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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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농민신문]“성실한 일손 기대했는데”…계절근로자 근무태만에 ‘전전긍긍’2025-11-04 09:54
작성자 Level 10
불성실 근무로 수확시기 놓치고 
농사일 서툴러 농가 손해 입기도 

인력 교체 땐 시간·비용 더 들고 
농작업 지연 등 관리에 부담 

현장배치 전 사전교육 강화 필요 
“계약 불이행 피해 보전책 마련을”
5면_계절근로자 근무태만
경기 여주의 잎채소류농가 권영식씨가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불성실한 근무로 올여름 치커리를 갈아엎은 뒤 다시 심은 아욱을 바라보고 있다.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데 제대로 일을 안 하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일손을 확보한 농가들이 일부 근로자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 인력난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되레 농가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여주시 대신면의 1만900㎡(3300평) 규모 비닐하우스에서 잎채소류를 재배하는 권영식씨(71)는 올해 3월 여주시와 라오스간 업무협약(MOU)을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2명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한달여 만에 근로자 교체를 요청해 5월 다른 근로자 2명을 다시 배정받았다. 처음 배정된 근로자들이 농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농사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고용한 근로자 2명 중 1명도 근무 태도가 불성실해 8월 계약을 해지하면서 현재는 1명만 남았다. 권씨가 계약을 해지한 3명의 근로자들은 지시한 농작업을 소홀히 했고, 특히 권씨가 자리를 비우면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권씨는 올여름 치커리와 얼갈이배추 등 잎채소 수확시기를 놓쳐 전체 15동의 비닐하우스 중 5동을 갈아엎어야 했다.

권씨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사일이 서투르다는 점을 감안해 숙련자의 60% 수준으로만 일할 수 있도록 파종량을 줄였는데도 태업에 가까운 근무로 한 작기를 망쳤다”며 “23년간 농사를 지으며 여러 작업자를 고용해 봤지만 올여름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마을에서 10㏊(3만평) 규모로 고구마·가지·브로콜리 등 복합영농을 하는 한규성씨(66)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월 라오스 출신 외국인 계절근로자 4명을 배정받은 한씨는 이 중 2명이 농사일을 성실히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씨는 “지시한 일을 대충하거나 이유 없이 손을 놓는 경우가 많아 작업이 자주 지연됐다”며 “몇차례 경고 끝에 일을 중단시키고 대체 인력을 급히 구해 농작업을 이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실한 인력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관리 부담만 커졌다”고 토로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농가형과 공공형을 합쳐 지난해 720명, 올해 1411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가에 배치됐는데, 이 중 3회 이상 경고를 받아 본국으로 송환된 근로자는 4∼5명 정도”라며 “불성실 근로자 명단을 만들어 상대국에 통보하고 재입국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다수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수라 하더라도 해당 농가에는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민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씨는 “농가 입장에서 근로자를 교체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정신적 고통과 농작업 지연 등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성실한 근로자가 오는 게 최선”이라면서 “한국 농장에 배치되기 전 근로자가 현장에 적응하고 성실히 근무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특히 강화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계절근로자의 불성실 근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실태를 파악해 계약 불이행에 대한 제재나 피해 보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주=최상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