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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정부 약속 제대로 지켜진 게 뭐냐?” 농업계 반발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10-31 09:14
조회
180

‘유명무실’ 시장개방 피해보전대책 되풀이?

WTO 개도국 지위포기 관련 정부, 또 ‘피해보전’ 약속했지만

공익형 직불제 예산 확대 등 과거 정책 재탕·짜깁기 불과

기존 대책도 거의 제구실 못해 상생기금, 목표치의 20% 불과

FTA직불제, 예산 95% 불용 실질적 농업피해대책 ‘절실’

“미래의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한다면 피해보전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농업계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고자 정부는 또다시 ‘피해보전’ 카드를 들고 나왔다. 농산물시장의 빗장을 열어젖힐 때마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피해보전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했던 기존 약속들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둔 2015년에도 정부는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업·농촌을 지원하겠다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을 만들었다.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민간기금을 모아 농어촌 복지사업에 쓰겠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민간기금이 조성되지 않으면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7년 첫발을 뗀 상생기금은 현재 있으나 마나 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실적이 저조하다. 올 9월말까지 조성된 상생기금은 모두 623억5890만원으로, 3년 목표치인 3000억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상생기금이 제대로 모이지 않으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약속과 달리 “부족분을 정부 출연으로 채워달라”는 농업계의 요구에 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의 직접 출연은 적절하지 않으며, 민간기업의 출연을 최대한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첫 FTA인 한·칠레 FTA에 대응해 2004년 도입된 FTA 피해보전직불제 역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2018년 FTA 직불제 예산으로 책정된 1005억원 중 50억6000만원만 사용돼 예산집행률 5%를 기록했다. 발동요건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매년 대부분의 예산이 불용처리되는 것이다.

현재 FTA 피해보전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사업만 40여가지나 된다. 그렇지만 주로 시설현대화 등 대규모 투융자 중심이다보니 일반 농가에 직접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8~2018년 FTA 대책 예산 중 40% 이상이 축산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융자 예산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WTO 개도국 지위문제가 농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개도국 지위를 농업보호의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인식하는 농민들에게 정부의 포기선언이 과거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는 것이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시장개방 과정에서 정부가 제대로 약속을 지킨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다 깨졌다”고 비판했다.

WTO 개도국 지위포기와 관련, 농민단체의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답변도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공익형 직불제 예산 확대, 상생기금 출연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 개도국 지위와 무관하게 추진했던 정책들을 엮어서 내놓았다는 평가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공익형 직불제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농정공약으로 추진했던 것인데, 개도국 지위포기 대책으로 포장했다”면서 “정부는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과감한 재정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농업계 피해보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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