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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잇따른 규제 완화…농지 잠식 우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3-08 09:21
조회
70

정부, 토지이용 자유 확대 박차 
농촌 난개발·부동산 투기 걱정
생산 기반 유지 위해 전용 막고
금전적 보상안 마련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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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토지 이용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농촌지역에 개발 압력이 증가할 공산이 커졌다. 경지면적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농지 잠식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월 울산에서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토지 이용 자유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3㏊ 이하 자투리 농업진흥지역 2만1000㏊ 지정을 해제해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직농장과 주말·체험 영농인 등을 위한 임시 거주시설을 농지전용 절차 없이 농지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폭넓게 허용하는 규제 혁신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군사시설 보호구역도 339㎢(1억300만평) 해제를 추진한다. 여기엔 경기 연천·양주·포천, 강원 철원 등 접경지역 보호구역이 대거 포함됐는데, 보호구역에서 해제되면 대부분 농촌인 이들 지역에 높이 제한 없이 건축물을 신·증축할 수 있다. 토지 개간, 지형 변경도 가능해진다.



토지 이용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명분은 국민생활 제약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다. 농지와 그린벨트,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규제를 풀어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지방·농촌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에 관한 대책이 빠진 정책엔 우려가 뒤따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모호한 지역경제 활성화나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고 국민생활과 미래 세대를 위한 토지 이용 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마다 최저 면적을 경신하는 농지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3년 경지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경지면적은 151만2000㏊로, 전년(152만8000㏊) 대비 1만6000㏊ 줄었다. 농지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농지전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2∼2021년 연평균 약 1만6000㏊씩 모두 31만8000㏊의 농지가 전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투리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고 농지에 수직농장과 임시 주거시설을 손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되면 무분별한 개발과 농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자투리 농업진흥지역의 규제가 풀릴 경우 개발 기대감으로 농지 가격이 오르고 비농민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슬 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수도권이나 도시처럼 땅값이 높지 않은 전남 해남지역에서도 스포츠센터가 들어선다고 하자 농지 가격이 3.3㎡(1평)당 5만∼10만원에서 20만∼3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하기 좋은 땅인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면 지목을 변경하거나 투기하려는 이들이 생기면서 농지 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그러지 않아도 우량 농지를 구하기 어려운 청년농민 등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농지 개발 시 대토 비용으로 징수하는 농지보전부담금 경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매체는 최근 윤 대통령의 부담금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정부가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대상이나 감면율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식품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을 뿐 보도 내용을 부인하진 않았다.

현재 농지보전부담금은 개별 공시지가의 30%를 부과하지만 상한단가는 2006년부터 1㎡당 5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농업계는 농지 감소 등을 고려해 농지보전부담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뿐 아니라 지역구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농지 이용 규제 완화 공략을 내세우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농지법’ 개정을 통해 재산권을 침해하는 농지 거래 규제를 풀겠다는 게 골자다.

일각에선 이처럼 농지를 생산수단이 아닌 재산 가치로 보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농지 잠식의 가속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농지전용 규제는 강화하되 농지를 보전하는 소유자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농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유찬희 농경연 연구위원은 “현재 농업진흥지역 농지는 전체 농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향후 생산 기반 유지 차원에서 규제를 더 푸는 건 위험하다”면서 “대신 농지를 전용하지 않는 농지 소유자에 대한 농지보전직불금을 도입하거나 우량 농지의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단가 인상 등 금전적인 보상방안 마련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