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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한국농어민신문)[선택 3.13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1>연재를 시작하며: 왜 조합장 선거인가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10-22 09:49
조회
920
내년 3월13일 제 2회 전국 동시 농축협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조합장 선거는 농민이 조합에 참여하고, 연대하며 현장에서부터 농협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조합장 한 명만 바뀌어도 조합엔 큰 변화가 온다. 지금이 농정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면 이번 선거는 농민이 스스로 내 조합을 개혁하고, 그를 통해 스스로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3.13 조합장 선거를 맞아 조합장 선거의 의미, 개혁과제, 올바른 농협의 방향에 대해 집중 점검한다.


|농협은 농민의 협동조합인가?

농가 호수 절반 넘게 줄 동안
농협 계열 직원 4배 이상 증가
‘임직원 중심·돈 장사 치중’ 비판

본질적인 문제·진로 따져보고
“농협은 누구 겁니까?” 답할 때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다. 농협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법의 목적으로 규정한다. 또 ‘지역농협은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농협은 바로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자주적 협동조직’인 것이다. 농민을 조직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계통구매를 통해 농자재를 싸게 구매하고, 대기업 유통과 상인들에 대응해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는 경제사업을 잘해야 한다. 그런 역할 때문에 사업과 운영에서 수많은 독점적 지위와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농협은 ‘조합은 농민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하면서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은 뒷전이고, 신용사업 돈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협의 신용사업은 중앙회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중은행이고, 지역농협의 상호금융은 조합원보다는 준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농협은 농민의 협동조합이면서도, 그 방대한 조직과 인력으로 농민을 대변하는 활동이 아니라 정부의 행정보조기관처럼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부터 농협중앙회 아래에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수많은 자회사를 주식회사로 운영하면서 농민의 이익보다는 자체 수익 논리가 팽배하다.
농협의 사업, 조직과 인력은 크게 확대돼 왔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6년 8월말 현재 농협중앙회와 각 지주회사 및 자회사의 직원 숫자는 8만9355명으로 1975년 2만2070명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농가호수는 1975년 237만호에서 2015년 108만호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농민의 협동조합인데도, 조합원 농민들이 몰락해 가는 동안 임직원의 잇속을 챙겨왔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농협의 밥그릇이 영원한 것도 아니다. 농촌경제의 악화와 인구감소, 고령화는 조합의 존재 근거를 흔들고, 사업의 위축을 불러온다. 농협은 이런 위기를 협동조합 원칙에 따라 농민 조합원 중심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사업의 범위를 준조합원, 비조합원으로 넓히고 경영수익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 농협의 경제사업이 제 역할을 못하자 전업농가들은 농협을 떠나고 있다.
싫든 좋든 농협의 본질적인 문제를 따져보고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많은 농촌지역 농협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머지않아 소멸될 위기”라며 “경제사업의 적자는 말할 것도 없고, 주된 수익원이었던 신용사업 자체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도시민을 위한 신용사업만 영위하고 있는 대도시 농협은 이미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위상을 상실했기에 그 진로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 농협은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인지, 임직원의 주식회사인지, 정부의 산하기관인지 정체성이 의문스러운 존재다. 농협 개혁은 그래서 오래됐지만 시급한 화두다. “농협은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농협과 정부는 답해야 하고, 농민조합원은 농협의 주인으로서 그 권리와 의무를 고민해야 한다.


|1기 동시 조합장 선거 평가

절반 가까이 조합장 ‘교체’
투표율 81.7%에 달해
돈 선거 견제·공약 감시도

선거운동 과도하게 제한
‘깜깜이 선거’ 오점도 남겨

내년 3월13일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는 2015년 3월11일 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이어 동시선거로선 2번째다. 2015년 이전까지는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이 각각의 일정에 따라 선거를 진행해 왔으나, 2011년 공명선거 정착 취지로 농협법을 고쳐 2015년부터 전국 동시에 실시하기로 했다. 또 2014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농축협 조합장 선거는 이 법에 따라 실시하게 됐다.

지난 2015년 1회 선거는 같은 날에 전국 1000여개 농축협 조합장을 선출하면서, 농협 개혁을 위한 공동대응이 가능해졌다. 이전의 선거는 개별조합별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 농민들이 지역마다 개별 대응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시선거는 사회적 관심을 받는 선거여서 전국적으로 농협 개혁과 운영에 대한 담론이 형성될 기회가 생겼다. 또한 돈 선거를 견제하고, 후보자의 약속 이행을 유권자가 감시하는 ‘메니페스토 운동’을 통한 정책선거로 선거문화를 바꾸는 계기도 마련됐다.

1회 선거에서는 선거인수 194만여명에 투표자수159만여명으로, 투표율이 81.7% 에 달해 이전 10년간 조합장선거 평균 투표율인 78.4%보다 높았다. 선거결과 1019개 조합 가운데 517개 조합에서 새로운 조합장이 당선됐다. 한농연 회원 출신이 259명 당선됐고, 좋은 농협 운동 참여 후보 중 75명이 당선됐다. 조합장 교체율은 46.6%였다. 이는 농협의 변화에 대한 농민들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탁선거법으로 인해 2015년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과거 농협법에서 허용하던 후보자연설회나 공개토론회 등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선관위와 검찰 등 당국의 계도와 단속으로 돈 선거는 개선 기미가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부정선거는 사라지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1회 선거에서 고발 170건, 수사의뢰 56건, 이첩 53건, 경고 581건 등 총 860건의 위법행위를 조치했다. 위법 행위 유형별로는 금품, 음식물 제공행위가 345건으로 가장 많아 40.1%였고, 이어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불법행위 145건으로 16.9%, 불법인쇄물 배부 행위는 111건으로 12.9%였다. 대검찰청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2015년 9월 11일까지 총 1334명을 입건, 그 중 당선자 157명(구속 19명)을 포함, 847명을 기소했다. 이 중에는 금품선거 사범이 56.1%로 가장 높은 비율이었고, 흑색선전, 사전 선거운동 등 이었다.

특히 1회 선거에서는 그동안 고질병이던 무자격조합원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농협법에 따른 조합원의 자격기준에 미달하는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선거 이후 무자격조합원 문제로 인한 무효소송이 30여건에 달하기도 했다.
선거 국면에서 농민 조합원을 견인할 농민단체와 관련 운동조직의 대응도 있었다. 당시 한농연, 전농, 지역재단을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연대로 ‘좋은 농협 만들기 국민운동본부’가 결성돼 공약권고안을 제시하고 메니페스토 운동을 전개, 상당한 당선자를 낸 것은 큰 성과다.
하지만 현장 조합원 조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중앙단위 대표자들의 연대운동에 머물렀다는 자평이 남는다.


|3.13 조합장 선거의 과제

"참여해야 바꿀 수 있다” 인식
농민단체 중심 공동 대응 필요
위탁선거·농협법 개정도 시급

조합장은 지역에서 농협을 대표하며 업무를 집행하고, 이사회와 총회의 의장이다. 직원의 임면권까지 쥐고 있으니 조합에서 가장 막강하고 중요한 자리다. 또한 조합장들이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만큼 조합장을 제대로 뽑는 일이 농협을 개혁하는 출발이 되는 것이다.

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경상대 명예교수)은 “조합장의 역할은 일반 은행이나 대형마트처럼 운영해서 직원들 월급을 주는 역할이 아니라 농민들이 판로를 걱정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도록 공동판매조직을 통해 교섭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조합장의 역할을 규정했다. 이어 “농민이 가만히 있는데 정부나 정치권이 농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할 리 없는 만큼 선거에서는 시대의 과제인 품목별연합회 같은 이슈를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협약, 중앙회장 선거에서 요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헌중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농민의 농협이란 의사결정구조면에서나 조직운영, 사업경영면에서 조합원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조합이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농민진영이 총력을 기울여 조합장을 잘 뽑아야 한다”면서 “또 이번에 선출되는 조합장들이 차기 중앙회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조합장 선거는 농협개혁의 중요 국면”이라고 의미를 뒀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 것인가. 지난 1회 선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참여해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경제학 박사)는 “조합별 학습모임을 꾸리고 다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메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농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선거에 대응하는 전국적인 공동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회와 정부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위탁선거법과 농협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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