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일본의 쌀 가격 급등의 배경과 산지 및 소비지에의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후지시마 히로지 도쿄농업대학 명예교수.1년새 가격 두배이상 뛰자
수입쌀로 대체 움직임 확산
소비 이탈도 가속화 우려
일정부, 생산억제 방침 철회
한국 감축정책에도 경종
일본 정부의 잘못된 쌀 수요 예측과 감산 정책이 쌀값 급등을 불러오면서, 소비 이탈을 가속화하고 수입쌀 대체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과적으로 농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요 감소에만 초점을 둔 우리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정책에도 경고음이 켜졌다.
농촌진흥청은 5월 27일 일본 쌀값 급등의 원인과 그에 따른 산지·소비지 영향을 분석하고 한국산 쌀의 대일 수출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 후지시마 히로지 도쿄농업대학 명예교수를 초청했다. 후지시마 교수는 ‘일본의 쌀 가격 급등의 배경과 산지 및 소비지에의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복합적으로 몰려오고 있는 일본 쌀산업 위기를 진단했다.
후지시마 교수는 쌀값 급등의 출발점으로 일본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을 지목했다. 그는 “일본 농림수산성은 코로나19와 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예상해 재배면적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며 “벼 재배면적은 2019년 146만9000ha에서 2023년 134만4000ha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외국인 관광객과 일본 내 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외식·가공용 쌀 수요는 반등했다.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2024년 8월 미야자키현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과 정부의 지진주의보 발령은 쌀 사재기로 이어지며 가정용 쌀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수급 불균형과 불안 심리는 곧바로 쌀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코시히카리 기준 5kg당 소매가격은 2023년 4월 2303엔에서 2024년 4월 2384엔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같은 해 7월 2683엔, 10월 3774엔, 2025년 4월에는 4770엔까지 치솟았다. 1년 새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쌀값 급등이 생산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후지시마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쌀값 상승으로 생산자 수익이 올라가면 좋아할 일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기존 쌀 생산자 수익률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더라도 실질 수익은 미미하다”며 “오히려 농가들은 쌀값 상승이 소비 이탈을 가속화하고, 외식업체의 수입쌀 전환을 유도할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외식업계와 가공업계에서는 수입산 쌀로의 전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기존에는 사료용이나 원조용으로 주로 쓰이던 77만톤의 MMA(최소시장접근물량) 수입쌀도 주식용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일본인들이 해외여행 중 외국산 쌀을 직접 사 들이는 현상도 심화되며 수입쌀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도 낮아지고 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자리에선 ‘일본 정부가 왜 쌀값을 못 잡고 있는지’, ‘일본 정부의 향후 쌀산업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한국쌀의 일본 시장 진출 경쟁력은 있는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후지시마 교수는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했지만, 유통 주체가 농협 등 소수에 한정되다 보니 소비지에서는 가격 안정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미곡 도매상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며 “이에 정부는 비축미 판매 조건을 철폐하고, 소형 슈퍼마켓 등 다양한 소비지에서도 정부 비축미가 유통될 수 있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기존 감산정책의 일환으로 논 면적 일부에서 벼 재배를 금지하는 의무할당 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생산 억제 방침을 철회하고 공급 확대 기조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한국쌀의 경쟁력’과 관련해선 그는 “한국쌀은 일본쌀과 품종·품질이 유사해 일본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새로 취임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일본산 쌀 한 포대를 5kg에 2000엔(약 2만 원) 이하로 판매하겠다고 했는데, 한국산 쌀이 이 가격 이하로 공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