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냉동밥제품에 수입 쌀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나 농업계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C사의 김치볶음밥 제품 뒷면을 살펴보면 원재료 원산지에 ‘쌀(외국산)’ 표기가 선명하다.가정간편식(HMR)의 한 종류인 냉동볶음밥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식품대기업의 제품 대부분이 외국산 쌀을 원료로 쓰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농업계에선 “이른바 ‘컵밥’에 외국산 쌀을 사용해 사회문제가 된 게 3년 전”이라면서 “식품대기업이 국산 쌀 사용 확대 약속을 슬그머니 져버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농민신문’은 냉동식품 매출액 기준 3대 업체인 C사·P사·O사가 시판 중인 냉동볶음밥과 냉동비빔밥 제품을 온라인과 유통매장을 통해 최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3곳 냉동밥제품 46종 가운데 국산 쌀을 쓰는 것은 단 5종(10.9%)에 불과했다. 나머지 41종(89.1%)은 외국산 쌀이 원료였다.
대형마트 판매 현황도 살폈다. 3월29∼30일 서울의 대형마트 2곳과 기업형 슈퍼마켓 1곳 등 3곳을 찾아 3개 식품업체 냉동밥제품 17종의 쌀 원산지를 확인했다. 17종 모두 외국산 쌀을 사용했고 국산 쌀이 들어간 제품은 1종도 없었다.
외국산 쌀의 원산지는 미국산·호주산·중국산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들은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으로 수입된 쌀을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냉동밥시장 규모는 2353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주먹밥·도시락을 제외한 볶음밥·비빔밥 제품은 15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외국산 쌀 사용량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 쌀 사용 이유에 대해 해당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냉동상태로 보관하다 가열해 먹는 제품 특성상 국산 단립종 쌀보다 중립종 쌀이 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산·호주산 쌀을 쓴다는 업체 관계자는 “해동했을 때 찰기가 많지 않고 고슬고슬한 밥알을 유지하려면 중립종이 특성에 맞다”고 말했다. 미국산·호주산·중국산 쌀을 사용하는 업체 관계자는 “냉동밥은 양념에 버무린 상태로 유통되다 소비자가 고온에서 볶아 조리하는 만큼 원료 쌀의 신선도에 따른 품질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엔 정부비축미(국산 구곡)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업계가 정부비축미를 사용했지만, 구곡 재고가 부족한 때가 많아 수입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또한 “정부비축미의 식품업계 할당량이 줄어 국산 구곡 수급이 외국산보다 빠듯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이한 건 이들 업체가 농협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동일제품엔 국산 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세 업체 관계자는 “농협 방침상 하나로마트 공급제품에는 국산 쌀을 사용한 냉동밥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하나로마트 판매가격이 다른 대형마트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급불안이 이유라는 업체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 쌀은 1㎏당 단가가 국산 정부비축미의 절반, 국산 햅쌀의 4분의 1 수준으로 원료비 절감 차원에서 수입 쌀을 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농업계는 이같은 식품업계 행태가 과거 농업계와 한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2022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C사 부사장, O사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컵밥 제품 등에 국산 쌀 사용 확대를 약속했는데 3년도 안돼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가도 간편식용 벼 생산단지 규모화, 식품업계와의 계약재배를 원하고 있다”면서 “농가와 식품업계가 시장 수요에 맞는 품종을 도입해 계약재배하도록 정부가 나선다면 밥쌀용 벼 재배면적 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