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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셈법 복잡해진 ‘농업 재정의’...수직농장도 포함해야 하나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2-26 09:19
조회
20

정부, 활성화방침에 논란 촉발 
건물 내부에 단 쌓아 작물재배
관행과 달라…전통개념과 상충
농업 범주 다각도로 논의 필요
대규모 자본 유입 영향 대비도

수직농장

농민신문DB

농지에 수직농장을 쉽게 설치하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다양한 논란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저한 기술 발달과 시대 변화를 감안해 농업·농산업에 대한 재정의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시점에 수직농장이 예상치 못하게 ‘농업’ 범주로 불쑥 들어온 셈이어서 전통농업 개념과의 상충 등 파생될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직농장은 컨테이너나 건물 내부에 단을 높게 쌓아 양액·인공조명 등으로 작물을 키우는 시설이다. 현재 농지에 수직농장을 세우려면 농지를 전용하거나,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시사용 허가 최장 기간은 8년으로, 이후에는 원래 형태로 복구해야 한다. 21일 정부는 올 7월에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의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확대하고, 일정 지역 농지에서는 이런 제한 없이도 수직농장 설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양액·인공조명·공기조절기에 의지하는 수직농장은 토양·자연광을 활용하는 관행농법과 차이가 커 ‘농업’ 지위 인정을 두고 논란을 빚어왔다. 수직농장·배양육 등 기존과 다른 생산방식을 농업의 범주에 포함할지는 세계적으로도 논쟁거리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농업인 재정의와 농업 범위에 관한 규정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농업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농업진흥지역 농지에 수직농장 설치를 통 크게 허용하는 정부 방침이 나오면서 농업 재정의 논의는 혼란 속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까지는 일시사용 허가를 받아 농지에 수직농장을 설치하면 농업경영체로 등록할 수 있었으나, 절차가 복잡해 실제 이뤄지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농지에 수직농장이 늘면서 농업의 한 형태로 간주되면 비농지에 설치된 수직농장도 ‘농업경영체' 등록 대상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비농지 수직농장도 농업경영체로 등록해달라는 요구가 꾸준하게 나와 관련 용어 정립과 고시 제정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농업경영체로 등록되면 농업 관련 정책자금과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선 수직농장을 농업 범주 어디까지 인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앞선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수직농장은 인공조건에서 재배하므로 전통농업 개념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했다. 수직농업을 하겠다는 업체에 농지 일시사용을 ‘허가’ 하고 이를 연장하는 것과 별개로 어느 농지에나 수직농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겠다는 신호를 주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농지에 축사 설치를 허용해 부작용을 낳은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치가 수반되는 수직농장의 농지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농업에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직농장을 농업 범주에 들여오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 것 같다”며 “농업의 외연이 넓어지고, 청년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결국 자본이 없으면 안되는 기술인 만큼 대기업이 들어왔을 때 문제와 영세농가에 미칠 피해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직농장 관련 업계에서는 농지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가격이 비농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직농장 설치 비용 자체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한기원 플랜티팜 홍보팀장은 “수직농장을 농업의 행위로 인정받는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어느 농지에 수직농장을 지을 수 있고, 허용 기간이 어느 정도로 설정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 면적을 기준으로 991㎡(약 300평) 이상이면서 물류 환경도 좋아야 해 농지 위치도 중요하다”며 “버섯재배사처럼 농지법상 농업의 범주로 인정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라고 전했다.

수직농장 시설을 타용도로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서대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은 “농지에 설치가 허용된 버섯재배사가 실제 버섯재배가 아닌 태양광 발전에 사용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며 “수직농장 설치 규제 완화와 별개로 사후관리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직농장에서 재배한 작물에 대한 유기농 인정 여부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국회엔 수경재배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다. 비슷한 논란이 일었던 유럽연합(EU)은 토양에서 재배한 농산물만 유기농으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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