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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햇빛 못쬔 시설작물 상처투성이로 농가 ‘울상’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3-05 09:06
조회
18

올겨울 일조량 평년 85% 불과 
최근 10년내 최저…전국 비상
병충해·생육부진·수확량 급감
멜론·수박·딸기 등 품목 안가려
생산비 늘고 소득 감소 ‘이중고’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보상을”


"2월 들어 해가 뜬 날이 1주일이나 될까요. 한창 수박이 클 시기에 날씨가 이래버리니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방도가.”

올겨울 일조량이 최근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시설작물 피해가 심각하다. 멜론·딸기·수박 등 과채류는 물론 감귤·잎채류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피해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20일까지 우리나라 총 일조시간은 389.9시간이다. 이는 평년(459.2시간)의 84.9% 수준일 뿐 아니라 2013년 이후 10년간(같은 기간 적용) 측정된 일조시간 가운데서도 가장 적다. 최근 10년 중 일조시간이 가장 많았던 2021∼2022년(518.5시간)에 비해서는 무려 128.6시간이나 적은데, 이는 한달 일조시간과 맞먹는 것이다. 최근 10년 사이 같은 기간 일조시간이 400시간을 넘지 못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조량이 부족한 상태가 3개월 넘게 지속되자 전국 곳곳에서 시설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병충해는 물론 착과 불량, 낙과, 기형과 발생 등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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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누렇게 말라버린 전남 나주시 세지면 멜론하우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겨울 멜론 주산지인 전남 나주다. 전남도에 따르면 이파리가 누렇게 말라버리는 덩굴마름병과 잿빛곰팡이병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과 비대 불량과 기형과 증가 등이 나타나고 있다.

시설하우스 1256㎡(380평) 규모로 멜론농사를 짓는 박상민씨(38·세지면)는 “수확까지 20여일을 앞두고 있는데 절반가량이 썩어버렸다”면서 “그나마 남은 것도 제대로 크지 않아서 크기가 정상의 절반밖에 안되는 것이 부지기수”라고 울상을 지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나주시 전체 멜론 재배면적 중 80%에 해당하는 56㏊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특품 비율이 급감했는데 세지농협멜론공선출하회에 따르면 특품 출현율이 지난해 34%에서 올해 11%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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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 직전인데 생육장해로 덜 자란 경남 함안군 대산면 수박

출하 초기인 경북 성주의 참외는 발효과 출현율이 급증했다. 발효과는 참외에 물이 차 ‘물참외’라고도 불리는 비상품과인데, 수정 후 30∼40일 기간에 일조량이 부족하면 발생한다. 성주군에 따르면 2월25일 기준 발효과 매입량은 90t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약 3배에 달한다.

자연히 정상품 출하량도 줄었다. 이광식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지난해에도 날씨가 추워 예년에 비해 출하량이 적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출하량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경남 함안과 의령에서는 출하를 앞둔 수박에 비상이 걸렸다. 수정이 잘 안된 것은 물론 이파리가 까맣게 타들어가거나 과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출하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크기가 주먹만 한 것이 허다하다. 이현도씨(52·함안군 대산면)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660㎡(200평) 한동당 500개 넘는 수박이 달려 있어야 하는데, 시설하우스 4개동이 수확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라며 탄식했다.

딸기 피해도 심각하다. 주산지인 충남 논산은 물론 전남 담양, 전북 완주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잿빛곰팡이병 피해가 막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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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곰팡이병에 걸린 딸기

김기수 논산계룡농협 딸기공선출하회장은 “공선출하회 52농가가 지난해 11월부터 10일 단위로 50t가량을 수확했는데 최근에는 40t 정도로 수확량이 확 줄었다”며 “이로 인한 손실이 10일 기준 1억∼1억2000만원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규민씨(58·완주군 삼례읍)는 “7930㎡(2400평) 5동에서 하루에 250㎏ 정도 딸기를 수확해야 하는데, 이틀 쉬고 따는데도 50∼60㎏밖에 수확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전남의 경우 담양 367㏊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장성 87㏊, 강진 32㏊로 조사됐다.

이밖에 경기 여주의 가지, 안성의 오이, 전북 남원의 파프리카, 충북 청주의 방울토마토는 물론 제주의 하우스감귤까지 대부분의 시설작물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재원 안성시 오이연합회장은 “지난해 10월 1983㎡(600평) 하우스에 오이를 정식해 11월말 수확을 시작했는데, 올 1월말 농사를 끝냈다”며 “원래 6∼7월까지 수확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더이상 수확이 어렵다고 판단해 캐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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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과 피해가 발생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우스감귤

하우스감귤을 재배하는 오경성씨(68·서귀포시 남원읍)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최대 40%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방울토마토농가 최성규씨(69·청주)도 “꽃 화방수가 눈에 띄게 줄어 올해 생산량이 예년만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수확량 감소와 품위 저하로 인한 소득 급감에 더해 비용 급증이라는 이중고를 감당하고 있다. 김기수 회장은 “농가마다 환기도 시키고 보일러도 더 때고 약제도 살포하는 등 잿빛곰팡이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비가 1주일씩 계속되는 날씨에서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약값·전기료·기름값 등 경영비는 경영비대로 증가했는데도 수확량과 소득은 크게 줄었다”고 한탄했다.

심지어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김희용 세지농협 판매팀 대리는 “세지멜론연합회 69개 농가 중 15농가가 수확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지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도는 최근 일조량 감소에 따른 농작물 생육장해를 재해로 인정하고 시설하우스 등 피해 실태를 조사할 것 등을 정부에 건의했고 경북 성주에서도 재해 인정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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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의 참외 발효과

노시영 성주 선남농협 조합장은 “태풍이나 홍수를 재해로 인정하듯이 참외 생산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조량 부족 역시 큰 재해”라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0년 2월, 성주참외의 발효과 발생이 급증하고 생산량이 급감하자 정부가 일조량 부족을 자연재해로 인정한 바 있다.

재해보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장준호 논산 광석농협 조합장과 송병우 함안 대산농협 조합장은 “올겨울 날씨는 농사에 재난과도 같았다”며 “이번 피해도 결국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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