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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버리는’ 쓰레기에서 ‘모으는’ 쓰레기로···농촌의 실험 시작됐다2025-11-04 09:51
작성자 Level 10

‘다시 농촌답게’ 클린농촌 캠페인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삼삼은구’가 지난해 폐농약병 수거를 위해 마련한 ‘마을자원순환텃밭 모아’. 이곳에선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한 관리자가  폐농약병과 남은 농약을 함께 처리하고 있다. 사진=삼삼은구

그동안 농촌 쓰레기 문제는 ‘누가 버리고, 누가 태웠는지’와 같은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되며,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구조적 접근은 부족했다. 이에 현장에서 가능한 해결책을 실험하며 농촌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 참여 단체들이다. 본지는 ‘농촌 쓰레기 문제를 진단한다’ 기획 시리즈 두 번째 편으로, 이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전문가와 함께 농촌 쓰레기 문제의 해법을 짚어봤다.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 실험
지난달 초 (재)숲과나눔 회의실에는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려는 활동가들이 모였다. ‘2025 초록열매 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 자리로, 숲과나눔은 사랑의열매와 공동으로 농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를 3년 째 진행하고 있다. 숲과나눔 허그림 캠페이너는 “지난해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에 참여했던 단체가 올해도 선정돼 새로운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며, 농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리배출장 만들고 폐농약병·폐농약 수거량↑···마을 일자리 창출 일석이조

김인호 삼삼은구 대표가 오리엔테이션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말하고 있다. 
김인호 삼삼은구 대표가 오리엔테이션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말하고 있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단체들은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삼삼은구’ 김인호 대표는 영농폐기물 수거 범위를 더 넓혀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폐농약병을 수거하다 보니 다른 영농폐기물이 눈에 많이 띄었기 때문이다. 김인호 대표는 “지난해 폐농약병을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평균 160kg 정도 수거했었던 것을 지금은 1톤 넘게 모을 수 있게 됐다”면서 “올해는 영농폐비닐 배출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재활용되지 않는 영농폐기물이 마을에 얼마나 있는지, 어떤 게 처리하기 힘든지를 조사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삼삼은구는 지난해 물걸리마을에 분리배출장(자원순환텃밭 모아)을 만들고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폐농약병을 수거했다. 기존에는 폐농약병과 남은 농약을 따로따로 버려야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분리배출장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일괄 수거가 가능해졌고, 이를 관리하 는 마을 일자리도 생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에만 폐농약병 600kg,  폐농약 70L를 수거했고, 분리배출장 관리자(모아지기)에게는 월 76만원(60시간 활동)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에 올해는 마을에 영농폐비닐까지 분리배출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관리할 공공일자리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데도 관심···생분해성 유인망 활용 등 시도

생분해 유인망을 사용한 수세미밭. 사진=삼삼은구
생분해 유인망을 사용한 수세미밭. 사진=삼삼은구

영농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여보려는 실험도 한다. 그는 “지난해 영농폐기물이 나오는 걸 봤더니 가장 처치 곤란한 게 오이나 단호박 농사에 쓰이는 유인망이었다”며 “군에서는 마대에 담아 대형폐기물로 처리하라고 하지만, 유인망이 덩굴하고 엉켜 부피도 크고, 가위로 잘라 버리기도 힘들어 소각하는 게 현실이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생분해성 유인망. 김인호 대표는 경북 문경에서 오미자 재배를 위한 생분해 유인망이 개발 돼 있다는 정보를 얻어, 삼삼은구가 운영하는 밭에 수세미를 재배해 봤다. 김 대표는 “마을 분들에게 수세미 재배한 것으로 보여주니 오이나 단호박 농사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는 답을 들어, 올해는 지자체와 같이 생분해 유인망을 사용하는 실험을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자원 순환율 결정

또 다른 프로젝트 참여단체인 사회적협동조합 ‘푸르메가 사는 지구’의 이재향 이사장은 지난해 전북 남원 산내면 12개 마을에서 농촌쓰레기 수거 체계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영농폐기물 30톤, 재활용품 5톤을 수거했다. 

올해는 남원시 주생면에서 쓰레기 수거 체계를 구축할 계획. 오리엔테이션에서 이재향 이사장은 “올해는 마을 관리자 중심으로 쓰레기 문제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힘쓰고, 쓰레기 배출장을 관리하며 불편한 점들을 조사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시스템은 마을 이장님이 모든 것을 다 관리하고 있어서 이장님이 마을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자원 순환율이 결정된다고 본다”라며 “이를 이장님의 역량에 맡겨 둘 것인지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는 고민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실험을 토대로 한 정책 제안도 이뤄질 예정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는 ‘농촌쓰레기 컬렉티브’의 일환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부소장은 “농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책 제안 보고서가 나오면 그 결과 공유를 통해 농촌 쓰레기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해 힘을 보태 줄 수 있는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라고 전했다. 
 

마을별로 관리 시스템 구축···운영 예산은 정부 지원 바람직

(재)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앞줄 가운데)과 ‘2025 초록열매 프로젝트’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9월 10일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재)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앞줄 가운데)과 ‘2025 초록열매 프로젝트’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9월 10일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를 진행하고 있는 허그림 캠페이너는 “시나 군에서 농촌 쓰레기 수거를 총괄하는데 워낙 지역이 넓고 도시처럼 촘촘하게 인프라를 짜기 힘드니 관리가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도 안 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마을 일은 마을 주민이 제일 잘 아는 만큼 마을마다 자체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마을연구소 일소공도 구자인 소장
마을공동체가 지속 관리···‘발생량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구자인 일소공도 소장.

“농촌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지 않고 그때그때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어요. 누가 게을러서 그런 것도 아니고 국민성이 안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자꾸 생각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구자인 소장은 농촌 쓰레기 문제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는 입장에선 쉽게 할 수 있는 게 다 같이 모여 대청소를 하는 것이고, 그나마 효능감도 있죠. 그런데 가정에서 생활쓰레기는 계속 나오는 것이고, 영농폐기물도 어느 마을을 가든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이걸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죠.”
그는 이렇게 방치돼 온 쓰레기 문제로 인해 농촌이 지닌 가치마저 훼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는 흔히 농촌을 맑고 깨끗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농촌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죠. 농업 소득을 높이는 것이나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얘기지만, 농촌에 살면서 농촌 환경을 지키는 일은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 소장은 특히 영농폐기물이 농촌 쓰레기의 핵심 문제라고 진단했다. 

“생활쓰레기는 소비 자체가 많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적어요. 진짜 문제는 영농폐기물입니다. 비닐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농업 구조가 고투입 방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많이 쓰고 많이 버리게 되는 겁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꽉 맞물려 농민들이 발버둥 치는 건데 지금의 방식으론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구자인 소장은 영농폐기물과 같은 농촌지역 쓰레기가 마을 공동체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처리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공공 행정이 수행하기 어려운 역할은 마을의 전문 조직이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성에서도 2~3개 마을을 묶어 농식품부의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사업에 참여해 예초기도 돌리고 마을 공동체 차원에서 여러 활동을 해 왔어요. 문제는 내년에 사업이 끝나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가 없다는 것이죠. 직불금은 다 개인에게 지급되고 공동체 활동은 어떻게 반영할 거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습니다. 도시는 행정에서 다 청소를 해주는데, 농촌 주민들에게 자원봉사 식으로 떠넘겨선 안 됩니다. 영농폐기물과 같은 농촌 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마을조직을 만들고, 행정에서는 이들에게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는 영농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농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지자체 조례를 봐도 대부분 영농폐기물을 어떻게 수거하겠다는 얘기밖에 없어요. 농업 농촌이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려면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영농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분해가 되는 비닐이 이미 많이 개발돼 있지만 가격이 비싸잖아요. 농촌엔 노인이 대부분이라 밭에 있는 비닐을 다 걷어낼 인력도 없어요. 행정에서 환경친화적 자재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는 “영농폐기물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하면 환경과에선 ‘우리는 청소를 해주는 일이니 농정과에 물어보라’고 하고, 농정과는 또 쓰레기 문제를 본연의 업무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런 면에선 이제 농식품부가 환경부하고 업무협약이라도 맺어 역할을 정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