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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배추 밭떼기거래 파기 속출…농가 속 탄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7-11-07 09:19
조회
1086

가을·겨울배추의 생산과잉이 예상되자 산지에서 밭떼기거래 계약파기가 속출해 농가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전북 부안의 한 배추밭.

가을·겨울배추 생산량,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과잉

산지수집상, 밭떼기 계약 파기하거나 꺼려 농가 불안 증폭

정부, 2만t 폐기·3000t 격리 추진…산지·도매시장 반응 냉랭

농민·상인 “폐기물량 늘리고 시기 앞당겨야 수급안정에 도움”계약

“수확을 앞두고 잔금을 받을 시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받지 못해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상인들이 계약 포기각서를 써주기라도 하면 다른 판로를 찾을 텐데 연락이 아예 안되는 상인들도 많아 농민들이 답답해합니다.”

올가을 배추값이 낮은 데다 가을·겨울배추의 생산과잉이 예상되면서 주산지 재배농가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밭떼기거래 계약을 아직 못했거나, 체결한 계약이 파기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공들여 키운 배추의 출하가 어려워져서다. 정부는 배추 2만t을 산지폐기할 방침이지만 농가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 계약파기 속출…농가 불안 고조=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일 농업관측을 통해 가을배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147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배면적이 1만3674㏊로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었고, 기상여건이 좋아 예상단수도 10a당 1만752㎏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생산량은 작황이 부진했던 지난해보다 34만t이나 증가한 것이고, 평년보다도 4만t 많은 물량이다. 게다가 겨울배추 생산량도 2016년보다 24~28% 많은 32만~33만t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탓에 산지에서는 배추 밭떼기거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물량이 크게 늘면 가격 급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로 산지수집상들이 계약체결을 꺼릴 뿐 아니라 이미 체결한 계약마저 파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가을·겨울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의 경우 밭떼기거래 비율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데다 계약금을 받지 못한 농가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례적으로 아주심기(정식) 무렵에 수집상이 종자와 필름을 공급해주면 계약을 하는 것으로 여겨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농가들이 많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기운 해남 산이농협 상무는 “지난해 정식 때는 인근 농가의 밭떼기거래 비율이 80% 정도 됐는데, 올해는 60%밖에 안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금을 받지 못한 농가가 많고, 계약파기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씨(48·해남군 산이면)는 “계약금을 많이 걸지 않은 상인들은 거의 계약을 포기하는 분위기”라며 “지금 같으면 추가적인 밭떼기거래 계약이 힘든 상황이라 농민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고 낙담했다.

◆ 정부 대응 미흡…상인들도 피해=김장철을 앞두고 생산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이 우려되자 정부는 최근 채소가격안정제 등을 활용해 배추 2만t을 산지폐기할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12월에는 가을배추 3000t을 수매·비축해 겨울철 한파·폭설에 대비하고 겨울배추 수급상황에 따라 면적조절도 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산지와 도매시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생산과잉에 대한 우려로 배추 10㎏들이 상품 한망 가격이 3000~4000원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2만t이라는 격리 물량만으로는 수급안정을 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농민 박종엽씨(63·전북 고창)는 “2만t을 폐기해도 시세가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폐기량을 늘리고, 그것도 신속하게 조치해 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석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사는 “배추 격리시기가 늦어지는 것 같은데, 이미 폐기가 진행됐다 해도 늦었다는 말이 나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 경매사는 “주산지는 기존의 수집상들이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비주산지는 올해 물량도 많고, 거래도 불안정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생산과잉에 따른 산지 농가들의 피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수집상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밭떼기거래 가격을 밑도는 배추값에 유통·물류비가 더해져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계약파기가 손실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3.3㎡(한평)당 배추 10㎏들이 2.5망 정도가 생산되는데, 밭떼기거래를 평당 8000원에 하면 지금과 같은 시세로는 적자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표준계약서에 의해 계약금으로 30%를 지급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포기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 계약파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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