만 했어도 이후 추가 발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료업계는 양돈농가와 동고동락해온 만큼 상호간 법적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병 발생에 따른 피해농가들이 신속히 재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한 “발생농가 살처분 이후 재입식을 통한 회복 기간이 최소 2년에 달하는 상황에서 가축평가액의 80%를 살처분 피해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기존의 대책만으로는 농가의 안정적인 경영 재개가 어렵다”면서 “정부는 가축평가액 전액을 지원하는 등 보상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