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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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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낮은 문턱에 농정효율 저하…‘농업인’ 혜택 누리는 도시민 증가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3-12-08 09:37
조회
72

[농업·농업인 정의, 이대로 좋은가] (상) 왜 이슈인가 
전체 농가인구 감소에도
대도시 농가 오히려 증가
공익직불제 도입후 뚜렷
“취미농, 농촌 유지 기여”
지방소멸 대안 반론도
시대변화 못 담는 ‘농업’
범주 확대 검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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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직불금과 조세감면 등 각종 농정의 수혜 대상이 되는 ‘농업인’ 요건을 재정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이 농업인 요건을 느슨하게 정의해 효율적인 농정을 저해한다는 것. 농업을 생업수단으로 삼지 않고도 농업인 자격으로 정책 지원을 받는 이들이 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기술 발달과 융복합농업이 가속화하는 시대를 맞아 수직농장·대체단백질 등 새로운 농식품 생산방식을 ‘농업’으로 바라볼지도 쟁점이다. ‘농민신문’은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장태평)와 함께 농업·농업인 정의 기준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올 연말 퇴직하는 직장인 A씨(59)는 최근 경기 가평에서 나온 농지 매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생산관리지역에 속한 3858㎡(1167평) 규모의 농지 가격은 7000만원.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서울에서 가깝고 농업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 매입을 고려 중이다. A씨는 “어차피 취미농사라 일부 땅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을 심고 나머지엔 농촌 태양광사업이 가능한지 알아볼 생각”이라며 “공익직불금과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등 혜택이 쏠쏠하고 농협 조합원 가입도 할 수 있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도시에서 생활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농촌에 터를 잡는 광경은 이미 낯설지 않다. 농촌으로 터전을 옮기지 않고 ‘5도2촌’이나 ‘4도3촌’ 형태로 도시와 전원의 삶을 병행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상속 또는 여유 자금으로 구입한 농지를 바탕으로 농업인 혜택을 누리는 건 기본이다.



농사를 업으로 삼는 생계형 농업인 입장에선 이런 상황에 의문과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농산물 작황이나 시세로 속앓이하는 일 없이 맘 편히 취미농사를 짓는 이들에게도 직불금과 세제감면 등 농업인 혜택이 똑같이 주어진다는 점에서다. 농업경영체로 허위 등록한 ‘가짜 농업인’ 수백명이 태양광발전 우대 혜택을 받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지난달 발표되자 ‘농업인 판단 기준이 너무 허술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퇴직 후 남양주에서 2000㎡(605평) 규모로 농사를 짓는 이인규씨(62)는 “합법적으로 농업인 지위를 얻었는데 ‘가짜’ 운운은 불편하다”며 “농사 규모가 작고 소득이 낮아도 도시민이 유입되면 농지 거래가 이어지고 농촌 사회 유지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전업농뿐 아니라 생활형 농업인까지 끌어안는 정책이 지방소멸 시대에 더 맞는다”고 덧붙였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1000㎡ 이상 농지를 경영·경작 ▲농업경영으로 연간 120만원 이상 농산물 판매 ▲1년 중 90일 이상 농업 종사 등 요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경우 농업인으로 인정한다. 과거엔 이 정도 기준으로 상당수 진성 농업인을 포괄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1000㎡ 농지를 놀이터 개념으로 장만하는 취미농이 늘면서 농업인 정의에 혼란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2020년 공익직불제 도입으로 농업인 현금 지원이 확대되자 농업인 대열에 줄을 서는 도시민이 부쩍 늘고 있다. 전체 농가 및 농가인구가 내리 감소하는 추세에도 특·광역시의 농가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이 그런 단면이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체 농가인구는 231만명으로 2015년 257만명에 견줘 1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 농가인구는 1만1555명에서 2만1897명으로 89.5% 늘고 부산은 2만944명에서 2만8529명으로 36.2% 증가했다. 대구·광주·대전·울산 등 다른 광역시에서도 농가인구는 두자릿수 비율 증가세를 기록했다.

공익직불제 시행 이후 농업경영체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된 농업경영체는 2019년 170만개에서 2020년 175만개, 2021년 178만개, 2022년 183만개까지 늘었다. 일선에서 은퇴했던 영세·고령농 등이 직불금을 받기 위해 회귀하거나 단가가 높은 소농직불금을 노린 이들이 농지 분할경영 등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과거엔 농업인 정의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도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공익직불제 등 농업인 지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정부가 직불금규모를 5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전업농이 아닌 영세·생활형 농업인, 전업 수준의 농사를 지으면서도 농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임차농 등의 정책 대상 여부를 놓고 다양한 논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농업인 정의와 함께 ‘농업’의 개념과 범주 확대를 검토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도 많다. 농업의 법률적 정의를 다듬어야 4차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융복합 기술산업으로 진화하는 농업을 효율적으로 포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농작물재배업·축산업·임업 등 1차산업 중심의 전통적 생산방식을 농업으로 정의한다. 생산·가공·서비스를 융복합한 6차산업형 농업이나 대체식품 생산 등 첨단농업은 법률상 농업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해 종사자의 농업인 인정이나 농사용 전기 공급 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영준 농어업위 농어업정책팀장은 “수직농장·푸드테크 등 농업 생산방식 다양화에 따른 농업 개념 재정립 요구를 각계에서 듣고 있다”며 “현행법에서 농업으로 간주되지 않는 미래 경영체계의 농업활동 근거를 마련하고 더 많은 청년층을 농업분야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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