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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ASG 발동 기준물량 너무 높아…대상 농축산물 고작 75개

작성자
hannong
작성일
2018-02-02 09:55
조회
910

한·미 FTA ‘농산물 세이프가드’ 논란 왜 계속되나

가격 아닌 ‘물량’으로 발동 국산 농축산물 가격 떨어져도 기준량 미만이면 무용지물

돼지고기는 냉장육에 한정 신선과일은 사과만 대상

미국산 쇠고기 관세 끝나면 한국은 ASG 발동 못하지만

미국은 섬유 세이프가드 관세 철폐 후에도 10년 사용

“농산물 세이프가드(ASG)가 있지만, 우리 농가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번 기회에 ASG 발동 기준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2017년 12월1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원주을)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ASG 문제를 따졌다. 한·미 FTA 개정협상이 시작되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ASG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라는 주문이었다.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한 각종 세미나·토론회에서도 이런 주장이 자주 나온다. 한·미 FTA의 ASG 논란은 왜 빚어질까.

◆까다로운 발동 요건=2007년 타결된 한·미 FTA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농축산물 개방 수준이 높은 무역협정이다. 우리나라는 협상 대상 농축산물 1531개(HS 10단위 기준) 중 쌀 관련 16개만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체결한 FTA 15건 중 농축산물 개방률이 가장 높다.

협상 타결 직후 정부는 미국산 농축산물의 급격한 수입을 막을 장치로 ASG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FTA 협정문의 발동 기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잖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160여개국이 참여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일반 상품에 적용하는 세이프가드(SG) 외에 농축산물에 적용하는 특별 세이프가드(SSG)를 운용하고 있다. SSG는 ‘물량’이나 ‘가격’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대국과의 협의 없이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장치다.

애초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상에서 WTO의 SSG 형태를 빌린 ASG를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발동 요건을 물량이나 가격 한가지로 특정하자”며 거부했다. 결국 한·미 FTA의 ASG는 가격을 제외한 ‘물량’만을 요건으로 발동하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때문에 국내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수입량이 기준량을 넘지 않으면 ASG를 발동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한국산 섬유에 대해 물량과 가격 중 한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추가관세를 부과할 장치(이하 섬유 세이프가드)를 얻어냈다.

◆현실성 없는 발동 기준물량=발동 기준물량은 ASG 논란의 핵심이다. 농업계는 ASG가 발동할 기준물량이 너무 높게 설정됐다고 주장한다. 한·미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10만7000t이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FTA로 관세가 뚝뚝 떨어지면서 2016년 15만3000t, 2016년에는 16만8000t으로 급증, 우리 한우농가에 큰 타격을 줬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ASG가 발동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7년 발동 기준물량은 30만t으로 실제 수입량의 2배에 육박한다. 더구나 기준물량은 매년 6000t씩 늘어난다<그래프 참조>. ‘무늬만 ASG’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품목도 사정은 비슷하다. FTA 협상 직전 연평균 8t가량 수입되던 고추류는 FTA 발효 첫해 827만t 이상이 들어와야 ASG가 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입이 100배 늘어도 발동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연평균 500t 정도 수입되던 양파 역시 발동 기준물량은 FTA 발효 첫해 2900t에 달했다.

◆발동 대상품목도 문제 투성이=한·미 FTA 협정문에 따라 ASG를 발동할 수 있는 농축산물은 쇠고기·돼지고기·사과·고추·인삼 등 75개(HS 10단위 기준)로 전체 농축산물 1531개의 4.9%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미국은 한국산 섬유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섬유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

구체적인 품목으로 들어가면 심각성은 더한다. 돼지고기는 발동부위가 전체 수입량 중 5% 정도에 불과한 냉장육으로 한정됐다. 신선과일 가운데 ASG가 적용되는 품목은 식물방역법상 수입이 전면 금지된 사과뿐이다. 애초부터 과일류의 ASG 발동 가능성이 없었던 셈이다.

ASG 존속기간도 문제다. 미국은 섬유 세이프가드를 해당 품목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이후에도 10년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관세가 철폐되면 ASG를 발동할 수 없게 된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2~3배 늘면서 한우농가수가 반토막 났다”며 “한우농가의 노력만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운 만큼 ASG 발동 기준 완화, 관세철폐 일정 연장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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