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야당, 산림청장 인사·외교부 장관 발언에 시간 허비‘추가 선정’ 요구로만 뒤덮인 농어촌기본소득 제언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부의 논콩 장려 정책 및 수매 현황을 비판하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8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어기구, 농해수위)의 올해 농림축산식품 분야 국정감사는 뒤로 갈수록 더욱 힘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야당은 정쟁을 농해수위로까지 끌어오는데 주로 힘썼으며 여당 의원들은 이를 무시한 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수혜를 어떻게든 당장 지역구로 끌어오는 데에 애를 썼다. 중대한 농정실책을 도마에 올리고 전환과 개혁을 크게 강조하는, 농민들이 바랄만한 고강도 집중 감사라 할 만한 장면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통령실 정치 공세 농해수위까지 가져와
 
 김인호 산림청장의 인사 과정 등을 두고 앞서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많은 질의를 펼쳤던 국민의힘은 이날도 많은 의원들을 통해 관련 공세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야당은 이 사안 쟁점화의 근거로 김 청장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사이의 연결고리를 내세우고 있고, 그로 인해 대통령비서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가 이미 첨예한 대립 속에서 국정감사의 기회를 허비하고 있단 점을 생각하면 국회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농해수위에선 이 사안을 피감기관과 엮기 위한 무리한 시도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조승환 의원은 인사혁신처 주관 국민추천제 제도에 스스로 지원해 임명된 김인호 산림청장의 인사과정을 문제 삼았는데, ‘셀프추천’이 문제라는 것인지, 그 인사를 송미령 장관이 사전에 알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것인지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질의를 내내 계속했다.
 
 실상은 두 사안 다 문제제기의 소지가 없는 내용으로, 이날 대부분의 질의에 크게 반박하지 않던 송미령 장관도 “산림청장 인사에 특별히 제 역할이 있지는 않다. 또 본인이 기여할 의사가 있고 능력이 있으면 스스로 추천할 수 있기에 (국민추천제에서의) ‘셀프추천’은 위법이 아니다”라며 다소 황당하다는 듯 반응했다.
 
 ‘몰라서 문제’라는 식의 단순 반복 질의는 관세협상을 소재로도 계속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대상 쌀 수입쿼터 확대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야당은 이 같은 발언이 그간의 정부 입장이나 농식품부의 설명과 다르다며 농식품부를 반복적으로 압박했다. 그때마다 송 장관은 “외교부 장관은 협상의 주체가 아니고,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 “쌀과 소고기는 공식 협의에서 처음부터 ‘레드라인’이었으니 염려치 않으셔도 된다”, “국별 쿼터를 우리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등의 답변을 반복했고, 어기구 위원장도 “야당 의원들의 걱정이 크니 오전 중 보도자료를 내 달라”고 정리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계속 질의 기회가 소비됐다. 실제 정부 공언대로 쌀이나 소고기 등 농업 분야 추가개방에 대한 공식 논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불과 하루 뒤 한미정상회담의 내용 및 타결된 관세협상 결과에 의해 금세 밝혀졌다. 농식품부를 더 지도할 여지가 없고, 실상 역시 금방 드러날 것이 뻔히 보이는 사안을 교정하겠다며 많은 시간을 쓴 셈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발언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왜 우리 지역 기본소득 빠졌나” 메아리
 
 여당 의원들이 가장 많이 치중한 질의는 결국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농어촌기본소득’에 대한 것이었다. 다만 그 내용은 아직 선정 지역이 발표되기 이전이었던 14일 농식품부 국정감사 당시와 내용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우리 지역을 살펴 달라’는 요구가 ‘왜 우리 지역이 빠졌는가’라는 질책으로 바뀐 정도라 정리할 수 있다.
 
 즉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한 발전적 제언이라기 보단 대부분이 지역 민원에 가까웠는데, 이미 이뤄진 평가결과를 폄하하고 그 기준에 대한 공격도 큰 주저 없이 이뤄지는 등 기 선정 지역과 주민들 입장에선 불편할 만한 언사가 계속됐다.
 
 송 장관이 전라남도 대상 추가 선정을 요구하는 주철현 의원의 질의에 “내년도 예산이 일단 확정돼야 하는데 정부안은 제출됐고 이제 위원님들이 심의를 해 주셔야 하니 심의과정에서 말씀을 달라”고 답하자 주 의원은 “결국은 책임자인 장관이 대통령께 직고해서 더 늘려야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기재부를 설득할 생각을 하셔야 한다”고 맞서는 등 사업 확대와 예산 확보의 책임을 놓고 여당과 부처가 서로 역할을 미루는 모습도 아쉬움을 남겼다.
 
 
 
 농지규제 완화에 ‘경종’
 
 그래도 의미 있는 정책 질의에 나선 이들을 꼽아보자면, 우선 임대진 광주광역시 청렴기획팀장을 참고인으로 부른 임미애 의원이 돋보였다. 임 의원은 그를 통해 광주시가 지방세 자료를 활용한 감사기법을 도입해 농업법인 대상으로 106억원의 탈루 세금을 추징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와 같은 혁신적 감사 모형을 통해 농업법인을 통한 농지투기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임 팀장은 “법인과 관련해 부처 간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국세 추징이 지방세와 영농보조금 추징 검토로 이어지고, 법인 해산 명령·고발·과징금까지 조치가 이어지면 전국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확신했다.
 
 임 의원은 “이재명정부에서 직불금, 영농형 태양광 등을 확대할 예정인데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들어온 영농법인을 규제하지 않으면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한 투기 근절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친환경 임차농들이 실경작 행위에도 불구하고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친환경 인증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하는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임 의원은 이날 유일하게 이들이 종합감사일에 맞춰 국회 본청 앞에서 연 대규모 기자회견을 적극적으로 조명하고, 농지법과 직불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전종덕 의원 또한 농지규제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는데, 정부가 농지규제 완화에 치중해 식량자급률 목표(55%)를 그저 숫자로만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을 빠뜨리지 않았다. 전 의원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목표 달성을 위해 150만ha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는데 이 감소세대로라면 2027년 농지 면적이 144만ha가 된다. 5만ha가 모자라면 식량 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셈인데 정부는 농지 규제 완화에 더 열심인 것 같다”라며 “필요 농지보다 모자라는데 재배면적 감축을 계속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주목할 만한 질의로 임호선 의원은 실제 농가 피해사례를 통해 보상체계를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을 크게 조명하고 육계농가들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임 의원은 “정말 심각한 사안으로 피해농가는 살처분도 보험 가입도 안 된다. 농가에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라며 “보상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미국과 일본을 참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희용·김선교 의원은 10월 중순까지 이어진 ‘가을장마’로 수많은 품목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안이 중한데도 정부가 조사만 계속 이어갈 뿐 대책을 내놓지 않아 현장에서 큰 비판이 나온다는 점을 전했다. 동시에 병충해 피해 벼 전량수매, 파종지연에 따른 재해보험 신청기간 연장, 사료작물 수급대책 등 현장에서 시급히 요구하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짚었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가 생산을 장려했던 논콩의 수매를 보장하는 등 이미 결정된 양곡정책에 대해선 신뢰도를 높여달라며 짧게나마 반복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특히 윤준병 의원은 현재 소비에 있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루쌀 정책을 ‘윤석열농정의 실패 사례’로 질타하며 폐기를 요청하고, 이를 계기로 양곡정책에 있어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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