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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농작물 할퀸 ‘수마’…날아간 ‘부농 꿈’ 쌓이는 ‘복구 걱정’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9-03 09:42
조회
893

전국 물폭탄…농촌 피해현장 가보니

제19호 태풍 ‘솔릭’에 이어 기습적인 폭우가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면서 농촌 곳곳에서 큰 피해가 속출했다. 물폭탄에 농경지가 침수돼 농작물이 상하거나 썩고 있다. 한창 수확 중이던 고추가 죽어가고, 시금치·딸기·감자도 농사 시작부터 모두 망가졌다. 당장 눈앞의 피해도 문제지만, 사후 복구 일손이 없어 큰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비 예보가 계속돼 농민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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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 일대

사리현동 시설하우스 침수 농가 “추석 맞춰 키웠는데…”



폭우로 시설하우스 16동 전체에 침수피해를 본 김창래씨가 진흙으로 범벅이 된 시금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8월27일부터 30일 새벽까지 경기 고양시에는 무려 654㎜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그친 30일 오후 일산동구 사리현동 시설하우스 밀집지역은 농민들의 한숨소리로 가득했다. 지역의 시설하우스 200여동이 한곳도 빠지지 않고 모두 침수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침수피해는 처음입니다. 비가 물폭탄처럼 쏟아지는데 속수무책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시설하우스 16동(1만560㎡·3200평)에 시금치와 열무·얼갈이·실파 등을 심었던 김창래씨(69)는 “추석 대목에 맞춰 출하하려고 7월24일 정식해 정성껏 키워 왔는데 모두 폐기처분하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김씨와 이웃들의 시설하우스는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물에 잠겼다가 빠지는 일이 세차례 이상 반복되면서 완전히 누런 진흙밭으로 변해버렸다. 작물마다 진흙이 덮여있는 데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타들어가기 시작해 폐기처분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작물을 모두 갈아엎고 당장 새로운 모종을 심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직까지 땅이 마르지 않아 트랙터가 들어갈 수 없어서다. 시설하우스를 치우고 모종을 새로 키워야 하는 등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일손은 턱없이 부족해 아우성이다.

김씨는 “이번 침수로 3000만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됐다”면서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후에나 정식이 가능한데 추석 대목을 놓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고양=김은암 기자 euna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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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 일대

고추·참깨·토마토 등 물 잠겨 일손 부족·감염피해 우려도



강원 철원지역의 농민 김학윤씨가 폭우로 침수피해를 본 농장에서 시들어버린 고춧잎을 쳐다보고 있다.

“주문받은 고추가 다 못쓰게 망가졌네요. 붉게 익은 것도 다 물러져서 팔 수 없게 됐어요.”

8월28~29일 강원 철원지역에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뒤 피해농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2314㎡(700평)에 고추·녹두 등을 재배하는 김학윤씨(60·철원읍 화지리)는 “비가 그친 8월30일 종일 물을 퍼냈지만 고추 수확은 틀린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29일 새벽 김씨의 농장은 2m 높이의 고추건조기가 떠내려갈 정도로 많은 물이 들어차면서 화를 피하지 못했다. 김씨는 “올해 고추 시세가 괜찮아 2000만원 정도 소득을 기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이젠 일일이 고춧대 뽑아낼 일이 걱정인데, 군부대 등에서 혹시 일손 지원이 가능하다면 그 작업이라도 도와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덕일씨(45·산명리)는 수확한 참깨를 건조하려고 비닐하우스에 널어놓았다가 변을 당했다. 농장이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쪽에 위치해 폭우가 내린 29일 아침까지도 가볼 수 없었던 것.

이씨는 “600㎏ 되는 참깨가 잔뜩 물을 머금고 싹이 나버린 상태”라며 허탈해했다.

철원지역에서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동송읍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토마토농가 임성재씨(61·동송읍 이평리)는 “토마토농장의 물은 겨우 빼냈지만 세균·바이러스 감염 등 2차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된다”며 “이 일대 시설농가들의 침수피해 면적이 3만3057㎡(1만평)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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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일대

씨감자 파종 10일 만에 피해 딸기·깻잎 농가들도 날벼락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이성원씨(오른쪽)가 설종헌 밀양농협 팀장과 침수된 딸기 모종을 살펴보고 있다.

“씨감자를 파종한 지 10일 정도 됐는데, 폭우로 완전히 물에 잠겨 농사를 망쳤어요.”

경남 밀양시 하남읍에서 3만3057㎡(1만평) 규모로 감자농사를 짓는 박동흥씨(55·명례리)는 8월26~27일 내린 폭우로 망가진 감자밭을 보며 깊은 한숨만 쉬었다.

이번 비로 1만9834㎡(6000평) 정도 피해를 본 박씨는 마땅히 심을 작물이 없어 막막하다며 하소연했다. 그동안 박씨는 봄에 감자를 심어 수확한 후 벼를 심는 이모작 농사를 해왔다. 그러다 올해는 정부가 논에 다른 작물을 심을 것을 권장해 전부 감자로 돌렸다. 이번 비피해로 박씨는 비닐값·인건비 등 2000만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상남면에서 2만3801㎡(7200평) 딸기농사를 짓는 이성원씨(60·기산리)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씨는 우량묘를 생산하기 위해 2017년 11월 중순부터 3966㎡(1200평) 밭에서 정성 들여 모종을 키워왔다. 본밭 정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밭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제 막 정식을 마친 깻잎농가들도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산외면에서 깻잎농사를 짓는 오흥식씨(62·금천리)는 시설하우스 5동이 피해를 봤다. 오씨는 “8월초부터 9월초까지 단계적으로 정식을 하는데, 시설하우스 13동 중 5동이 물에 잠겨 깻잎을 모두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라며 “다시 모종을 키워 심으려면 한달 이상 걸리고, 일손이 한꺼번에 필요해 인건비 등 경영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속상해했다.

밀양=노현숙 기자 rhsoo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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