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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김영란법’ 시행 후 농민들 ‘피멍’…법 개정 하루가 급하다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7-07-19 09:33
조회
1190
설 농축산물 선물 판매액 지난해보다 25.8% 줄어
국회 계류 개정안 13건 있지만 본회의 문턱 한건도 못넘어 농업계 “농축산물 제외” 촉구
수입의존도 높아 수급 불안 생산자 중심 조절체계 갖춰야 축산물, 직거래 판매망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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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28일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여파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법 시행으로 농축산물 선물 수요가 위축되면서 축산·과수·화훼분야를 중심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탓이다. 김영란법 개정이 농축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해결과제로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또 매년 되풀이되는 농축산물 공급 과잉·부족 문제도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농축산물 수급안정은 매번 핵심 농정과제로 떠오르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게 현실이다.


◆농축산물 소비 위축=농업계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농축산물 소비위축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법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요구에 귀를 닫았고, 생산농가만 법 시행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 맞이한 올 설 대목의 국산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 선물세트 판매액(대형마트 4사, 백화점 3사)은 전년보다 25.8% 감소했다. 과일 판매액은 지난해 761억원에서 올해 525억원으로 31%나 줄었고, 쇠고기는 825억원에서 623억원으로 24.4% 감소했다. 설 명절에만 소비자들이 400억원어치 이상의 과일과 쇠고기를 외면한 것이다. 농경연은 이를 기준으로 올해 한우·과일·화훼분야에서만 농업생산액이 3798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현상은 도매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과일 가운데 제수용으로 인기가 많은 사과는 1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량이 지난해에 견줘 14.8% 감소했으며 가격도 16.3%나 떨어졌다. 한우 가격도 도축량이 줄었지만 수요부진으로 하락했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 사이 한우 도축마릿수는 2만1000마리(7.1%) 감소했고, 가격도 1㎏당 1485원(9.6%) 하락했다. 분화류는 법 시행 이후 4개월 남짓 동안 전년 동기 대비 거래금액이 18.5%나 줄었다.

◆김영란법 개정 필요=시행하기도 전부터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김영란법은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모두 13건이다. 이중 농축산물의 법 적용을 제외하거나 완화하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만 해도 6건이나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개정안은 전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농업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는 만큼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농업계는 당초 우려했던 대로 농축산업의 피해와 농축산물 소비위축이 현실화된 점을 들어 법 개정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축산물의 법 적용 제외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시행령상의 허용가액을 상향 조정하는 안보다 확실하고 적극적인 농축산물 소비촉진 방안이라는 게 농업계의 주장이다.

한 축산단체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후 농축산물이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근원으로 몰리고 있어 억울함을 감출 수 없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축산물을 김영란법에서 제외하는 데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불안한 수요·공급=농산물은 자체 특성과 유통과정상 불가피하게 수급 불안정성이 높다. 공산품과 달리 계절이나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생육기간이 필요해 시장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추·무·마늘·양파·건고추를 5대 수급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수급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 수급불안으로 말미암은 가격 급·등락은 매년 발생하고, 애꿎은 생산농가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마늘·양파·건고추는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 등의 수입 물량 운용을 수급정책의 중추로 활용하는 탓에 국내 생산기반마저 위태롭다. 정부가 수입 농산물에 의존한 수급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축산물은 제대로 된 수급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축산강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달아 체결해 수급불안이 심화된 상황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축종은 한우다. 2016년 한우 도축마릿수는 73만8867마리로 2015년보다 16.2%(14만3124마리) 줄었다. 이같은 공급량 감소는 지난해 6월 한우 지육 도매값을 1㎏당 1만9000원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한우 대신 저렴한 수입 쇠고기를 선택하면서 가격이 11월 1만6000원대로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급량 부족에 기인한 가격상승을 수입 물량이 억누르면서 국내 생산기반을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자율적 수급조절 필요=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생산자에 초점을 맞춘 수급조절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TRQ 물량 운용을 능사로 여기기보다 생산자조직을 중심으로 생산·수급조정이 이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산지폐기나 긴급수입 등의 조치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 유통전문가는 “일상적인 수급관리는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자율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의 시장 직접 개입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을 때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물 소비 활성화 및 수급조절을 위해서는 직거래 확대와 수급조절용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게 축산업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직거래 확대는 유통마진을 줄이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인터넷·모바일 등 새로운 유통경로 확충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축산업계는 또 축산물도 농산물처럼 정부의 직접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한우도 농산물처럼 수급 안정품목으로 지정하고 정부가 책임지고 수급·가격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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