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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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정신문]“농민·시민의 삶 위협하는 미국 GMO 감자 반대한다”2025-05-08 10:23
작성자 Level 10

미국 심플롯사가 개발한 유전자조작물(GMO) 감자의 수입 승인 여부를 놓고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약처)가 안전성 검토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25일 GMO 감자 수입 현실화가 농민·시민의 삶을 위협한다고 여기는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농정> 주관으로 ‘GMO 감자 수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GMO반대전국행동·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 및 남인순·송옥주·이원택·문금주·임미애(이상 더불어민주당)·김선민(조국혁신당) 국회의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살펴보자.

정리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열린 ‘GMO 감자 수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열린 ‘GMO 감자 수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GMO 감자 수입 논하는 정부, 미국 농민 위해 존재하나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


근 10년간 국내에선 GMO 관련 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거의 ‘잔혹사’라 할 만한 역사가 이어져 왔다. 2016년 이래 전국 98개소(면적 기준 721.73ha)에 약 16.5톤 물량의 GMO 유채가 방출됐고, 2017년 전남 목포에선 재배 중이던 미승인 GMO 목화를 발견했다. 2023년엔 앞서 8년간 국내에서 미승인 GMO 주키니호박이 재배·유통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상과 같은 ‘잔혹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GMO 유출로 인한 농민·시민 피해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없었고, 책임자 처벌도 없었다는 점이다. 피해 농가를 향한 보상도 아예 없거나 GMO 주키니호박 사태 때처럼 미약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는 데 그쳤다.

이와 같은 GMO 관련 잔혹사가 이어졌음에도 정부는 미국 심플롯사가 개발한 GMO 감자 3종(‘SPS-E12’, ‘SPS-Y9’, ‘SPS-X17’)의 수입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하니 문제 제기를 안 할 수 없다. 심플롯 측은 유전자변형을 통해 해당 감자들의 아크릴아마이드(인체발암 추정물질) 발생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GMO 감자의 개발에 참여한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는 본인의 저서 <판도라의 감자>에서 해당 감자들에 대해 ‘개발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를 줄인 대신 또 다른 독성물질인 아미노아디페이트를 증가시킨다’고 증언한 바 있다. 유전자조작으로 인한 새로운 독성물질 함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GMO 감자 3종 중 SPS-Y9를 향한 농촌진흥청의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가 ‘적합’으로 나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안전성 심사절차만 남게 됐다. 식약처가 심사에 속도를 낼 시 이르면 5~6월 중 국내에 GMO 감자가 수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GMO 감자 수입 승인 시 벌어질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시중에 유통되거나 가공용으로 쓰인 감자 중 무엇이 GMO 감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GMO 감자 수입이 현실화될 시 주로 감자튀김용으로 수입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감자튀김을 주로 판매하는 맥도널드·버거킹·교촌치킨·BBQ 등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모두 「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 종사업체로 분류된다. 식품접객업 분야엔 GMO 식품 표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련 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GMO 감자로 만든 감자튀김을 판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GMO 표시 의무가 없는 걸 이용해 심플롯 측에서 패스트푸드 업체들에 GMO 감자를 더 많이 판매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미국 맥도널드의 경우 2014년 GMO 감자 사용 거부).

둘째, GMO 감자가 수입되는 만큼 국내 감자 생산 농민들의 입지가 좁아진다. 국내 식량자급률이 20%에 그치는 가운데, 감자는 그나마 100%에 달하는 자급률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미국산 GMO 감자가 들어오면 당연히 이 입지는 흔들릴 것이다. 국산 감자 자급률이 높은 것과 별개로 가공용 감자 시장에선 수입 감자의 비중이 높아서 이를 국산 감자로 대체하는 숙제가 남아있건만, 오히려 미국산 GMO 감자 수입 가능성을 논한다는 건 정부가 우리 농민이 아닌 미국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 한다는 뜻이다.

셋째, 정부 측은 수입 승인 여부를 심사 중인 GMO 감자가 ‘감자튀김용’이란 전제를 달고 있지만, GMO 감자 수입 승인 심사는 ‘감자’가 대상이고 ‘감자튀김’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GMO 감자 수입 승인 현실화 시 생감자 자체가 수입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농진청은 GMO 감자에 발아억제제를 처리해 발아 가능성을 없앨 것이라 하나, 과학적으로 발아 가능성이 0%라고 장담할 상황도 아니다. 또한, 농진청은 운송 과정의 낙곡(작물 일부가 유출돼 땅에 떨어진 것) 우려가 없고 낙곡되더라도 자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하나, 2020년 사료용 GMO 옥수수 낙곡의 자생체(자연에서 스스로 자라난 것)가 발견된 걸 볼 때 충분히 자생 가능성이 남아있다.

국민들은 한목소리로 GMO 감자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 밥상의 주식인 감자를 오염시키고 국내 감자 생산 농민들의 입지를 좁히는 데다 생태계 오염 가능성까지 낳을 GMO 감자 수입,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이며 이 결정을 통해 이득 볼 이들은 누구인가?
 

GMO 감자 수입, 국내 감자 농가에 치명타



권민수 ㈜록야·팜에어 대표


최근 국내 감자 생산현황은 매우 좋지 않다. (록야와 거래하는) 충청도·경상도·강원도 감자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봄철 파종 시기 기후변화로 인해 감자 싹이 나다 말고 얼어버리는 등의 상황이 발생한다.

팜에어 데이터에 따르면, 국산 감자는 최근 4년간 연속으로 지난 10년간 평균가격보다 30~40% 높은 가격대가 형성됐다. 달리 말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2022년 기준 10a당 감자 생산량은 약 2.3톤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2.5% 감소한 생산량이다.

한편 심플롯 GMO 감자의 특징으로 △발암유발 가능물질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률 70% 감축 △흑반병 발생 최소화를 통한 감자 저장성·상품성 향상 △저장 중 손실되는 감자 비율 40% 이상 감축 등이 거론된다. 이게 우리로선 굉장히 위협적인 요소다.

국내에서 국산 감자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업체는 제과 3사(농심·오리온·해태)로, 연간 구입 물량의 약 60%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40%는 계절관세를 적용해 들여온 수입 감자를 쓴다. 식품업체들로선 감자를 튀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를 저감하는 것과 감자 저장성 강화가 큰 숙제였기에, 이러한 ‘이점’을 띤 (GMO) 감자의 수입량을 늘린다는 건 기업으로서도 긍정적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어디까지나 영리를 목적으로 움직이기에, 국산 감자 대비 (심플롯 홍보 상으론 저장성이 뛰어나기에) 관리도 용이한 데다 미리 이야기하면 자신들이 딱 원하는 양만큼 업체(심플롯)가 물량을 보내주니 기업으로선 그 또한 편하다. 반면 국산 감자를 납품받는다면 감자 가격이 오를 시 개별 농가가 도매시장에 출하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개별 감자 농가 전체를 관리해야 하니, 기업으로선 번거롭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국산 감자와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감자 간 단가 차이를 봐도, 국산 감자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 팜에어와 관세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공영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감자들의 연평균 단가는 1kg당 1442원인 반면, 2024~2025년 미국산 감자 수입 단가는 1kg당 900~990원 선이었다. 물론 미국산 감자는 관세가 낮을 때만 들여온 것이라 비교 과정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국산 가공용 감자 수매가격이 미국산 감자 대비 높은 추세를 보인다는 건 확인 가능하다.

한편 모든 생산자가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감자 생산자들로서도 영리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기존 감자 품종 대비 저장성과 생산성이 뛰어난 감자를 들여온다면 그 감자 품종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수입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심플롯 GMO 감자도 LMO, 즉 ‘생물체’라는 것이다. 이 감자의 품종이 무엇인지 모르고 심었는데 생산성이 높다는 이유로 그 품종을 선택하게 된다면, (GMO 주키니호박 종자가 우리도 모르는 새 각지로 퍼진 것처럼) GMO 감자 품종이 대한민국 전역에 퍼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농사짓기 위해 심었을 뿐인 감자가 GMO인지 아닌지 농민들이 알긴 어렵다. 문재형 집행위원장이 언급했듯이 GMO 검사용 키트를 갖고 다니며 일일이 검증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요컨대 GMO 감자 수입 현실화 시 △수입 감자의 유통 안정성 확보 및 장기 보관 가능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 △높은 생산 원가 및 저장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산 감자의 시장 점유율 하락 △GMO 감자의 ‘아크릴아마이드 저감’에 따른 가공용 국산 감자의 수요 감소 등의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상황은 국내 감자 생산 농민에게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감자 생산 농민으로선 다른 노지 작물을 재배해 안정적 소득을 거둘 수 있다면 그나마 걱정이 덜하지만, 그들에게 선택지는 2~3개 밖에 없다. 감자 아니면 양파·마늘이다. 그러나 양파·마늘은 (농산물 가격안정 명분을 내거는 정부의) 주된 수입품목이다. 생산자들로선 선택지가 없다. 나는 이처럼 농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국내 감자농업에 악영향을 끼칠 GMO 감자 수입을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