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돼지유래 혈장단백질 제품 시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기홍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지난 21일 긴급회의를 열고 ASF역학조사 결과 및 발생농장 지원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지난 20일 강원 철원과 전남 무안 소재 양돈장에서 추가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되면서 총 19건으로 늘어난 가운데 같은 날 농림축산식품부가 돼지 혈장단백질 제조업체가 사료원료 검사기관에 의뢰한 보관 시료에서 ASF 유전자 2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관련 정보가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가운데 감염력 유무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예방적 차원에서 해당 사료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고 나선 가운데 같은 날 경기도는 도내 혈장단백질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12개 제조사와 이를 사용하는 1000여개 양돈장에 대해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용중지와 회수를 요청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내렸다.
돼지혈액 유래 혈장단백질(보조사료)은 어린돼지(자돈)의 면역증강을 위한 첨가제로 주로 사용되며, 올해 발생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기존 어미돼지에서 주로 발생하던 것과는 달리 자돈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 상황이다.
검사기관 보관 중이던 사료업체 시료서 ‘바이러스 분절’ 2건 검출
▲역학조사 중간결과=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ASF 발생원인 규명을 위해 농장 반입물품·농장 종사자·불법축산물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두고 역학조사 진행하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전 어미돼지에서 주로 발생하던 것과는 달리 올해 발생하고 있는 ASF가 어린 돼지에서 폐사 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어린 돼지에 급여된 돼지 혈장단백질 함유 사료와 사료제조(공급)업체 및 사료원료 제조업체 등을 중점 조사해 왔다.
△발생농장 내 사료 142건 △사료공급업체 6개소(56건) △사료원료업체 1개소(26건) △사료원료 검사기관 2개소(68건)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돼지 혈장단백질 제조업체에서 사료원료 검사기관에 의뢰한 보관 시료 중에서 ASF 유전자가 2건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SF 유전자 검출’에 대해 ‘바이러스 분절이 검출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인지 여부는 실험을 통해 추가 확인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원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된 것은 국내에서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 혈액이 사료 공급망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오염된 사료 공급을 통한 ASF 유입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입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령에 따라 해당 물건의 소각·매몰 등을 조치하도록 하는 한편, 가전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www.qia.go.kr)에 해당 정보를 공개하고, 전국 양돈농장에서 예방적 차원으로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가전법(제3조의2)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시·도지사 및 특별자치시장은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고 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농장에 대한 가축전염병의 발생 일시 및 장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같은 법 시행령(제2조의 2)에서는 병명·농장명(소재지)·발생일시·규모 등에 더해 그 밖의 가축전염병 예방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자돈 면역증강 첨가제로 사용···경기도, 회수 요청·자체 검사
▲경기도, 안전성 확인될 때까지 사용 중지=ASF 확산 방지를 위해 양돈용 배합사료 제조업체 14곳을 긴급 점검한 바 있는 경기도는 도내 혈장단백질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와 해당 사료를 사용하는 양돈장에 대해 사용중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오염 우려가 있는 사료에 대한 긴급 일제 점검도 추진키로 했다.
경기도는 '어린돼지 면역증강용 혈장단백질 혈장단백사료(사료첨가제)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고 바이러스 유전자가 감염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아 전문 방역검사소에 의뢰했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학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도내 혈장단백질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12개 제조사(배합사료공장)와 혈장단백질 사료를 사용하는 1000여 돼지농장에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용 중지와 회수를 요청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렸다. 앞서 경기도는 양축용 배합사료 제조업체 14곳을 대상으로 최근 발생하고 있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양돈용 사료제조업체의 방역관련 준수사항 및 시설을 점검한 바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밝힌 ‘바이러스 유전자 분절을 검출한 업체’의 혈장단백질 제품이 경기도로 유입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혈장단백질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점과 도내에서도 혈장단백제품을 사용하는 배합사료업체 12곳이 있고, 또 혈장단백을 직접 제조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용 중단을 요청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며, 자체적으로도 바이러스 유무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돈협, ASF 확산 원인으로 확인 땐 손해배상청구 등 방침
▲만약 혈장단백질이 원인이라면=‘바이러스 분절이 검출됐기 때문에 감염력 여부는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방역당국의 설명을 감안, 감염력이 없는 것으로 판가름이 나더라도 일단 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유입 경로 파악이 중요해 보이는 가운데 만약 혈장단백질이 이번 ASF 확산의 원인으로 확인될 경우 양돈업계에는 큰 혼란이 예상된다.
도축단계에서 발생하는 돼지 혈액을 주 원료로 제조되는 혈장단백질은 단백질과 철분 등의 성분이 높아 어린돼지의 면역증강제 등으로 사용되는데, 농가에서 혈장단백 제품을 직접 사서 사료에 섞어 먹이는 경우보다는 자돈용 배합사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이를 섞어 완제품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 돼지 혈액을 제품화 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는 점에서 제품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의 사례는 지난 2004~2005년에 걸쳐 발생한 건으로 2004년 11월 경 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아 내륙과는 달리 수출길이 열려 있었던 제주도에서 돼지열병 항체가 확인되면서 수출이 중단된 바 있다.
이에 원인을 두고 조사가 진행됐는데 당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에서는 백신에 의한 항체로 판정됐다. 내륙에서 돼지열병 백신을 맞은 돼지가 도축장에 출하됐고 도축과정에서 발생한 혈액을 이용해 혈분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열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백신항체가 남게 됐다. 이어 이를 원료로 사용한 배합사료가 오염되면서 제주도 돼지에서 돼지열병 백신 항체가 검출됐다는 게 당시 결론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ASF 유전자 검출’에 대해 “검출된 건에 대해서는 병원성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며, 이뿐만 아니라 여전히 다양한 전파요인을 놓고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하지만 유전자가 검출된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가능성만으로도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법적 검토를 거쳐 일부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돼지유래 혈장단백질 제품에서 ASF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대한한돈협회는 “협회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현장의 민원에 따라 불법축산물, 자돈사료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며 특히 정부에 대해 “‘문제가 확인될 경우’ 제품 회수와 손해배상청구 등 농가 피해가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진우·이장희·안형준 기자 leej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