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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칼럼]직불제 개편이 걱정스러운 이유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5-02 09:51
조회
903

농가경제 위협하는 급격한 가격변동 경영위험 줄이려면 변동직불제 필요

정부는 직불제를 농업예산의 3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올해 중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직불제를 공익형 직불 중심으로 개편하고, 과잉생산 등 부작용이 많은 쌀 변동직불제와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는 폐지하거나 고정직불로 통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해열제와 비타민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해열제는 부작용이 있으니 중단하고 몸에 좋은 비타민을 더 많이 복용하라는 처방과도 같다. 환자가 약을 먹는 목적은 접어두고 어느 약이 더 좋은가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정부지원이 필요한가를 논하지 않고, 어느 직불제가 더 좋은가를 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뜻이다.

물론 환경보전을 지원하는 공익형 직불제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토양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유럽에서도 영국이 1980년대 환경보전직불제도를 도입한 후 이러한 지원이 농정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리도 그간 과도한 집약화에 따른 환경문제가 발생해 공익형 직불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익형 직불제가 목적이 전혀 다른 변동직불제를 대체할 수는 없다. 변동직불제가 탄생한 것은 1970년대 미국이다. 농산물 가격지지를 위해 1930년대부터 시행했던 정부 수매제도가 만성적 생산과잉을 가져오자, 가격은 시장에 맡기되 농산물별로 목표가격과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농가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직접지불제도’라 불리는 이 제도는 생산비연계 방식으로 발전하며 이름은 여러번 바뀌었지만 지금도 미국 농정의 핵심정책이다.

유럽연합(EU)도 1950년대부터 수입 농산물에 변동부가금을 매겨 국내 농산물 가격을 지지했으나 역시 과잉생산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1992년에 가격지지를 사실상 폐기하고 재배면적 감축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보상지불’이란 이름의 변동직불제를 도입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한 시장개방으로 가격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다. 이에 대응해 상품을 차별화하고 생산비를 낮추는 것은 농가의 몫이다. 그러나 급격한 가격변동으로 인한 경영위험을 완화시키는 것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 조건을 만들기 위한 제도가 바로 변동직불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쌀에만 적용되는 변동직불을 폐기하기는커녕 미국·EU처럼 주요 농산물로 확대해야 한다. 또 당해 생산과 연계되지 않도록 해 과잉생산 유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와 변동직불제는 결과적으로 농가소득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농가소득 지지 자체가 목적은 아니므로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직불제가 농정예산의 몇%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될 수도 없다. 농산물 가격이 높을 때는 당연히 비중이 낮아지고, 환경보전이 위협받는 지역은 그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국제 농산물 가격이 낮았던 2000년대초에는 직불금이 농정예산의 40% 가까이 차지했으나 국제가격이 높은 지금은 10%도 안된다.

우리나라는 시장개방으로 인한 가격변동이 농가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지금은 가격하락에 대응한 경영위험 축소가 농정의 목표가 돼야 한다. 따라서 변동직불제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당해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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