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이 7월 30일 농지 전수조사 기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 등 9대 위험군 농지
실경작 여부 확인작업 본격화
정부가 전국 농지의 행정 정보를 활용한 기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의 27%(필지 기준)가 불법 임대차,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8월부터 이들 농지를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심층조사가 시작되며, 수도권 등 9대 위험군 농지의 실경작 여부도 본격적으로 확인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 31일 농지 기본조사를 마무리하고, 8월부터 위반 의심 농지 등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농지 대장에 등록된 전체 농지 약 195만ha 가운데 올해 조사 대상은 1996년 이후 취득한 136만ha(1049만 필지)로, 5월 18일부터 7월 29일까지 이 중 97%인 132만ha(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가 완료됐다.
조사 결과 전체 대상의 27%(284만 필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면적으로는 30만ha 규모다.
기본조사는 농지 대장과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 비료·면세유·재해보험 등 지원사업 이용실적, 항공사진, 농지은행 위탁 면적 등 각종 행정 정보를 활용해 심층조사가 필요한 농지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는 공무원 5313명과 민간 조사원 2964명이 참여했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221만 필지, 25만3000ha)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 11.6%(122만 필지, 12만ha), 불법 전용 9.0%(95만 필지, 9만9000ha), 소유 제한 위반 1.4%(14만 필지, 3만3000ha)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세종(2만3000필지, 2000ha)의 위반 의심 비율이 43.9%로 가장 높았고 제주 38.8%(7만7000필지, 1만4000ha)와 강원 33.8%(24만8000필지, 3만2000ha)로 뒤를 이었다. 다만 수도권은 애초부터 심층조사 대상에 포함된 지역으로, 기본조사 단계에서는 실경작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아 위반 의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7월 30일 브리핑에서 “의심 농지 27% 전체를 현 단계에서 농지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심층조사 결과에 따라 위반 사례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어 기본조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서면 임대차가 원칙이지만 농지는 토지나 부동산과 달리 구두 임대차 계약이 일반화돼 있는 현실 때문에 계약 관계가 불투명한 구조에 놓여있다”면서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조금 더 진전될 수 있는 계기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조사 기간 농지은행 임대수탁 농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12건에서 올해 7955건으로 약 80% 증가했다.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에는 농지법 위반 신고 206건이 접수됐으며, 강제퇴거 신고 8건 가운데 전수조사와 직접 관련된 사례는 2건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또 올해 상반기 농지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증가하는 등 현재까지 전수조사와 농지 거래량과의 연관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심층조사 대상은 총 78만ha(603만 필지)다. 기본조사에서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된 30만ha와 수도권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기존 9개 위험군 56만ha를 합친 규모에서 중복 면적 8만ha를 제외한 수치다. 올해 조사 대상 농지의 57%에 해당한다.
심층조사는 8월부터 현장조사, 보완조사를 거쳐 연말까지 진행되며,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법 위반과 투기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특히 수도권 농지의 실경작 여부에 대한 현장 확인이 본격화되는 만큼 최종 위반 사례는 기본조사 결과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장조사는 공익직불제, 농업경영체 업무를 담당해 온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공무원과 조사원이 농지를 방문해 이용 실태를 확인한다. 도서·산간 등 접근이 어려운 지역은 드론과 항공·위성사진 등을 활용한다.
현장 확인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불법 임대차 여부 등은 보완조사를 통해 추가 확인한다. 농지 소유자에게 입증 서류를 요구하되 고령농 서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정보를 추가 활용하고 마을이장·주민이 참여하는 문답조사와 탐문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심층조사 결과 확인된 위반 사항을 유형별로 구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 등은 농지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는 반면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불가피하게 휴경한 경우나 농업인 간 필요에 따라 농지를 맞바꿔 경작하는 등 농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반적인 위반 사례는 처분 대신 계도 등의 보완 조치를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위반 농지와 장기 유휴농지 등은 행정처분 외에도 농지은행이 매입·복구하거나 위탁받아 청년 농업인이 이용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지 매입과 관련해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처분 농지와 관련해 농지은행 매입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 당국과 내년도 예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농지 제도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와 추진단을 구성하는 부분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지가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농업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리 체계나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