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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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농어민신문)전투기 소음에 꺾인 청년 양돈인 ‘날개’…“턱 없이 낮은 보상 억울”2024-10-11 09:43
작성자 Level 10

김현태 평택 덕풍농장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돼지 6800두 규모의 평택 덕풍농장은 2015년 400여m 거리에 공군 신규 활주로가 들어서며 생산성 저하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2015년부터 양돈업에 뛰어든 김현태 덕풍농장 대표가 농장과 활주로 사이의 간격을 설명하며 그동안의 어려웠던 점을 토로하고 있는 모습이다.
돼지 6800두 규모의 평택 덕풍농장은 2015년 400여m 거리에 공군 신규 활주로가 들어서며 생산성 저하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2015년부터 양돈업에 뛰어든 김현태 덕풍농장 대표가 농장과 활주로 사이의 간격을 설명하며 그동안의 어려웠던 점을 토로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이후 4년간 지루한 법정 다툼을 하고 있고요. 돼지 키우는 걸 자랑스러운 일이라 여겼는데, 이젠 꿈을 향해 가던 그 날개가 꺾인 것 같아요.”

부친의 양돈장을 이어받아 한돈산업의 주역이 되려 했던 30대 한 청년 양돈인의 날개를 군 전투기 소음이 꺾어버렸다. 대학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했지만 어려서부터 늘 봐왔고 아버지가 해온 양돈업이 자신에게 더 적합하다고 여겨 건국대 대학원에서 축산을 전공한 뒤 2015년부터 돼지를 키우고 있는 경기 평택 덕풍농장의 젊은 양돈인 김현태(37) 대표 이야기다. 9월 27일 현장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한 뒤 10월 9일 전화로 추가 취재한 김현태 대표의 근 10년간 사연을 전한다. 
 

낮은 농장 성적에 안 해본 게 없는 5년원인은 400m 떨어진 ‘공군 활주로’ 소음

“돼지를 제대로 키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 후 바로 농장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대학원에서 축산을 전공한 뒤에야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죠.”

2015년 젊은 김현태 대표의 합류로 김 대표 부모가 운영해 오던 6800두 규모의 덕풍농장 미래는 더 밝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김 대표 합류 이후 덕풍농장 생산성적은 오히려 형편없이 떨어졌다. 양돈 생산지표인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가 6~7두 줄어들었고, 80% 이상 유지하던 분만율도 절반 가까이 내려갔다. 모돈에서 갑작스런 유산이 나거나 폐사가 발생했고, 농장 회전율도 급감했다. 
 

김현태 대표는 2015년 양돈인이 된 이후 생산성 저하가 자신의 잘못으로 보고 다양한 현장 경험과 여러 시설 투자 등을 진행했다. 
김현태 대표는 2015년 양돈인이 된 이후 생산성 저하가 자신의 잘못으로 보고 다양한 현장 경험과 여러 시설 투자 등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돼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년간 여러 양돈 교육을 수료하고 이를 농장에 적용하기 위한 투자도 계속했다. 분뇨 이송 차량으로 인한 질병 유입 차단과 돈사 환경 개선을 위해 농장에 정화방류시설과 액비순환시설을 새롭게 구축했다. 외부 정액으로 인한 PRRS(생식기호흡기증후군) 등의 질병 유입을 막기 위해 정액을 직접 채취해 자가 AI(인공수정) 시행을 수년간 해오고 있고, 외부 후보돈 구입 시 석 달의 순치 및 격리가 가능한 후보돈 순치사도 운영했다. 

“제 잘못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정말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다 해봤어요. 하지만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죠.”

5년간의 모든 노력이 결과물로는 만들어지지 않았던 2020년 12월, 김 대표는 농장 성적 하락의 원인이 자신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덕풍농장 인근에 공군 활주로가 있었는데 하필 김 대표가 농장에 합류한 2015년 농장과 더 가까운 거리에 추가 활주로가 생겼고, 그 활주로는 덕풍농장과 불과 400여m 거리에 불과했다. 이 활주로를 이용하는 공군 전투기 등의 소음이 농장 성적에 치명타를 안긴 것이다. 
 

덕풍농장에서 바라본 400여m앞의 활주로 모습으로 양돈장 주변으로 군 비행기가 수시로 오르내리고 있다.
덕풍농장에서 바라본 400여m앞의 활주로 모습으로 양돈장 주변으로 군 비행기가 수시로 오르내리고 있다.

“2020년 12월 한 송년 모임에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어요. 그때 한 분이 자기 아는 사람이 철도 옆에서 한우를 키우는 데 소음 피해로 어미소가 유산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혹시 평택이면 기차가 지나가지 않느냐고 묻는데, 갑자기 400m 지근거리에 있는 공군 비행기 활주로가 떠올랐어요. 바로 변호사와 상담을 해 2020년 12월 말에 소장을 접수하며 재판이 시작됐죠.”
 

3년 재판 걸쳐 1심 승소했지만 낮은 감정평가에 ‘불복’2심 진행, 재감정 앞둬

2020년 12월 제기했던 소송은 3년의 재판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8일 1심 결과가 나왔다. 현장에 방문하면 비행기 소음이 얼마나 크고 또 자주 발생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만큼의 상황이었던지라 당연히 1심에선 원고(덕풍농장) 측 승소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피해 산출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NH농협손해보험의 자돈 보험 가액은 포유자돈 1마리당 10만원, 이유자돈은 15만원으로 기준가액이 설정돼 있다. 덕풍농장의 자돈 보상 기준이었던 17kg 자돈(8주령)의 경우에도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가격이 13만3402원~13만7990원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덕풍농장의 피해 보상액은 17kg 자돈 한 마리에 5만9831원으로 책정됐다. 갓 태어난 새끼 돼지인 포유자돈의 가치가 10만원이지만 1심 감정 평가에선 110kg 비육돈 가격 37만7142원을 1kg으로 단순 환산한 수치인 3519여원에서 17kg을 곱해 나온 값인 5만9831원만을 피해 산출액으로 삼은 것이다. 1심 감정 평가대로라면 1.4kg의 갓 태어난 돼지 두당 가격이 10만원이 아닌 4927원에 불과하다. 보통 2심에선 1심 재판에 대한 법리 해석 위주로 재판이 진행되지만 다행히 2심에선 재감정 평가 결정이 내려졌고 현재 재감정 평가를 앞두고 있다.
 

“선례 남길 수 없어유산·사산 등 피해 크지만 자돈 가격이라도 인정받고 파”

김현태 대표는 돼지를 키울 수도, 그렇다고 안 키울 수도 없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며, 후배 양돈 농가들의 선례가 되기 위해서라도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자돈 이외에도 유산, 사산 등 여러 피해가 발생했고 시설 투자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적어도 자돈 가격이라도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요. 이번 재판을 하면서 알게 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농촌 환경, 양돈 현장을 잘 모른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제 억울함도 크지만 제 재판이 선례가 될 텐데 앞으로 후배 양돈 농가들을 위해서라도 1심에 승복할 수가 없었어요.”

김현태 대표는 지금도 돼지를 키우고 있지만, 그럴수록 적자는 누적되고 있다. 돼지 키우는 걸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소음 피해를 받는 양돈장을 구매할 이는 없고, 또 돼지를 재입식해 정상궤도로 올리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금액이 필요하기에 양돈장을 놀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각종 규제와 민원 등으로 인해 새로운 부지를 찾기도 어렵다. 

청년 양돈인의 날개를 꺾은 전투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덕풍농장 인근을 저공비행하고 있다. 귀를 막아야 할 정도의 굉음을 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