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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취재수첩]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젠 시간이 없다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6-25 09:45
조회
729

얼마 전 출근하니 ‘전화요망’이라고 적힌 메모지가 책상 위에 붙어 있었다. <농민신문> 기자임을 밝히고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느냐”고 묻자 상대방은 대뜸 “고맙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축산 전문지가 아닌 데도 무허가축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해주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자신을 충남지역에서 한우를 키우는 60대 농민이라고 소개한 그는 적법화의 애로사항도 한보따리 풀어놓았다. 전체 대지면적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건폐율 문제부터 설계비까지 다양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적법화 문제만 생각하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밤잠도 설친다고 했다. 그는 “신이 와도 못할 것”이라며 “지금대로라면 키울 수 있는 데까지만 키우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씁쓸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우를 기르는 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 감사인사 삼아 하소연을 전하고자 전화했을까 싶어서였다. 적법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간이신청서를 낸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개선이 이뤄진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이런 와중에 축산생산자단체들이 정부가 주관하는 ‘적법화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 다시 참여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5월10일 제도개선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TF 불참을 선언한 지 한달여 만이다. 이들이 다시 TF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정부의 간곡한 요청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제도개선 TF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하는 시선이 더 많다. 그동안 제도개선과 관련해 정부가 보여준 미온적인 자세 탓이다. 특히 무허가축사를 규제하는 가축분뇨법의 주관 부처인 환경부는 줄곧 축산업을 환경의 걸림돌로 여겨왔다. 심지어 현행법상으로는 적법화가 불가능한 입지제한지역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에도 “법에 따라 폐쇄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 역시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는 사이 이행계획서 제출기한(9월24일)은 3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적법화를 가로막는 제도를 풀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제도의 상당수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고, 관련법도 26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서다.

이제는 정부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제도개선보다는 가축분뇨법을 환경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다시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각종 규정에 발목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선량한 축산농가’를 구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이신청서를 낸 4만가구가량이 축산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김태억 (농민신문 산업부 차장) eok112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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