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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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경자유전 폐지론 위험···공동영농·조직화가 현실적 대안”2026-05-27 10:03
작성자 Level 10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식량과기후는 지난 20일 경기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창립 기념 포럼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주량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농지 정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농정 최대 화두로 떠오른 농지 소유 문제와 영농형 태양광 확대를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농업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단순히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농지가 시장에 넘어가며 식량안보 기반이 흔들린 대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농형 태양광 역시 발전 수익 중심으로 접근하면 농업 생산성과 농지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단법인 식량과기후가 지난 20일 경기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창립기념포럼에서 제기됐다. 식량과기후는 이날 포럼을 시작으로 식량안보와 기후위기, 농업·에너지 전환 등을 아우르는 활동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량과기후 창립 기념 포럼에서 남재작 대표(아랫줄 가운데)와 참석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농지 시장화 사례 경고, 강력한 농지 관리체계 병행돼야···농지은행 전면 개편 필요성도


포럼에서 ‘사용자 유전 중심의 농지 제도와 공동농업’을 주제로 발표한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농정의 가장 큰 한계로 ‘농지 문제’를 꼽았다. 그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 농업국가들은 농업정책의 중심에 항상 농지를 두고 있었다”며 “농업에 필요한 것은 농지·물·빛·사람인데, 우리는 농지 전환을 등한시하면서 농업정책 전체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선 해외 농지제도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은 농지중간관리기구를 통해 농지 교환·합병·임대 이용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프랑스는 농지거래 관리기구인 ‘세이퍼’를 통해 국가가 거래 질서 유지에 개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역시 거래 허가와 임대 제도를 통해 농지의 안정적 이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자유전 폐지론에 대해서는 “단순 폐지가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례로는 우리와 같은 경자유전 원칙인 농지농유, 농지농용에서 농지농유를 제외한 대만을 들었다. 대만은 농지 소유 제한을 완화했지만 실제 농업 이용을 관리·통제하는 데 실패하면서 농지가 일반 부동산화됐고, 농지전용과 가격 급등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경자유전을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제한 완화에는 강력한 농지 관리체계가 함께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농지 현실에 대해 “이미 농지 소유자의 상당수가 비농민”이라며 “그렇다고 단순 폐지가 답은 아니고, 오히려 경자유전을 현실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개인 농업인뿐 아니라 공동농업 조직과 농업법인, 주주형 공동영농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직접 경작 개념을 확장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농업 제도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미 농지 소유권이 지나치게 복잡해진 상황에서 소유권 정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는 “현실적 대안은 공동영농과 조직화”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전면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농지은행은 우량농지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일본 농지중간관리기구처럼 농지 관리·임대·통합 기능을 적극 수행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지와 에너지의 통합 설계 필요성도 강조됐다. 그는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는 농촌 공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농지와 분리해 접근할 수 없다”며 “영농형 태양광 역시 농지의 농업적 이용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농형태양광, 수익 접근 한계···농지·에너지 통합 설계 필요, 농업 생산성·공공성 고려해야 


포럼에선 영농형 태양광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영농형 태양광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윤성 엔벨롭스 대표이사는 “영농형 태양광을 단순히 발전량이나 농가 소득만으로 접근하면 앞으로 30년 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엔벨롭스는 영농형태양광 전문기업으로 국내외에서 영농형태양광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온 기업이다. 윤성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을 단순 발전사업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 인프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실제 태양광 패널이 온도·습도 조절과 강풍·강우 피해 완화 등에 효과를 내면서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도입 후 물 이용 효율이 높아졌고, 전남 보성 녹차밭에서는 서리 피해 감소 사례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또 엔벨롭스가 인도네시아에서 패널 각도를 인공지능으로 조절해 하부 환경을 관리하면서 콩 생산성이 노지보다 증가한 사례도 언급했다.


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차광률 30% 이하’ 기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벼농사 중심으로 설정된 기준이 다양한 밭작물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벼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다른 작목에는 생산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작목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생산성 감소율 기준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면서 생강·버섯 등 특정 작목 중심으로 사업이 쏠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과된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에 대해서도 그는 “30년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성은 커졌지만 실제로 30년 동안 영농을 어떻게 유지·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지원센터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농 유지 여부를 데이터 기반으로 지속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식량과기후 창립 공식화···“한국 농업이 처한 현실 알리고 정책적 대안 제시·협력 플랫폼 역할”


식량과기후 창립 기념 포럼에서 남재작 대표(아랫줄 가운데)와 참석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식량과기후 창립 기념 포럼에서 남재작 대표(아랫줄 가운데)와 참석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사단법인 식량과기후 창립도 공식화됐다. 식량과기후는 이날 창립 포럼을 통해 앞으로 지향할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식량과기후는 우선 한국 농업과 식량안보가 처한 현실을 과학적 근거와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 사회에 정확히 알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농업과 안정적인 식량 체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농업계와 시민사회, 전문가와 정책결정자, 미래세대가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인 ‘농업지식채널 짓다’를 통해 농업과 식량, 기후위기에 관한 지식과 문제의식을 시민들과 공유해 나갈 계획이다. 포럼과 세미나, 현장 방문 등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하며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의 지혜, 시민사회의 관심이 만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가겠다고 알렸다.


남재작 식량과기후 대표는 “농업과 식량의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 분야”라며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의 선택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식량과기후는 더 늦기 전에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시작하며,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만들어가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