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 보조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에 한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을 놓고 농업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농가 경영비 부담이 급증하는 등 농촌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농업계에선 올해 예산(288억원)보다 36억원 많은 324억원이 최소한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제 공급망 불안정 등으로 비료가격이 크게 뛰면서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사업’을 2022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비료값 상승분의 80%를 중앙정부(30%)·지방자치단체(20%)·농협(30%)·농민(20%)이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도입 첫해인 2022년 정부는 1801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농가경영비 부담 완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2023년과 올해에도 사업은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2023년엔 1000억원, 올해엔 288억원으로 지원금을 확 줄였고, 내년도 예산안엔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 측에선 비료 대란이 일어났던 2021년 8월 대비 원자재값이 하락한 점을 이유로 들어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가와 업계는 전혀 다른 시각을 내놓는다. 일단 내년에도 비료값이 비교적 높게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중동지역 전쟁이 심화하고 중국의 원자재 수출 제한 조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다.
환율도 변수다. 국제적으로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비료업계 부담은 고공행진 중이다.
실제로 농협이 2021년 8월 비료값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22년 비료값 지수는 190.1에 달했고 2023년엔 149.7로 나타났다. 올해는 132.8로 파악됐고,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133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농가 경영비 부담은 더 큰 문제다. 보조금이 지급되는 올해 농가는 비료 한포대(정상가 1만5200원)당 2550원을 보조받아 1만2650원(1만5200원-2550원)에 비료를 구매했다. 하지만 보조금이 사라지면 비료 한포대를 구매할 때 1만5200원을 그대로 내야 할 공산이 크다.
농협에 따르면 현재 연간 전체 비료 소요물량(100만t)의 85%가량이 보조금 지원을 받고 거래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농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간 86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승운 전북 김제 금만농협 조합장은 “쌀값이 떨어지면서 농촌경제가 어려워졌는데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 보조사업까지 없어진다면 농가 줄도산이 우려된다”면서 “올해 예산이 288억원으로 급감해 농가 부담이 컸던 만큼 정부는 올해보다 36억원 많은 최소한 324억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도 해당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지속해서 정부를 설득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찾아 농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