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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곧 추석인데] ② 짓무른 배추·덜 자란 무…작황부진에 농민 시름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9-06 09:04
조회
853
포항 명물 시금치는 아예 재배 포기

(전국종합=연합뉴스) 올여름 최악 폭염에 시달렸던 채소는 수확철이 되자 초라한 모습으로 농민들을 맞았다.

추석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원 고랭지 배추는 더위에 짓물러 밭에 버려졌고, 채 자라지 못한 무는 출하 시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최근 배춧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배추를 수확하는 농민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최악 가뭄과 폭염으로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포항초'로 이름난 포항지역 시금치는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 죽어버렸다.

농민들의 깊은 시름은 추석 장보기에 나설 소비자의 한숨으로 이어질 듯하다.

◇ 절반가량 출하 포기…폭염에 녹아내린 고랭지 배추


폭염에 짓무른 고랭지 배추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염에 짓무른 고랭지 배추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에서 무르고, 잎도 녹아버리니 절반은 그냥 밭에 내다 버렸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강원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추석을 앞두고 막바지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밑동을 벤 배추를 망에 담고, 다시 트랙터에 옮겨 담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지만,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 대신 시름이 어렸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푸른 배추 물결이 넘실거리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겉만 파랄 뿐 속은 누렇게 썩어 있었다.

매봉산 북서쪽 곳곳은 겉도 온통 누런색이었다.

고온으로 발생하는 배추 무름병 피해다.

시장에 출하할 수 없어 칼로 베어 버린 배추들이 밭 곳곳에 내버려 졌다.

한 농민은 집어 든 배추를 두고 버릴지 담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밭으로 내팽개쳤다.

이곳에서 1만6천여㎡ 규모로 배추를 키우는 이모(52)씨는 "평년이면 5t 트럭 15대 분량으로 배추를 출하했는데 올해는 7대도 채우지 못했다"며 "배춧값이 올랐다 해도 소득은 뚝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은 면적 117㏊로 전국에서 가장 넓어 추석 물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태백시는 생산량은 평년 대비 5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한다.

현지 농가들이 전하는 생산량 감소비율은 태백시 추정보다 훨씬 낮다.

이정만 태백 매봉산 영농회장은 "겉이 망가져 속만 골라낸 쌈 배추까지 포함해도 올해 생산량은 평년 대비 20%밖에 안 된다"며 "올해 작황은 매봉산 고랭지 배추 재배 역사 50년 중 최악이다"고 말했다.

◇ 가뭄에 채 자리지 못한 무…'추대' 현상에 골머리


생육 부진으로 밭에 버려진 무 [연합뉴스 자료사진]
생육 부진으로 밭에 버려진 무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랭지 무 역시 폭염·가뭄 피해를 비켜 갈 수 없었다.

강원 정선군 임계면에서 막바지 수확에 나선 농민들은 항아리 모양의 기형 무를 뽑을 때마다 시름이 깊다.

곧게 자라야 할 무가 아랫부분이 뚱뚱한 항아리 모양으로 변한 것에는 날씨 영향이 크다.

여름 가뭄에 채 자라지 못하던 무가 지난달 말 폭우에 급격히 생육하면서 기형으로 자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벼룩벌레 유충이 속을 파먹는 이른바 곤자리 피해까지 발생해 상품성이 뚝 떨어졌다.

기형과 병충해를 이겨냈더라도 가뭄에 채 자라지 못한 무가 많아 출하가 더뎌지고 있다.

임계농협 관계자는 "기형과 병충해 등으로 출하하지 못한 무가 40%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평창 고랭지 무에는 꽃이 피는 추대 현상이 발생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무청에 꽃이 피면 뿌리로 가야 할 영양분이 줄기로 향해 생육이 급격히 저하된다.

정상의 절반 크기도 안 돼 결국 상품 가치를 잃고 출하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 포항 명물 '시금치'…폭염에 녹아 재배 포기


듬성듬성한 시금치밭
듬성듬성한 시금치밭(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한 비닐하우스에 시금치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경작하는 농민은 올해 여름 폭염으로 시금치가 모두 죽어 새로 심었지만, 여전히 생육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2018.9.6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괴정리 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아무런 작물이 없어 맨땅이 보인다.

이곳은 포항 특산물인 시금치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예년 같으면 시금치가 자라고 있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폭염에 시금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농민이 재배를 포기했다.

인근 농협 농산물집하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올해 날이 더워서 시금치는 모두 녹았다"고 털어놓았다.

시금치는 파종 후 1개월 정도면 수확할 수 있어 1년에 여러 차례 파종하곤 한다.

특히 포항 연일읍 형산강 남쪽 들판은 시금치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즐비해 시금치 주산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키우는 시금치는 포항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농민들은 올해 여름에 심은 시금치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괴정리 비닐하우스에서 시금치 농사를 짓는 김순애(58)씨는 "여름에 시금치를 심었는데 다 죽어서 최근에 다시 심었다"며 "추석 즈음에나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공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시금치값은 1년 전보다 22.0%, 7월과 비교하면 128.0% 올랐다.

그러나 포항 시금치밭에선 출하할 수 있을 만한 시금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이 같은 가격 인상 혜택을 보는 농민은 별로 없다.

시금치는 낮 기온이 32∼33도 정도 넘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올해 7∼8월 포항에서 낮 기온이 35도를 넘은 날은 20일에 이른다.

시금치 농사를 짓는 이모(61)씨는 "어쩌다가 35도를 넘는 정도면 괜찮은데 올해는 한동안 폭염이 지속하다 보니 시금치가 이겨내지를 못했다"며 "지금도 날씨 탓에 작황이 나빠서 2천 단 정도 수확할 수 있는 밭에 500단 정도밖에 안 나올 정도로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배연호 손대성 장덕종 양지웅)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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