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의 한 농가에서 라오스 국적의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이 오이 잎·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외국인 계절노동자수가 올해 9만명을 돌파했지만 행정·재정 지원은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들은 입국 지연과 숙소 확보, 보험료 부담 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계절노동자 입국 인원은 2021년 543명에서 2023년 2만8683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9만350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절노동자 증가 속도를 행정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경기 양주에서 오이와 애호박을 재배하는 한모씨(53)는 “올해 계절노동자 입국이 오이 수확기보다 1주일 정도 늦어지는 바람에 꽃을 제거하며 수확 시기를 조절해야 했다”며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농사 계획 전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파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유희진 파주시계절근로자협의회 대표(57)는 “라오스 국적의 계절노동자가 당초 4월10일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입국은 5월10일로 한달가량 늦어졌다”며 “현지 명절과 출국 수속, 국내 입국심사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계절노동자 입국이 4∼5월에 집중되는 만큼 출입국심사와 행정절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인력 부족과 심사 강화 등으로 입국 지연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검증 체계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파주에서 열무 등을 재배하는 노모씨(61)는 “계절노동자 대여섯명 가운데 한두명은 능력이나 성실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농가가 사실상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송출국 단계부터 인력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검증하고, 송출기관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지자체들은 폭증하는 계절노동자 업무를 감당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교육과 통역,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 지원사업이 확대되면서 업무 부담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군에서는 계절노동자 배정규모에 맞는 전담인력 기준 마련과 국·도비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가들은 계절노동자 5인 이상 고용 시 의무 가입해야 하는 산재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한다. 경기도와 일부 시·군이 보험료의 절반가량을 지원했지만 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농가가 모두 부담하는 실정이다.
숙소문제는 여전히 큰 숙제다. 계절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해 기준에 맞는 숙소 제공이 의무화됐지만 농가들은 숙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인들이 외국인 입주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농가가 직접 숙소를 신축하려 해도 건축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경기도와 시·군이 최대 3000만원 한도로 지원하던 숙소 건립비도 올해 전액 삭감됐다.
최근 인건비와 농자재비 상승에 농산물 가격 약세까지 겹치면서 농가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양에서 시금치와 열무 등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김모씨(61)는 “농가가 계절노동자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할 경우 임금의 20% 이상 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 지침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이라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양주·파주=오현식 기자 hyun200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