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제목(농민신문)“연말 특수마저 사라졌다”…한숨 깊어지는 농가2024-12-27 09:15
작성자 Level 10
경기 침체에 탄핵정국 겹쳐 
송년회 등 모임 취소 잇따라 
농축산물·화훼류 소비 급감 
11월 폭설피해 농민 ‘이중고’ 
골목상권 활성화 노력 절실
0a02ce9a-93b8-1512-8193-f10dd73d0e66
충북 음성군 대소면 오류리의 한경표씨가 출하하지 못한 ‘게발선인장’을 근심스런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다.

“38년간 화훼농사를 지었지만 올해같이 판매가 안된 적은 처음입니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막막함에 밤잠을 설칩니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3330㎡(1000평) 규모로 다육식물을 재배하는 한경표씨(62)는 출하하지 못해 시설하우스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게발선인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발선인장’은 통상 성탄절을 겨냥해 11월초∼12월말 출하가 마무리된다.

한씨는 “이달 들어 거짓말처럼 판매가 뚝 끊겼다”면서 “올해 성탄절 대목을 목표로 2년 동안 인건비·전기료·영농자재비 등이 다 투입됐는데 판로가 막혀 빚더미에 나앉을 판”이라며 탄식을 했다.

경기 침체와 탄핵정국 여파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송년회 등 연말 모임이 취소되면서 농축산물 수요가 감소했고, 선물용 화훼류 소비도 급감해서다. 11월말 폭설 피해를 본 농가들은 이중고로 시름 중이다.

대소면에서 ‘피어리스’ 등 관엽식물을 재배하는 배효정씨(67)는 “폭설로 시설하우스 절반이 주저앉는 바람에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멀쩡한 화분이라도 빨리 판매하고 싶지만 최근 어수선한 시국 때문인지 도매상들이 찾아 오지를 않는다”며 허탈해했다.

3일 발생한 계엄 사태 이후 4∼20일 서울 서초구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관엽식물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억7738만원보다 34% 줄어든 5억1590만원에 불과했다.

양파·대파 등 식당에서 주로 소비되는 양념채소류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도 발주량이 급감했다.

정영완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상무는 “3일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19일 기준 발주량이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했다”고 말했다. 부경양돈농협 측도 ‘포크밸리 한돈’ 발주량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품목은 가격도 하락했다. 대파의 경우 계엄령이 선포된 3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상품 1㎏들이 한단에 3000원을 넘어섰던 것이 최근에는 1900원대로 내려앉았다.

연말 특수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도 사라졌다. 강원 정선군 북평면에서 한우 60여마리를 기르는 신대희씨(63)는 “소값이 보통 이맘때쯤이면 1㎏당 2000∼3000원은 올랐는데 지금은 공판장 경락값이 꼼짝하질 않는다”며 “경기가 침체되고 시국도 불안정해지니 사람들이 소비를 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배씨는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대출 이자와 남겨진 식물을 관리하는 데 한달에 최소 500만∼600만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화훼농가 대부분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한호 전남 진도 선진농협 팀장도 “대파의 경우 지금 시세로는 출하를 하면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가격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아 출하를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시장과 골목상권 회복을 위해 연말 모임을 재개해달라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당부가 이어지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8일 시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공직과 민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공직자들부터 요란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나 골목상권을 활용해 연말 모임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