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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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수축산신문)[Issue+] 비상 걸린 벼 수매가, 정부 대책 효과 거둘까2024-10-16 10:42
작성자 Level 10

20만 톤 매입키로…쌀 소비감소세 변수·시장격리 외 중·장기 대책도 필요

벼 수매가 폭락 우려에 기대 이상의 시장격리

수급 불균형이 낮은 쌀값 주된 원인

쌀값 높고 낮음을 소비자물가로 바라볼 게 아니라
생산자인 농업인 생산비 감안해야
농협·농업인 등이 소통하며 재배면적 줄이고
수급 안정시켜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어 농촌에서는 수확이 한창이지만 낮은 쌀값에 벼 수매가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충남 당진에서 실시된 순성농협 농작업대행 수확 시연 모습.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어 농촌에서는 수확이 한창이지만 낮은 쌀값에 벼 수매가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충남 당진에서 실시된 순성농협 농작업대행 수확 시연 모습.

올 수확기 수매가가 6만 원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쌀값 반등을 위해 정부가 기대 이상의 시장격리 물량을 포함한 대책을 내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올해산 첫 산지쌀값은 정곡 80kg 기준 18만8156원으로 지난해 21만7552원 보다 2만9396원, 13.5%가 하락했다. 수확기 산지쌀값은 상대적으로 타지역에 비해 가격이 높은 강원, 경기지역의 브랜드 쌀값이 다수 반영되는 10월 5일 첫 조사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확기에도 10월 5일자 21만7552원을 고점으로 12월 25일 19만7632원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해 평균 20만2797원을 기록했다. 11월 15일에 19만9280원을 기록하며 20만 원선이 무너졌지만 21만7552원으로 제법 준수했던 시작 탓에 정부가 약속한 평균 20만 원을 간신히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수확기 첫 쌀값부터 18만8156원을 기록하며 농심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올 수확기에 총 20만 톤의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며 쌀값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 벼 수매가 폭락 우려에 20만 톤 매입 계획 발표

본격적인 벼 수확이 시작되면서 최근 농업 현장에서는 수매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강원 철원지역의 경우 벼(조곡) 40kg 기준 수매가를 7만4000원선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했지만 지난해 8만 원이 넘는 수매가를 기록했던 이천, 여주 등 경기도의 유명 산지조차 6만 원대의 우선지급금을 지급하고 연말에 최종 수매가격을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쌀 주산지라 할 수 있는 지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통계청 예상 생산량이 가장 많은 충남지역은 세종이 5만 원대에서 수매가를 확정했으며 대다수의 농협은 4만5000원에서 4만8000원 사이의 우선지급금을 지급하고 정산을 연말로 미뤘다. 전남과 전북 역시 4만 원대의 우선지급금을 지급하고 연말에 수매가를 확정해 추가 지급하기로 하는 등 특별히 가격 반등이 있지 않는 이상 올해 전국 평균 수매가는 6만 원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국 평균 벼 40kg 수매가는 수확기 산지쌀값 평균이 반영되는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에서 4000~6000원 가량 적은 수준에서 연동해 결정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지난해에도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7만120원이었으며 전국 평균 벼 수매가는 6만3954원으로 6000원 가량 차이가 났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저가미가 많은 주산지 벼가 쏟아져 들어오기 전인 수확기 첫 산지쌀값이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한 듯 농식품부는 지난 15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10일 발표한 10만5000톤을 포함해 총 20만 톤의 시장격리 계획을 밝혔다. 공공비축미 36만 톤을 포함해 올 수확기에 올해산 쌀을 총 56만 톤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예상생산량의 15% 수준이다.

 

  # 민간 매입 유도·수확기 평균 19만 원대 회복 기대

정부와 농협을 비롯한 농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이같은 낮은 쌀값의 주된 원인을 수급 불균형에서 찾고 있다. 수요를 초과하는 많은 생산량과 급격하게 줄고 있는 소비량이 쌀값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급격한 소비 감소세는 예측의 신뢰도마저 위협하고 있는 지경이다.

통계청은 지난 7일 ‘2024년 쌀 예상생산량조사 결과’를 통해 올해산 쌀 예상생산량을 지난해 보다 4만5000톤이 감소한 365만7000톤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도 국민 1인당 예상 쌀소비량을 지난해 56.4kg에서 올해 53.3kg으로 3.1kg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이 전년과 비교해 3kg 이상 줄어든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며 감소율로는 1969년 이후 최대폭이다. 이에 따라 예상수요량도 연초 362만 톤에서 352만9000톤으로 줄었다.

예상생산량 365만7000톤에 예상수요량 352만9000톤을 가정하면 초과생산량은 12만8000톤이 된다. 농식품부는 이를 상회하는 총 20만 톤의 수매계획을 발표해 제한적이나마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초과생산량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던 정부가 그 이상의 시장격리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시장에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이를 통해 가격이 빠지는 것은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만 수확기 평균 쌀값이 20만 원을 넘는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정부 발표가 수확기에 벼를 매입하지 않으려고 했던 민간의 매입을 유도할 수 있다면 지난해 농협으로 몰렸던 매입물량의 분산과 수확기 평균 산지쌀값을 19만 원대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시장격리 외 중·장기 대책도 마련돼야

정부의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최근 쌀 소비감소세가 변동이 심해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부의 20만 톤 시장격리 계획이 농업 현장의 요구에는 살짝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수확기에 초과생산량을 9만5000톤으로 추산하고 구곡 재고 부족 등을 감안하면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산지쌀값은 이내 추락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5만 톤씩 4차례에 걸쳐 총 20만 톤의 시장격리 계획을 발표해야 했다. 그사이 산지쌀값은 계절진폭 없이 19%가 넘게 하락했다. 정부 예측대로 초과생산량이 9만5000톤이었다면 10만 톤을 격리한 시점에서 수급이 맞았어야 했고 이후 추가적인 매입을 할 때마다 가격이 올랐어야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와 농협 등은 소비감소가 예상보다 크게 이뤄진 영향이라고 분석했으며 농업인단체 등은 대책의 발표와 시행 시기를 놓친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국회 역시 지난 7일 열린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충분하지 못한 물량으로 시장격리에 따른 효과를 온전히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 발표된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은 시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규모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전하는 이들도 있는 만큼 쌀값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중·장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떨어진 가격을 회복시키고 장기적인 가격 안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유효한 단기대책은 대규모 시장격리 외에는 효과적인 방식이 없고 중·장기 대책은 정부, 농협, 농업인 등이 소통하며 재배면적을 줄이고 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완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전국협의회장(보성농협 조합장)은 “쌀값의 높고 낮음은 소비자물가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생산자인 농업인의 생산비를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며 “농업인과 농협, 정부, 유통업체 등이 적정가격과 소비자에게 고품질 쌀의 위생적인 공급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회장은 “적정생산과 계절진폭 발생 등 안정적인 쌀값 유지를 위해 농업인과 농협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정부에서도 정책의 기대효과가 최대한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연산표시제에 대한 검토나 현미 보관, 유통구조 개선 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 고민도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보형 농협 벼전국협의회장(광천농협 조합장)은 “쌀 문제의 가격 기준이 전국 평균이지만 실상 대다수의 농업인과 생산량은 주산지의 중저가미가 대부분”이라며 “도별로 상황이 다른 쌀 문제를 지역 여건에 맞게 세분화해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