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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한 달 앞..고민 깊어지는 농정당국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09-25 17:51
조회
326
트럼프 제시한 시한 내달 23일.."미국 의도·움직임 면밀히 파악"
개도국 지위 유지 힘들듯..정부, 농업계 반발 의식해 '신중모드'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농민의길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WTO 개도국지위 포기, 문재인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민의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우려하며 정부에게 지위 유지를 요구했다. 2019.09.20. dadazon@newsis.com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할지 여부를 두고 농정 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정부 역시 주요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가 쉽진 않다는 쪽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당국은 농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최대한 신중히 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장 개도국 지위에서 벗어나더라도 기존에 주어지던 관세·보조금 혜택은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농업계와의 이견을 조율해보겠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WTO 개도국 지위 관련 논의 동향'을 발표했다.

논란은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 상 개도국 우대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데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들이 개도국 혜택을 계속해서 받아선 안 된다며 WTO가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주 타깃은 무역 갈등 중인 중국이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멕시코, 터키, 홍콩,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시한 시한은 다음달 23일이다. 그가 내린 행정 명령엔 90일 이내에 성과가 없다면 WTO 규칙이나 협상에서 특정 국가의 개도국 지위를 부정할 수 있고, OECD 가입을 거부하고, 미국의 안보·무역·경제 관련 기구와 공동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개도국으로 인정할 수 없는 기준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WB) 기준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 등이다.

이들 중 1개만이라도 해당되는 개도국은 총 33개국이며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은 2개(G20 회원국, 세계 상품교역 비중 0.5% 이상)에 해당한다.

WTO 협정에선 개도국 기준에 대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회원국이 '자기 선언'(Self-declaration)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아 왔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에 따라 WTO 국내이행계획서에 개도국 특별대우를 적용한 후 WTO 회원국에 회람해 검증을 받는 방식이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으로 선언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농업 분야에의 타격을 고려해 이 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농식품부는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3만 달러에 이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약 5억원 수준의 농가당 자산 등을 고려했을 때의 얘기다. 통상 당국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지만, 농정 당국에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중이다. 다만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한국의 경제력 등을 고려하면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현재의 관세·보조금 수준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려면 WTO 차기 협상이 열려야 하는데, 협상의 동력이 상실된 상태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진행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2008년 4차 수정안(Rev. 4) 채택이 불발된 이후 현재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개도국 우대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도 변수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인도와 함께 선진국의 기득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으며 이에 따라 양 진영 간 대결 구도는 갈수록 심화했다. 이에 차기 농업 협상의 개시 여부나 시점 등을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미국은 2015년 12월 나이로비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 직후 "DDA는 죽었다"고 발언하는 등 매우 소극적인 상태다. 다만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자국법에 따라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할 수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협조해 미국 측 의도와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겠다"며 "전문가 등과 논의를 거쳐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위상과 대내외 동향,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요인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며 "농업계 등 이해당사자와도 충분한 소통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중 지위 포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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