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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전수조사는 출발점일 뿐"…농지 관리 틀 다시 짜야2026-03-02 15:29
작성자 Level 10

전문가들, 상시 관리체계 구축 제안
직불·연금 등 농가 자산 보완책 필요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고성진 기자] 

2021년 LH 농지 투기 사태 이후 농업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에서도 관련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특별법은 제정되지 못했고, 농지 전수조사 역시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사진은 2021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농지전수실태조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사진=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2021년 LH 농지 투기 사태 이후 농업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에서도 관련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특별법은 제정되지 못했고, 농지 전수조사 역시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사진은 2021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농지전수실태조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사진=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재명 대통령의 농지 전수조사 지시가 농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농지 전수조사 요구에 본격적인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농지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수조사 자체가 정책의 종착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실현하려면 농지 전용을 억제할 보완 대책과 농가 자산을 보전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상시 관리체계, 감시·통제 장치 필수···농지관리기구 신설 주문도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농지 전수조사와 매각 명령의 실질적 이행 방안 마련 지시가 농지의 공익성과 경자유전 원칙을 재확인한 상징적 조치라는 데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전수조사는 출발점일 뿐, 핵심은 상시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지 문제는 농업 구조 전환의 핵심 의제”라며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전수조사는 엄청난 국가사업으로, 중요한 것은 조사 이후 농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며 “이미 경지면적이 150만ha 아래로 감소한 상황에서 단순 실태 파악을 넘어 농지 전용을 억제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석두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는 “전수조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관리할 제도적 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차 신고의 실효성 확보, 권리 이동 관리, 휴경지의 재경작 유도 등을 수행할 상설 농지관리기구가 필요하다”며 “기존 농지은행 기능을 확대하든, 별도 전담기구를 신설하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지 전용을 상시적으로 감시·통제할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농지 보전이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병옥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제도개선TF 단장 역시 “이번 조사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정부 의지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직불제가 농지를 중심으로 설계되는 구조인 만큼 직불제와 농지 관리 기능을 통합하는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성명을 내고 “농지 전수조사와 함께 농지총량관리를 실시해 전용·개발 시 대체 농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농지대장 개괄적 조사 그쳐 ‘데이터 기반 진단·처방해야···수도권 우선 추진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의 배경에 현행 농지 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9~11월 농지 이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농지대장도 98%가량 데이터베이스화돼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개괄적 조사’ 수준으로 평가한다.

조병옥 단장은 “소유자·지목·면적·이용 현황뿐 아니라 임대차 관계, 임대료, 재배 작물, 직불금 수령 여부 등 종합 데이터가 갖춰져야 한다”며 “1949~1950년 농지개혁 이후 국가 차원의 정밀 전수조사가 사실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상속·이농 농지 비율이나 임대차 비율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데이터 한계 때문”이라며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석두 이사는 “농지대장은 정적인 행정 정보에 가깝다”며 “임대차 변동이나 권리 이동이 발생할 때 즉시 갱신되지 않으면 관리체계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홍상 이사장 역시 “전수조사는 단순 현황 파악을 넘어 농지 보전·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농지대장 업무를 실질적 관리 시스템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임대차 신고 실효성 확보 △휴경지 관리 △불법 임대 점검 △농지 전용 상시 감시 등을 수행할 제도적·조직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수조사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을 한 번에 조사하는 것은 시간·예산·인력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며 “투기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농지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병옥 단장도 “2021년 농지법 개정 이후에도 경기도 농지는 지가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며 “투기적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부터 우선 점검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기 ‘파일럿 조사’를 통해 제도를 정교화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농가 자산 보전 병행돼야···직불금 확대·연금 강화 등 보완 필요

농지 규제 강화가 농가 자산 가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농가 자산을 농지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가격 억제 정책만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강마야 연구위원은 “농지를 생산수단으로 본다면 가격은 낮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는 자산 개념이 결합돼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농지 자산이 농가의 유일한 자산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부담이 농지에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불금 확대나 연금 강화 등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 농가 자산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경자유전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농지 문제를 일반 부동산 정책과 동일선상에서 접근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지는 생산수단이자 자산”이라며 “규제 강화가 기존 농업인의 재산권과 세대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직불제 확대 등 보완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도 준비작업 착수
조사방식·후속 조치 검토 중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전수조사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방식과 후속 조치 방안은 아직 내부 검토 단계라는 설명이다.

김기환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은 “농지 투기 근절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세부 내용이 섣불리 현장에 전달될 경우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조사 방식과 후속 처리 방안은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휴경지 조사와 관련해서는 “휴경지뿐 아니라 농지가 농지로 쓰이지 않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부분에 대해 매년 조사하고 있으며, 전수조사를 할 경우 이러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수조사를 한 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바라보기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김 과장은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난 4년간 현장 조사와 드론 항공사진, 지자체 확인 절차 등을 거쳐 전국 농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놓은 상태”라며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본 데이터 작업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수조사는 기존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현재 상황에 맞게 최대한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농지까지 모두 현장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조사 방식과 범위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언급된 처분명령과 관련해선 “매년 1400~1900건의 처분명령이 이뤄지고 있고, 이행강제금은 연간 약 500건, 부과액은 110억원 수준”이라며 “아예 집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처분명령 비율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경욱·고성진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