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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잿빛으로 물든 농촌…미세먼지보다 더 숨막히는 뒷북 대책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9-03-11 09:13
조회
863

5일 강원 철원 소이산 정상에서 바라본 철원평야. 희뿌연 미세먼지로 들녘이 희미하게 보인다.
철원=김병진 기자

농촌 ‘신음’…농정당국 “폐기물 태우지 말라” 당부만

비상저감조치 7일째 지속…농업 관련 문자메시지 한통 없어

대통령 긴급대책 마련 지시에 부랴부랴 ‘속 빈 강정’ 대책 내놔

가축·농작물 등 피해 속출…농업·농민 특성 ‘특별법’ 반영 절실

미세먼지 사태가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는데도 농정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야외작업이 많은 농업의 특성상 농민 상당수가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재배 농작물의 피해 가능성이 큰데도 대처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이달 7일까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째 이어졌지만, 이 기간동안 농업 관련 미세먼지 알림 문자메시지는 한통도 없었다. 보통 가뭄·폭염 같은 재해가 우려될 때는 농업기관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농민에게 위험을 알린다. 이미 영농현장에선 미세먼지에 따른 작물 생육피해를 호소하는 데도 농정당국은 가장 기본적인 대응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팔곡동의 시설채소농가인 염남열씨(68)가 8일 하우스 비닐을 손바닥으로 한번 닦아내자 시커먼 먼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비닐에 손바닥으로 쓸어낸 자국(원 안)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안산=유건연 기자

경남 진주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농민 A씨는 “당장 일조량 부족이 걱정되지만, 농업기관으로부터 아무런 대응책을 들을 수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기상 예·특보 등이 내려지면 농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전대응을 당부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미세먼지가 농작물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문자메시지 발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정당국이 뒤늦게 내놓은 대책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미세먼지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긴급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그날 저녁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농촌지역 미세먼지 저감대책 관련 추진현황’이 바로 그것이다. 영농 폐기물·부산물을 태우지 말라는 당부와 농업·농촌 미세먼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산불방지 대책인 줄 알았다”며 씁쓸해했다.

농민이나 농촌주민들은 미세먼지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만성폐쇄성 폐질환 유병률은 동지역이 10.9%인데 반해 읍·면지역은 14.6%나 됐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산하 ‘미세먼지·황사 호흡기질환 권고 지침 개발위원회’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황사는 만성폐쇄성 폐질환, 폐기능 저하,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같은 중증 호흡기질환을 앓는 환자는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미세먼지 취약계층에 농민을 추가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계층은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마스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취약계층은 옥외근로자와 교통시설 관리자 등이며, 농민은 빠져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민을 취약계층에 포함할지를 앞으로 TF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작업 특성상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미세먼지의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여태껏 농민 대상의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농민 건강을 보호하고 농작물·가축 피해를 줄일 방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륜·김해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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