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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농민신문)노후주택·고령인구 많은 농촌…더위·호우·태풍에 더 취약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5-30 09:10
조회
42

기후변화탓 벌어지는 건강격차 
온열질환 발생 장소 1위 논·밭
연중 폭염일수 늘어 위험 커져
주거·의료 인프라 열악한 현실
냉방·제습 등 적시조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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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도시의 사무실처럼 에어컨을 쐬지 않는 곳이라 기후위기를 상당히 많이 느낍니다.”

“(농산어촌의) 노후 주택이 태풍·장마·집중호우 등으로 균열도 심해지고 붕괴할 우려가 있습니다.”

매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해수면 고온 현상이 ‘역대 최악’의 날씨 기준을 높이고 있다. 최근 급속히 진행되는 이상기후의 영향을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기후 적응에 취약한 계층일수록 건강권·주거권 등 기본권 울타리가 더 쉽게 허물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년층과 노후 주택 비중이 높고 야외작업이 주를 이루는 농업·농촌 환경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주거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기후변화와 건강 형평성’이라는 CEO 리포트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위험이 저소득 취약계층,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불균형적으로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극한 기온과 강수, 자연재해, 식수·식량 공급 부족 등은 심장 관련 질환, 호흡기질환, 매개 감염병, 부상, 영양실조 등을 일으킨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는 건강 형평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기후변화에 따른 가장 심각한 피해는 대비·복구 능력이 부족한 소외된 지역사회에 불균형적으로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국내 기후변화는 폭염 일수 증가다. 1980년대 7.9일에 그쳤던 폭염 일수는 2010년대 14.5일까지 증가했다. 폭염 일수는 연중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다.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 지역별 고온 극한 현상에 의한 사망 취약도 비교’ 연구를 인용하면서 폭염 사망 위험은 사회·경제·환경적 취약성이 높은 지역사회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연령·성비·직업군별 불균형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국내 폭염 사망자 통계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최소사망온도(폭염 사망자가 가장 적을 때의 온도)를 조사한 결과 인구구조에 따른 고령 취약계층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온도가 낮게 나타났다. 아울러 인프라·재정·복지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최소사망온도가 낮았다. 노년층 비중이 높고 의료 인프라의 접근성이 낮은 지역일수록 폭염을 견디기 힘들다는 의미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폭염은 야외작업이 많은 농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2011∼2023년 질병관리청이 조사한 온열질환자 피해 현황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온열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 1위는 논밭이었다. 직업별로는 무직 다음으로 농림어업이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았다.

급속한 기후변화는 주거권 측면에서도 농산어촌에 위협을 가한다. 특히 농산어촌이 큰 피해를 보는 까닭은 노후 주택의 비중이 높아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에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기후위기는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 침해로 이어지는데, 특히 취약계층의 열악한 집이 기후재난 상황에서 흉기가 돼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실태조사에서 농산어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유형별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요인’에 대한 질문에 폭염, 폭우·태풍·집중호우가 답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울러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택의 요소’는 습기·곰팡이, 한파, 폭염 순으로 나타났다. 농촌의 노후 주택은 에너지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냉방·난방·제습 등을 적절히 하지 못해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건강 형평성을 위해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병에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을 확대함으로써 취약계층의 경제적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수형 보험’ 개발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합의된 재난 상황이 발생해 ‘트리거(trigger)’에 도달하는 경우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보험금이 자동으로 피보험자에게 지급되는 상품이다. 전통적인 보험이 보장하기 어려웠던 기후 위험에 대응해 자연재해 직후 신속하게 복구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의 보험사인 블루마블(Blue Marble)이 커피 기업 네슬레 네스프레소(Nestle Nespresso)와 업무 파트너십을 맺고 콜롬비아 커피 농부들에게 지수형 보험상품을 제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범정부 차원의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근 ‘동남아시아의 고령 인구 증가 현상이 기후변화 적응 전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를 진행한 김승겸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후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농업과 농촌의 경우 정책 지원을 통해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