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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농식품바우처’ 외국산으로 구색맞추나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6-04 09:17
조회
36

정부, 내년 본사업 전환 계획 
수급 상황·물가 불안 내세워
수입 농축산물 포함 움직임
영양보다 값싼 제품 선택땐
식생활 위협·국산 소비 위축
지원 단가 현실화 서둘러야

농협

농식품바우처

정부가 내년부터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외국산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을 지원품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2020년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농식품바우처는 취약계층의 영양 보충과 식생활 개선을 지원하는 복지사업이다.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 국산 농식품 구입비로 월 8만원(4인가구 기준)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 수혜자는 지정된 마트 등에서 바우처 지원금으로 농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살 수 있는 농축산물은 국산 채소, 과일, 흰 우유, 신선달걀, 육류, 꿀, 잡곡, 산양유, 두부류, 단순 가공채소류 등 10가지다. 올해 시범사업은 148억원을 투입해 24개 시·군에서 운영한다.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은 내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체적인 사업 시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 기본계획 수립방안 연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그런데 공고 게시물 가운데 과업 지시서에 ‘가공식품·수입산 등을 포함한 전체 농식품 차원에서 수급 상황을 고려한 지원품목 선정·관리 기준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간 국산 농축산물로 제한했던 바우처 지원품목을 외국산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으로 확대하려는 방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외국산을 대거 도입한 정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바우처 지원단가를 높이기보다 값싼 외국산 품목을 늘려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상이 오히려 사업 수혜자의 품목 선택권을 좁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우처 지원금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저소득층은 영양을 따지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먹거리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바우처로 소비하는 품목이 외국산 농축산물이나 가공식품에 편중되면 장기적으로는 사업 수혜자의 건강한 식생활이 위협받을 수 있다.

취약계층의 건강 증진이라는 사업 취지에 맞게 정책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초일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객원교수는 “지원품목을 확대하되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 꼼꼼하게 선정하고 식생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지원품목에 외국산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을 포함할 경우 국산 농축산물의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식품바우처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가 국산 농축산물 소비를 촉진해 장기적으로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농식품바우처와 비슷한 효과를 냈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폐지하면서 해당 사업에 농축산물을 납품하던 농가의 판로가 크게 위축된 바 있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원품목 확대에 앞서 지원단가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지원단가를 올려야 한다”면서 “올초 정부가 시행한 먹거리 할인지원 쿠폰을 바우처에 포함하는 방법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은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부터 바로 지원품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원품목을 확대하기 위해선 외국산 등의 도입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