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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달걀값 끝없는 추락…산란계농가, 도산 걱정에 한숨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4-05 10:24
조회
788

특란 10개 산지값 1년 전 1198원 → 687원 ‘반토막’

산란계 마릿수 적정치 초과 소비량 감소도 한 요인

농민 “생산원가도 안돼” 울상 전문가 “추석에나 반등 가능”

협회, 노계 850만마리 도태 농가 “농식품부, 달걀 수매해 가공용 비축해야” 요구도

산지 달걀값이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산란계농가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공급량이 수요 이상으로 많이 늘어난 탓이다.

산란계 11만마리를 사육하는 하병훈씨(71·경기 포천)는 “올들어 매달 4000만~500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지금대로라면 조만간 도산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가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면 달걀산업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업계는 마릿수 감축 등 대응방안을 세우고 있지만, 단기간 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달걀값 폭락, 사상 최악 수준=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3월30일 기준 특란 소매가격(30개 기준)은 4147원으로 평년(5899원)보다 29.7%나 하락했다. 1년 전(7442원)과 비교하면 44.3%나 급락했다. 대형 할인매장인 이마트의 달걀값(대란 기준)도 3490원으로 2017년 이맘때(6880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산지가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산지 특란 달걀값(10개 기준)은 1198원에서 687원으로 43%가량 폭락했다. 농가들은 생산원가조차 건지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달걀 한개당 생산원가를 110원 안팎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산지가격은 68원 정도다. 하지만 실제 수취가는 이보다도 훨씬 낮다는 게 농가들의 설명이다. 관행으로 굳어진 DC(디시·할인)가격 탓이다. 농가들은 “현재 한개당 50원대라고 보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산란계 마릿수 급증 탓=달걀값이 폭락한 주된 원인은 산란계 마릿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달걀을 낳을 수 있는 6개월령 이상 산란계는 5510만마리다. 대한양계협회가 권고하는 적정 사육마릿수인 4700만마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김재홍 양계협회 경영정책국장은 “현재 하루 달걀 생산량은 4500만개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과잉생산·소비감소 등으로 출하를 못하는 달걀만 하루에 최소 1000만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급과잉 현상은 지난해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부터 예견됐다. 지난해초 AI 때문에 단기간 내 산란계의 36%인 2517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당시 종계도 상당수 처분되면서 실용계 입식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다 하반기에 입식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산란계가 급격히 늘어난 뒤 달걀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8월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 이후 소비가 줄어든 것도 달걀값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양계협회에 따르면 현재 달걀 소비량은 예년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뾰족한 해결책 없어 막막=더 큰 문제는 달걀값이 상반기 내내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산란성계(노계)가 원활하게 도태되지 못하고, 신규로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 마릿수는 많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 3~6개월 사이의 산란계 병아리 사육마릿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6%나 증가한 1171만마리를 기록했다. 이들 병아리는 현재 달걀 생산능력이 정점에 도달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 입식된 산란계 또한 많이 증가했다. 올 1월 분양된 산란계는 394만7000마리로 전년 같은 달의 194만4000마리보다 두배 넘게 늘었다. 2016년 1월과 견줘도 93만마리가 증가했다. 달걀 공급과잉이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명수 농경연 위촉연구원은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파동같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사건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면 추석 즈음에나 가격이 반등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자 양계협회는 3월27일 ‘노계 강제도태’라는 특단의 카드를 내놨다. 이달부터 사육마릿수 10만마리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55주령 이상 산란계 850만마리를 도태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사육 중인 산란계의 약 12%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지난해 AI로 산란계를 살처분했던 농가는 제외했다.

양계협회는 도태 물량을 렌더링 처분할 예정인데 비용을 농가가 자체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한마리당 1200원씩인 도태 비용을 고려하면 모두 102여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산란계농가인 안영기씨(49·경기 연천)는 “농가들 사이에 산란계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산업을 지키기 위한 절실한 마음으로 감축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20만마리 가운데 45%인 9만마리를 도태하기로 했다.

산란계농가들은 이와 함께 달걀을 수매해 가공용으로 비축해주길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하고 있다. 가공용으로 6개월간 냉동보관해 시장출하를 막으면 어느 정도 공급량 조절이 가능하다. 한 농가는 “지난해 달걀값이 크게 올랐을 땐 항공기를 동원해가며 수입에 열을 올리던 정부가 지금은 나 몰라라 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정부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일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주무관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다고 알려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일단 농가가 의지를 갖고 사육마릿수를 감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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