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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곧 추석인데] ① "팔 만한 게 없어" 하늘이 원망스러운 과수농가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9-06 09:00
조회
843
이상저온·폭염·폭우로 낙과·일소 등 피해 극심…"올해 농사는 망쳤다"

충북 영동군 농가 낙과 피해
충북 영동군 농가 낙과 피해[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올해 초순 이상저온에 이어 111년만의 혹독한 폭염, 그리고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연이은 물 폭탄까지.

계속된 이상기후에 상당수 과수농가가 한해 농사를 망쳤다.

추석은 다가오는데 농심은 그저 무심한 하늘을 원망할 뿐이다.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손모(55)씨는 요즘 사과과수원에 들어설 때마다 한숨이 앞선다.

추석 대목에 맞춰 출하하려던 사과가 태풍 '솔릭' 때 폭격이라도 맞은 듯 우수수 떨어져 썩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천600㎡ 과수원에서 9월 중순 수확하는 '추석 사과' 자홍 농사를 짓는데, 수확을 열흘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살인적 폭염과 가뭄까지 가까스로 버텨냈는데 정작 수확을 코앞에 두고 불어닥친 태풍과 폭우에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된 셈이다.

그의 사과는 지난 4월에는 심한 냉해를 입어 열매 수도 예년만 못한 터였다.

손씨는 6일 "지난달 태풍이 추풍령을 관통하고 뒤이은 폭우로 사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열흘 만에 절반 넘게 낙과했다"며 "남아 있는 사과도 햇볕에 데어 껍질이 누렇게 변하거나 알이 쩍쩍 갈라져 건질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과 농사를 짓는 손씨 농가 주변 120여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냉해→폭염→가뭄→폭우로 이어진 롤러코스터 날씨로 농사가 엉망이 됐다.

지서경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팀장은 "물을 먹은 사과는 저장력도 떨어지는 만큼 그나마 피해를 줄이려면 서둘러 수확해 출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예안면 일대 농민들은 최근 내린 많은 비로 낙과 피해가 이어지자 "차라리 작은 것이라도 팔자"며 수확에 나서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홍로 40개 정도면 15㎏ 상자를 채울 수 있었지만, 올해는 낙과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작은 사과를 미리 수확하다 보니 같은 상자에 70개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

예안면에서 3천평 규모 사과 농사를 하는 임영식(65)씨는 잇따른 이상기온으로 올해 사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임씨는 "생산량이 적은 데다 홍로가 떨어지기 전 미리 수확해 상품성마저 떨어진다"며 "이런 이유로 사과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안동시 길안면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윤명한(68)씨도 "홍로가 굵어지기도 전에 떨어져 작더라도 미리 수확해 내다 팔았다"며 "상품도 15㎏ 상자 기준으로 지난해 이 무렵보다 1만∼2만원 적게 받는 등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경북에서는 올해 폭염과 이상저온으로 각각 761.1㏊, 1만6천㏊ 규모에서 과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폭염에 갈라지고 터진 사과(열과·熱果)
폭염에 갈라지고 터진 사과(열과·熱果)[연합뉴스 자료사진]


복숭아 주산지인 전남 화순군 과수농가에서도 연이은 이상기온 탓에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0% 줄었다.

4월 난데없이 들이닥친 추운 날씨로 냉해를 입어 꽃이 제대로 피지 못했는데, 개화 시기인 7∼8월에는 33도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과실 크기가 작아지는 등 '불량 상품'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폭우까지 겹치면서 수분량이 많아져 당도도 많이 떨어졌다.

수확량은 줄었지만, 수요 감소로 가격은 전년과 비슷한 2만5천∼3만원(4.5㎏ 1박스 기준)이어서 농민들은 매출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김지웅 화순농업기술센터 팀장은 "올해 냉해, 고온, 태풍에 이어 나흘 간격으로 쏟아진 폭우 등 이상기온이 계속되면서 과수농가 피해가 막심하다"고 설명했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 사과 농가 307곳에서도 20∼30%가량이 일소 피해를 봤다.

무풍면에서 17년째 농사를 짓는 김정규(56)씨는 "올해 같은 폭염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밖에 경남 거창에 있는 사과·포도·오미자 농가 397곳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154㏊ 규모의 일소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4월에는 같은 지역에서 1천892개 과수농가가 1천518㏊ 규모의 이상저온 피해를 봤다.

경남도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이상기온으로 인한 과수 피해 비율이 다른 해에 비교하면 늘었고 이는 전국적 현상"이라며 "피해 복구 계획을 세워 지원하고, 농가에 정책보험 가입을 장려하는 등 피해 예방 대책을 수립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병기 이승형 장덕종 임채두 김선경 기자)


전북 무주 사과 농가
전북 무주 사과 농가[연합뉴스 자료사진]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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