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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들끓는 농심.. 대정부 투쟁 예고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11-01 08:12
조회
282




정부, 피해보전·선제적 정책 약속에도 / 공동행동 "타결 뒤엔 나 몰라라 반복" / 작년 농가소득, 도시근로자 65% 수준 / 1995년 95%서 격차 더 벌어졌는데도 / 전체 예산 대비 농업예산은 2.9% 불과 / 공익형 직불제 예산 3조 이상 확보 촉구 / 김현권 의원 "수입손실보상제 필요"

250만 농심(農心)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미래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0여개 농민단체로 이뤄진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공동행동)은 정부 발표 당일 “문재인정부가 기어코 농민의 애원을 무시했다”며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달 25일 외교부 정문 앞에서 농민단체 회원들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개도국 특혜 관련 결정 과정에서 △대외적 위상 △관련국 동향 △우리의 대응 여력 세 가지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민들의 예상되는 피해 보전에 그치지 않고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농정 추진도 약속했다.

◆“지난 24년간 농업 홀대는 여전하다”

31일 농업·농촌 전문 민간 연구기관인 GS&J에 따르면 새 WTO 협상이 시작돼 당사국 간 합의를 거쳐 우리가 선진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시점은 빨라야 6∼7년 뒤다. 정부 말대로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는 셈이다. 이정환 GS&J 이사장은 “개도국 지위 유지는 농업피해 방지 등 실질적 편익은 크지 않고 불확실한 반면 대미 관계 부담 등 비용은 많고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농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성명을 통해 “대선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었기에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계속되는 정부의 농업 홀대에 더는 농정 방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공동행동 역시 “(정부는 WTO나 FTA) 협상 시점에는 농민을 사탕발림으로 현혹하고 타결되면 나 몰라라 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수도 없이 반복해왔다”고 주장했다.


농민들 반발은 어디에서 비롯할까. 1995년 WTO 출범 이후 농민·농업·농촌의 변화상을 짚어 보면 “개도국 지위 포기는 생존이 걸린 사안”이라는 농민들 주장이 십분 이해된다. 농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20여년 전 WTO 협상에서 농업 분야에 국한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은 근거는 △저조한 농가소득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낮은 국제경쟁력 △큰 폭의 무역적자 △낙후한 농업기반시설 등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등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와 관련한 정부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개도국 지위를 활용해 역대 정부가 농민들 형편이나 농업·농촌 사정을 나아지게 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4207만원. 도시근로자 가구소득(6417만원)의 65.5% 수준인데, 1995년에는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95.7%인 2180만원이었다. 도농 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같은 기간 곡물 자급률은 29.1%에서 21.7%로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농업 예산을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증액했다”고 했지만 따져보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문재인정부 들어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은 15조2990억원으로 올해보다 4.3% 늘었지만 전체 예산안 대비 비중은 2.9%로 최근 6년 내 최저치다.


한·중 FTA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업인·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기금을 마련키로 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정부의 무관심과 기업의 외면으로 지난 8월 현재 목표치의 20%만 조성한 상황이다.



◆농민·학계 “직불금 재원 최소 3조원 돼야”

한농연의 김제열 수석부회장은 “잔 매에 장사 없다”는 말로 그간의 농업계 울분을 토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부터 한·유럽연합(EU), 한·미, 한·중 FTA까지 거센 개방화 물결에서 농업 부문은 계속 희생만 당해왔다”며 “정부는 소득안정과 식량 주권, 지방소멸, 지속가능한 성장과 같은 구체적 정책 목표와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개도국 지위 포기 발표에 앞서 정부에 △농업 예산 비중 4% 이상 확보 △공익형 직불제 예산 3조원 이상 확보 △농식품바우처 사업 전면 도입 △기초농산물에 대한 수입보장보험 확대 시행 △연간 2000명의 청년 창업농 육성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의 김광천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2005년 도입된 쌀 소득보전 고정·변동직불금은 WTO가 제한하는 대표적인 감축대상보조(AMS) 대상이다. 농민들 역시 중소농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고 논밭작물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의 공익형 직불제를 지지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문한필 연구위원은 “유럽 국가와 일본 등은 직불제를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인식해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의 농식품부 예산 중 직불금 비중은 17%에 불과하지만 유럽연합은 73%, 미국은 40%, 일본도 30%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재정규모. 농경연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조2000억원만 갖고 공익형 직불제를 시행할 경우 대농 4만6000가구가 현행보다 수익이 줄 수 있다며 거의 모든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3조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정부가 성난 농심을 달래고 농정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어떻게 농정을 펼치고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공익형 직불제를 중심으로 농업 예산을 개편하고, 가족농을 중심으로 정부가 차액을 보상하는 수입손실보상제를 도입하는 등 사회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농업보조금 WTO 허용 16%만 썼다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세계무역기구(WTO)가 개발도상국에 허용한 농업보조금의 15.5%만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5년 WTO 출범 당시 한국은 농업·공업 간 불균형 경제성장 정책을 내세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그동안 도시·농촌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는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그럼에도 국제통상·대외관계를 이유로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하는 등 농업·농촌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WTO 통보 농업보조금 이행 현황’(1995∼2015년)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1년간 농민·농업에 지불한 보조금은 모두 30조3844억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WTO가 쌀 수매제 등 농업 분야 무역왜곡을 막기 위해 제한한 ‘감축대상보조’(AMS) 집행액은 18조630억원이었다. 쌀과 고추 등 특정품목과 농작물재해보험 등 불특정품목의 최소허용보조금(DM)은 12조3214억원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1995년 이후 단 한 해도 빼놓지 않고 WTO 허용치의 31% 이상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MS는 1995년(2조1826억원)부터 2015년(1조4900억원)까지 21년간 34조7532억원을 쓸 수 있었다. DM 허용액까지 포함하면 195조805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21년간 WTO 허용치의 15.5%(30조3844억원)만 준 셈이다.

특히 쌀 수매제가 폐지(2004년)된 뒤에는 정부보조금 규모가 더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됐다. AMS는 국내외 가격 변동에 따른 각국 농민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소득 보존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정부는 2004년까지 운용해온 쌀 수매제가 AMS 한도에 육박하자 이듬해부터 직불제·공공비축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WTO 허용치와 실제 보조금 집행액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1995∼2004년 AMS·DM 한도 대비 실제 연평균 집행률이 27.1%인 반면 2005∼2015년 집행률은 7.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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