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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스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농촌사회 건설을 위해 농촌복지 향상에 총력을 경주하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킨다.

(중앙일보)풍년인데 농산물 가격은 안싸지는 이유 아시나요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8-16 12:39
조회
793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올여름 내내 계속된 폭염 탓인지 고추, 사과, 복숭아 등이 제 모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수박도 시원한 맛이 아니다.
8월 13일 농림부 발표에 의하면 폭염 피해 작물 면적은 과수가 1105.8㏊로 피해가 가장 크고, 특용작물이 549.4㏊, 채소 420㏊, 밭작물 196.6㏊, 벼 63.0㏊ 등으로 나왔다. 과일이 피해가 크고 벼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057.9㏊로 농작물 피해가 가장 컸다고 한다. 이어서 충북 305.5㏊, 전남 228.5㏊, 충남 208.6㏊, 전북 164.0㏊, 경남 140.0㏊ 순이다.

농작물뿐만 아니다. 더위를 견디지 못해 폐사되는 가축도 늘고 있어 축산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과잉 생산에 대한 걱정이 컸던 돼지 농가는 그나마 생산량이 조절돼 시름을 덜게 됐지만 그래도 자식 같은 가축이 더위에 쓰러질 때면 가슴을 친다.

우리 농장에서 키우는 새끼 돼지는 호스로 물을 뿌려주면 시원하다고 무척 좋아하지만 잠시라도 물뿌리기를 멈추면 이내 달려와 코로 내 무릎을 들이받는다. 더워서 이성을 잃기는 사람이나 돼지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고추 작황은 부진, 호박은 과잉 생산

이장은 올해 고춧값이 좋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고추가 작황이 안 좋아 고춧값이 오를 거라는 것이었다. 하긴 불볕더위에 마을 길옆 밭의 고추들이 타들어 가고 있다. 고춧대에 달린 고추가 푸르긴커녕 벌겋게 익었다. 폭염에 익은 고추는 그냥 먹어도 맛이 없고 고춧가루로 만들기도 어렵다. 상품성이 사라져 그냥 버려야 한다. 운 좋게 물을 잘 만나 살아남은 고추만 비싼 값에 팔려 나갈 것이다.
그러나 호박은 사정이 다르다. 폭염에 생산량이 급증해 일부는 폐기해야 한단다.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호박을 농민들이 스스로 깨부수고 있다. 그래야 생산량이 조정돼 가격을 맞힐 수 있단다.

여름에 한참 베어 물어 먹을 복숭아는 일조량이 너무 많아 변색하여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솎아내고 있다. 나무가 스스로 열매를 보호하느라 색이 변한 것인데 인간은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따내고 있다. 도대체 상품성은 무슨 기준일까.

도시의 주부들은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사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없다고 말한다. 흉년이 들어 농산물이 귀하게 되면 당연히 비싸게 먹는 것은 당연하지만, 풍년이 들었다고 값싸게 농산물을 사 보겠구나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과잉생산이 되면 초과 생산분을 폐기하기 때문에 싸게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민들은 제대로 팔아 본 적이 있을까.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흉년이 들면 작물 생산이 줄어 비룟값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풍년이 들면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재료비·소모품비와 같은 비용은 더 증가하므로 손해를 줄이기 위해 물량 조절에 들어간다고 한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채소류 물가가 전월대비 3.7% 상승했다. 지난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월 대비 채소류 물가 상승률은 2월 16.7% 이후 3~6월에 4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이달 반등했다. 시금치가 6월보다 50.1%나 치솟았고 배추 39.0%, 상추 24.5%, 열무 42.1% 등도 가격이 껑충 뛰었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인가. 지금 뉴스에서는 무더위에 농산물값이 비싸져 식당의 음식값이 오르고, 소비자 물가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 문제인데 농민들이 배춧값, 뭇값, 오이값을 올려 받아 죽겠단다. 소비자들은 이 와중에 값을 올렸다며 농민들에게 눈초리를 돌린다.
농민들은 농산물값을 올리지 못한다. 값을 올리기에 앞서 작물이 타 죽을까 봐 물을 대며 노심초사한다. 도대체 누가 농산물값을 올려 골목 식당을 위협하고 있단 말인가. 원인은 복잡한 농산물의 유통 구조와 적은 판매 마진에 있다. 게다가 우리의 내수 시장이 작아 경쟁도 심하다.

농산물 유통 경로는 일반적으로 생산자, 도매상, 소매상, 소비자로 이어진다. 거기에 대량으로 소비되거나 특수한 작물은 중간단계에 중매상이 하나 더 끼어든다. 수입 작물의 경우에는 중매상이 여러 단계에서 개입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생산 쪽에선 농협, 작목반, 영농조합법인 등과 같은 생산자 조직이 결성되고 지역의 농산물 유통센터가 만들어진다. 유통 중간 단계에선 밭떼기라 부르는 수집상과 도매상, 도매법인, 중도매인이 있다. 식재료의 특성에 따라서 식자재 가공업체와 외식업체가 붙고, 경우에 따라선 대형유통업체가 큰 힘을 발휘한다. 소매상은 골목에서나 힘을 쓸 뿐이다. 여기에 B2B 전자상거래 업체가 온라인 유통을 맡는다.

그러니 도매상, 중매상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대형 유통업체, 외식업체, 식자재 가공업체가 주도하는 단체급식이나 대형 외식분야에 소규모 농가가 끼어들기가 어렵다. 지자체가 투자한 지역 종합유통센터는 가락시장과 같은 도매시장이나 단체급식의 식자재 유통업체를 상대하기 때문에 스스로 가격을 조절하는 기능은 약하다. 을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 결정권은 대형마트와 식자재 업체

회사, 공장, 군대, 학교를 상대로 하는 급식사업 시장은 대기업이 이미 점유하고 있다. 학교와 군대의 경우 대기업이 하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그 이유는 마진이 적다고 판단해 일부러 발을 뺐을 뿐이다. 단체 급식업체에 농산물을 납품하고 싶어도 가격과 물량을 맞추어야 하고 입찰에 참여해야 하므로 일반 농가는 감당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간혹 보이는 로컬푸드 판매장은 생산자가 직접 자기 이름을 걸고 판매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한다. 하지만 판매장에는 생산자만 있고 소비자는 없다. 판매장의 위치가 도시가 아닌 농촌에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 있는 안테나 샵 역할의 지역 특산품 매장은 보조금이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도시 내의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대기업 중심으로 식품 시장이 돌아가고 있는데, 농민들이 이 더위에 농산물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의심을 받으니 황당한 지경이다. 누군가가 모든 재료는 소매가로 사면서 판매할 때는 도매가로 파는 농민이니 불쌍히 여기라고 말했다.

농산물의 가격 결정권은 대형마트와 식자재 업체가 쥐고 있다. 과잉생산이 돼 자식 같은 농산물을 내버리는 농민들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싼 가격으로 팔라고 강요하는 것은 대형 도매상이다. 나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항상 말한다. 농산물은 키우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파는 게 힘들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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