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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농민신문)“폐기물시설 있는 농촌에 누가 오겠나”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3-18 09:15
조회
25

전국 10여개 지역 주민대책위 
시민·사회 단체와 서울서 집회
맹독성 물질 검출 부작용 호소
발생지 책임 원칙 적용 등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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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앞에서 산업폐기물 피해주민대책위원회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 단체가 사업폐기물 처리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소각장 등 30여개 유해시설이 들어선 후 100가구가 사는 조그만 동네에 폐질환과 암으로 고통받는 주민만 30명이 넘게 생겼습니다. 기업은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하라고 하고, 지자체는 법에 따라 처리했다 하니 결국 주민만 죽어나고 있어요.”

충남 예산, 경남 사천 등 전국 10여개 산업폐기물 피해주민대책위원회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 단체가 14일 서울 종로구·영등포구에 있는 SK·태영그룹 본사 앞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기 위한 집중 행동’에 나섰다. 대기업 등 민간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농촌에 우후죽순 늘어나며 지역의 토양과 지하수에서 맹독성 물질이 검출돼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인 배경이다.

이들은 ‘폐기물 매립장 설치 반대’라고 적힌 빨간 띠를 두르고 “기업만 배 불리는 산업폐기물 정책 아웃” “발생지 책임 원칙 적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 200여명은 서울 여의도 인근을 1.4㎞가량 행진하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에 정책요구서를 전달했다. 전북 김제에서 온 농민은 “지역소멸을 막겠다고 하는데,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있는 농촌에 누가 오겠냐”며 “인구 유인책을 찾기 전에 잘못된 정책부터 바로잡는 게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호천 사천시 곤양면 석문마을 이장(70)은 “사천에는 광포만이라는 습지보호지역이 있다”며 “매년 철새와 멸종위기 동물이 머무르는 고향을 지키고 싶어 5시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왔다”고 말했다. 사천시는 대기업과 손잡고 이차전지·폐기물을 소각·재활용하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과 대조적으로 농촌에는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폐기물은 각종 산업·건축 활동으로 생긴 폐산·폐알칼리 등 폐기물을 의미한다. 화학물질·중금속 등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정폐기물’이 대표적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정폐기물을 매립하는 최종처분시설은 2022년 기준 전국에 22곳 있는데, 수도권에는 단 한곳뿐이다.

산업폐기물 관리를 정부가 아닌 민간이 담당하며 처리시설은 지대가 낮은 농촌에 난립하고 있다. 생활폐기물은 대부분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처리하지만, 산업폐기물은 민간에서 위탁·자가 처리하는 형태다. 농본은 “전체 폐기물 가운데 산업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하지만, 처리는 대부분 민간업체에 맡겨놓은 실정”이라며 “인허가만 받으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기업과 사모펀드까지 산업폐기물 처리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피해는 지역주민이 보고, 사후관리나 피해는 세금으로 책임져야 하는 기막힌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우후죽순 생기며 농촌주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이 3곳 들어선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는 10년 새 암환자가 60명이나 발생했다. 이 가운데 폐암으로 31명이 숨져 환경부가 추가 보완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에는 산업폐기물 소각장 등 30여개의 유해시설이 있다. 특히 최근 생긴 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소각장은 주택과 불과 60m 떨어져 있다. 300m 내에는 100가구가 거주한다. 대전리에 사는 황의혁씨(47)는 “할머니가 호흡기로 버티다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마저 호흡기에 의존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계신다”며 “수년간 살려달라고 정부에 수없이 호소했지만, 정부는 지자체에 (책임을) 떠미는 행정으로 일관했다”고 성토했다.

피해 주민과 농본은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통해 산업폐기물 처리를 국가 또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등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체가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발생지 책임 원칙’을 적용해 산업폐기물을 시·도 권역별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은 처리시설이 몰려 있는 농촌에 버려진다.

이미 설치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을 감시할 방안도 요구된다. 공공기관이 책임지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은 주민이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법제화돼 있다. 하지만 유해성이 더 큰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은 민간에서 운영해 주민이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수준 이상의 주민 감시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본은 “총선 이후에 이런 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하려면 국회, 관련 부처, 지자체,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