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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배 무봉지 재배…일손 절감효과 ‘주목’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9-18 09:50
조회
864

봉지를 씌우지 않고 키운 ‘신고’ 배의 모습. 과실이 햇볕을 바로 받아 봉지를 씌워 키운 배보다 붉은빛을 띠는 게 특징이다.

봉지값 등 영농비 줄어 단맛 향상도 이점으로 꼽혀

병해충·조류에 바로 노출돼 주기적 예찰·방제 필요

소비자는 노란배 선호하는데 무봉지 배는 붉은빛 띠어 ‘색깔보다 맛’ 인식 전환 관건

과실에 봉지를 씌우지 않는 ‘무봉지 재배’가 배농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봉지를 씌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도 향상에도 유리해서다. 물론 병해충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이나 소비자의 인식전환 등 뛰어넘어야 할 벽이 높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배농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으로 무봉지 재배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와 실천농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왜 무봉지 재배일까=무봉지 재배는 새로운 방식의 재배법은 아니다. 배 주산지인 울산에선 20여년 전만 해도 무봉지 재배를 하는 농가들이 많았다.

김경상 울산시농업기술센터 과수계장은 “국산 신품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장십랑>을 무봉지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았다”면서 “<신고>에 봉지를 씌우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다보니 자연스레 무봉지 재배방식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편화된 봉지 재배는 농촌이 고령화하면서 한계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봉지값은 둘째 치더라도 봉지를 씌울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져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무봉지 재배가 노동력 절감수단으로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가가 봉지 재배에서 무봉지 재배로 전환하면 10a(300평)당 노동시간은 15.4%, 인건비는 27.3%, 경영비는 18.2% 절감된다.

최진호 농진청 배연구소 연구관은 “봉지값이 오르는 데다 일손마저 부족해 장기적으로 무봉지 재배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봉지 재배한 배는 당도와 비타민C 등 영양성분이 높다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맛 향상에 탁월=현장에서 직접 무봉지로 배를 재배해본 농가들은 노동력 절감과 더불어 ‘맛 향상’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2년째 <신고>를 무봉지 재배하고 있는 민동현씨(46·충남 천안)는 “봉지 재배를 기준으로 <신고>의 평균 당도는 12브릭스(Brix) 정도인데, 지난해 무봉지로 수확한 배는 13.8브릭스에 달했다”며 “올해는 아직 배가 다 익기 전인 데도 비파괴검사를 해보니 이미 13브릭스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김 과수계장은 “무봉지 재배를 하면 배의 맛을 높여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배의 과육이 거칠어지지만 <황금> <풍금> 등은 부드러운 식감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병해충 방제, 판로확보가 관건=배농가들이 무봉지 재배에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커서다. 과실에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바로 병해충이나 조류 등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민씨는 “지난해 복숭아순나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더니 과원의 35%가 순나방피해를 봤다”며 “올해는 기피제·트랩 등을 사용해 철저히 대비한 결과 아직까지 큰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까치 등 조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정억근 천안시농업기술센터 과수팀장은 “중만생종인 <신고>는 복숭아순나방 밀도가 높아진 다음에 수확하는 만큼 무봉지 재배가 어려운 품종으로 여겨져왔다”며 “복숭아순나방의 발생패턴을 익히고 주기적인 예찰을 통해 피해를 줄이는 방법만 터득한다면 조생종은 말할 것도 없고 중만생종도 무봉지 재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가 노란빛을 띠어야만 품질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 인식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햇볕을 직접 받은 배는 봉지 배에서는 볼 수 없는 붉은빛을 띠어서다.

김 과수계장은 “무봉지 재배에선 흔히 알고 있는 노란 빛깔의 배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자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농가에겐 쉽게 권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배의 외형이 아닌 맛을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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