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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해충 급증하는데…농작물보험 ‘소걸음’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6-05 09:58
조회
35

대규모 발생 11종·잠정은 90종 
3년새 3.4배…농업해충 68종
벼·복숭아 등 4개만 피해 보장
병충해 보상 대상 확대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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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탓에 국내에 대규모로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 농업해충들. 왼쪽부터 갈색날개매미충, 썩덩나무노린재, 말매미.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이상기후 탓에 국내에 대규모로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 해충 종류가 최근 3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농가가 미처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은 벼 등 4개 품목을 제외하곤 병충해를 보장하지 않는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 대발생했거나 대발생 가능성이 있는 곤충 종류를 목록화해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에 배포했다. 생물자원관이 집계한 곤충 종류는 모두 101종에 달했다. 대규모 발생이 확인돼 환경부가 직접 대응하는 곤충이 11종, 대규모로 발생했지만 환경부가 직접 대응하지 않거나 대발생 곤충의 근연종(近緣種) 또는 대발생 가능성이 있는 잠정종이 90종으로 조사됐다. 101종은 생물자원관이 조사를 시작한 2021년에 나온 30종보다 3.4배 많은 수치다.

특히 여기에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농업해충이 68종이나 포함됐다. 2009년 중국에서 유입됐다가 국내에 천적이 부재해 대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갈색날개매미충이 대표적이다. 이 곤충의 애벌레와 성충은 식물 수액을 빨아먹고 분비물을 배출하는데 이 분비물이 그을음병을 일으켜 식물 생장을 방해한다. 국내 전역에 분포한 썩덩나무노린재는 콩류·과수류 등 100종 이상 작물에 피해를 주는 농업해충으로, 특히 제주 감귤원에서 과일 흡즙으로 인한 갈변 등을 야기한다.



대발생 곤충규모가 증가한 배경엔 이상기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자료에도 발생 원인이 이상기후로 지목됐다. 썩덩나무노린재는 겨울철 온난화로 개체수가 증가한 걸로 추정됐다. 과수에 피해를 주는 미국흰불나방은 우리나라에 보통 연 2회 발생하다가 2023년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 대비 2.1℃ 높아짐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3회 발생했다. 농업해충으로 분류되는 말매미는 제주에만 서식하던 남방계열이었으나 기후변화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전국적으로 개체수가 급증했다.

문제는 이같은 농업해충 종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방제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원칙적으로 병충해를 보장하지 않는 농작물재해보험의 개선을 촉구한다. 농가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병충해가 늘어나는 만큼 피해 발생 시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달라는 주장이다.

현재는 고추·감자(이상 모든 병충해)와 벼·복숭아(이상 특정 병충해) 등 4종만 병충해를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초 발표한 ‘제1차(2023∼2027년) 농업재해보험 발전기본계획’을 통해 올해 안에 병충해 보상 확대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상품화하기까진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발생하면 해당 지역 대부분 농가가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자연재해와 달리 병충해는 농가의 방제 노력에 따라 피해 정도에 차이가 크다”면서 “보험 도입 때 농가의 방제 소홀로 보험금 지급이 많아져 전반적인 보험료율이 인상되고 전체 농가가 이 탓에 피해를 보는 등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예방이 어려우면서 농가의 방제 소홀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병충해 ▲다수 농가에 걸쳐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병충해 ▲병징이 뚜렷해 진단이 용이한 병충해를 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걸로 파악된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충해로 농작물 생산량이 줄고 농가소득이 감소하지만 기댈 곳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농가가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