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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 농가경영·수출기반 흔들 ‘위기감’ 고조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24-01-12 09:15
조회
57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 현실화’ 현장 분위기 
생산비 증가하는데 보조 끊겨
농장 적자 운영 불가피 ‘한숨’
납품가격 인하 압력 받기까지
공급과잉으로 가격하락 우려
정부 “국제규정 준수해야” 입장
유예기간 있었지만 대비책 없어
인센티브 등 실질적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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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한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수출용 파프리카 선별 작업이 한창이다.

“물류비 지원이 끊기면 적자는 불 보듯 뻔해요. 적자 보면서까지 수출을 할 이유가 없어요.”

올해부터 수출물류비 지원이 중단돼 농가와 생산자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수출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내시장까지 교란돼 농가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예견된 일임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스마트팜에서 파프리카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원진용씨(65, 경남 김해시 대동면 주동리)는 요즘 걱정이 크다. 난방비 3억원, 농장일을 돕는 외국인 근로자 4명의 인건비 1억원 등 각종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 힘들었는데, 이제 수출물류비 지원마저 끊기면 농장 경영이 적자로 돌아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원씨는 “공급과잉이나 가격 하락 등에 대비해 생산한 파프리카 중 절반은 내수용으로 절반은 수출로 판매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면서 “특히 수출물류비 지원이 농장 경영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됐는데 올해부턴 이마저도 끊긴다고 하니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산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결국 수출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주력 수출시장인 동남아시아 등에서 이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들고나온 중국산 농산물과 힘겨운 한판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규 한국배수출연합주식회사 대표이사(충남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는 “20여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 배는 인기가 상당히 높았지만, 중국이 우리와 같은 품종의 배를 재배해 이를 저렴한 가격에 수출하면서 시장을 상당 부분 뺏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이사는 “배가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수출물류비 지원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됐는데 이게 폐지되면서 중국 배와 경쟁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벌써부터 수출업체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 곳도 나오고 있다. 정부로부터 직접 물류비를 지원받던 수출업체들이 지원금이 중단되면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생산자단체 등에 지원금이 빠진 만큼 가격을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신선식 전국유자차수출협의회장(전남 고흥 두원농협〃)은 “최근 들어 올해 수출 납품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으로 업체가 물류비를 직접 충당해야 해서 비용이 늘어나자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줄어든 물류비 지원금만큼 납품가를 인하하라는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재료 가격이나 생산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농협은 최소 마진만 남기고 수출을 하던 상황인데 수출물류비만큼 납품가를 낮추게 되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출 위축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애써 다져놓은 수출기반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특히 오랜 기간 수출시장에 맞춰 농사를 지어온 농가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10여년 전부터 일본에 국화(절화)를 수출해온 선경식씨(68·부산 강서구 강동동)는 “수출용 국화를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시설에 투자했고, 많은 시간을 들여 일본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한 데다 까다로운 검역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을 익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에도 물류비 지원 중단으로 수출에 나선 농가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내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 농산물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시장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수출길이 막히면 그 물량이 고스란히 국내시장으로 밀려들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등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만3000㎡(1만평) 규모의 유자농사를 짓는 김병길씨(60·고흥군 두원면)는 “그동안 수출 덕분에 판로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며 “수출이 줄면 그만큼이 내수시장으로 쏟아질 텐데 가격이 폭락할까 걱정”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정창호 김해 대동농협 조합장도 “농산물 수출에 나서는 농가들은 일반 농가들보다 기술력이 앞서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런 농가들이 수출을 포기하고 내수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게 되면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복원 경남수출농협협의회장(진주원예농협 조합장)은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에 따른 수출 감소는 단순히 수출농가의 소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내수 시세에도 직격탄을 날려 결국 국내 모든 농가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특히 수출시장은 개척하기도 어렵지만 한번 시장을 잃으면 회복하기가 더욱 난망한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국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농산물 수출 지원을 담당하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과에 따라 국제 규정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며 “유자를 포함해 품목별 수출통합조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었고, 예견된 일임에도 지원 중단에 이르기까지 대비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은 피해 가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는 농산물수출통합조직 육성 등 수출 간접 지원을 강화해 수출물류비 폐지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을 뿐 실질적인 대책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출통합조직 육성을 통한 지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화훼류 생산자들이 연합해 세운 화훼수출전문업체 케이플로라의 관계자는 “정부가 수출바우처 제도 등 물류비 지원 중단과 관련한 대책이라며 설명회를 여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게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시설 개·보수 지원사업을 펼칠 때 수출농가들에게 우선 인센티브를 주는 것부터 도입하면 농가들에게 그나마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선식 전남 고흥 두원농협 조합장은 “수출통합조직을 지원하면 회원사 사이에 나눠 먹기식으로 예산을 배분할 우려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 회장은 “농가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지원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조합장은 “정부는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이 가져올 소용돌이를 보다 면밀히 파악해 농가들이 안심하고 영농에 나서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은 2015년 WTO 제10차 각료회의에서 회원국이 합의한 ‘농산물 수출보조금 폐지’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정부가 지원한 수출물류비는 연간 약 33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