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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농민 등골 빼먹은 전우회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04-01 13:06
조회
775
[한겨레21] 준설토 사업에 빌려줬다 받은 농지에 쓰레기흙·자갈 가득… 농민들 “무 가운데 심지… 농사지어 버리는 심정을 아나”
준설토 사업을 마무리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에서 되돌려받은 경기도 여주의 농지에서 자갈 무더기가 쏟아졌다. 작황이 나빠 수확을 포기한 무들이 그대로 버려져 있다.

“고엽제와 북파가 농민 등골까지 빼먹었어요.”

“여주 시민 돈 100억원을 빼갔어요.”

‘고엽제’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 ‘북파’는 북파공작원들의 보훈단체인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이하 특임유공자회)를 흔히 줄여 하는 말이다.

전우회는 2011년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 변 보통·초현 지구에서 골재 사업을 벌였다. 여주시로부터 사들인 314만㎥ 준설토 더미에서 모래와 자갈을 골라내 팔고, 2016년 이후 원래의 평탄한 농지로 되돌리는 것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

땅을 돌려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농민들 사이에 아우성이 쏟아졌다.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준설토 적치장으로 빌려주기 이전보다 논 작황은 대체로 30% 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3월18일 여주를 찾았다. 대신면 당산리의 이강세(65)씨 밭엔 말라비틀어진 무들이 버려져 있었다.

“무 가운데 심지가 박혔어요. 지난해 가을에 일꾼 사서 뽑다가 포기했어요. 농사지어 그냥 버리는 심정이…, 기가 막히죠.” 이씨는 기자를 밭 한가운데로 데려갔다. 2m가량 땅을 파놓았다. 그냥 눈으로 봐도, 주먹만 한 자갈투성이였다. “(전우회에서) 뒷돈을 빼돌리건 말건, 땅은 제대로 복구해놓아야 할 것 아니에요. 자갈도 자갈이지만, 쓰레기 흙이 더 문제예요. 땅이 굳어서 비가 와도 물이 잘 안 빠져요. 폐기물로 버려야 할 강바닥 펄 같은 오니(오염된 진흙)를 그대로 묻은 거예요.”

논을 밭으로 바꿨지만…

이씨는 땅을 되돌려받은 2017년 첫해엔 “새 흙이라 농사가 잘 안 되나보다” 생각했고, 지난해엔 “돈을 많이 들여 거름도 많이 주고 물빠짐도 개선했는데, 이 지경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라지를 심은 다른 농부의 땅으로 옮겨갔다. 이씨는 “어느 날 우리 논을 보러 가던 중에, 이 땅을 파고 수십 대 덤프트럭이 그 아래로 자갈을 쏟아붓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땅주인은 2016년과 2017년에 물대기를 하던 중 두 차례 바닥이 꺼지는 ‘싱크홀’을 경험했다. “더 이상 논농사를 지을 수 없다 생각해 돈을 들여 추가 성토(흙을 쌓음)를 하고 논을 밭으로 만들었지만, 2년 기른 도라지도 작황이 좋지 않아요. 할 수 없이 수확을 미루고 1년 더 기다릴 거랍니다.”

이곳 6필지 4500평 농지를 갖고 있는 이아무개 전 여주시 국장은 “조금만 땅을 파면 돌무더기가 쏟아진다”고 했다. “2016년 준설토 적치장으로 빌려주었던 내 땅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돌멩이가 많고 지대가 낮아져 정상적으로 농사지을 수 없는 땅으로 변해 있었다. 엉뚱한 곳에 용수로를 설치한다고 내 땅 64평을 침범했더라.” 이씨는 이 일로 39년 공직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준설토 사업을 담당하는 여주시 남한강사업소 직원을 불러 돌멩이투성이로 바뀐 내 땅을 보여줬어요. 그 뒤 60㎝ 성토를 해놓았더군요. 이게 부당한 향응을 받은 걸로 처리돼, 2017년 말에 해임됐어요.” 이씨는 2018년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여주시는 농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2월15일 이항진 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농토를 파고 돌무더기 상태를 살펴보았다. 여주시에서는 부실한 농지를 원상 복구하는 데 20억원 가까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1차 책임이 있는 전우회 쪽에서는 “원래 설계대로 작업했을 뿐”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우회는 여주시로부터 사들인 준설토의 값 188억원 중 77억원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뒤늦게 감액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 주민은 “77억원을 감액받은 전우회가 또다시 20억원 가까운 시 예산 손실을 초래했다”면서 “결국 100억원의 여주 시민 재산을 전우회가 앗아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준설토값 77억 부적절 감액 의혹도

특임유공자회는 2월22일 남한강 이포대교 아래 양촌 적치장에서 기존 농지의 바닥을 파내는 불법을 저지르다 적발됐다. 특임유공자회는 전우회가 사업을 마무리한 2017년 6월, 여주시로부터 238만㎥ 준설토를 115억원에 사들이는 수의계약을 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강바닥에서 퍼올린 준설토가 아니라 적치장 바닥 아래 원래 농지의 값비싼 옥토를 팔아먹었다”면서 경찰에 고발 조처했다. 근처 흥천면 계신리에서는 다른 골재 업체가 강변 토지를 무단으로 대량 채취하다 여주시에 적발됐다.

전우회의 적폐청산위원회는 2011~ 2015년에 전우회가 벌인 남한강 골재 사업 비리(제1246호 표지이야기 ‘고엽제전우회처럼 돈 버는 법’ 참조)를 조사해달라는 고발장을 3월22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제출했다. 여주지청은 곧바로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유공자회가 2017년 시작한 여주 골재 사업에 대해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비리 자료를 수집해 검찰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도 3월25일 대한민국정책브리핑을 통해 <한겨레21>과 <한겨레>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된 전우회와 특임유공자회의 골재 사업에 대해 수익사업 불법 운영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법으로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인 사실이 확인된 상이군경회의 폐기물사업과 폐식용유 품목에 대해 수익사업 및 품목의 승인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확인했다.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3월26일 서울 서초동 중앙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우회 회원들, 중앙회 임원 퇴진 촉구

전우회 회원 10여 명은 3월26일 서울 서초동의 전우회관을 찾아가, 중앙회 임원들의 퇴진을 촉구하는 공개 집회를 열었다. 전우회원들이 관제데모를 많이 벌였지만, 중앙회를 상대로 집회를 벌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날 집회에서 일부 회원은 “지난해 새 회장 취임을 전후해 법인 계좌에서 80억원이 사라졌다”고도 주장했다.

여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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